넷플릭스 <스위트홈>, 왓챠의 <이어즈&이어즈>, 웨이브의 <앨리스>, 티빙의 <여고추리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구독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속속 선보이고 있는데요. 넷플릭스는 올해에만 5500억 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라고 합니다.
2021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이 주목한 책은 어떤 걸까요?
애플티비플러스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파친코』는 미국에서 출간된 소설이에요. 뉴욕타임스와 USA 투데이, 영국 BBC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할 만큼 영미권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죠.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혹적인 책'이라며 직접 페이스북에 추천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1900년대 초반부터 1989년까지, 재일한국인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소설인데요. 이야기는 한국 부산 영도에서 시작합니다. 양진은 언청이인 훈을 만나 결혼하고 셋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둘 사이에는 선자라는 딸이 있죠. 선자는 잘생기고 돈 많은 고한수와 사랑에 빠져 임신하지만, 고한수는 알고 보니 일본에 아내와 자식이 있었어요.
셋방에서 신세를 지던 신부 이삭은 선자를 위해 남편을 자처하고, 선자는 이삭과 함께 일본으로 가게 되는데요. 이후 선자의 자식과 그들의 자식까지, 4대에 걸쳐 한국과 일본, 타지를 떠돌던 이민자의 서사가 그려집니다. 펄 벅의 『대지』라든가,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이 떠오를 만큼 장대한 역사 아닌가요?
어, 근데 한국 이민자 이야기를 다루는데 왜 제목이 파친코냐고요?
일본에서 해방된 1945년 이후, 조선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일본에 남은 한국인들은 차별에 시달렸어요. 조부모부터 온가족이 모두 일본에서 살았어도 외국인으로 치부되어 정기적으로 지문 검사를 받아야 했죠. 직업을 구하기 어려웠던 재일한국인이 제일 많이 택한 직업은 파친코 운영이었어요. 일본인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 가장 일본스러운 파친코를 대표하게 된 거죠.
저자 이민진은 재미한국인으로, 예일대를 나오고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요. 미국 이민 사회의 성공한 2세 모델이었지만, 작가의 마음속에는 늘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어요.
저자가 대학 특강에서 들었던 재일한국인의 이야기가 모티프가 된 『파친코』, 재미한국인 2세의 갈등과 미국 문화를 그린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아직 세상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미국 학원"이라는 소재를 다룬 세 번째 작품까지. 이민진의 디아스포라 한국인 3부작.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장쾌하고 긴 호흡의 서사를 원하는 분들, 이방인의 상황을 문학으로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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