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저작권부는 20여 년 만에 2라운드를 맞았다. 계기는 『82년생 김지영』이었다. 다행히 저작권부 책임자인 남유선 이사와 책의 책임편집자 박혜진 차장의 목표가 같았다.
민음사 저작권부의 역사는 언제 시작됐나?
남: 1995년부터다.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내게 고 박맹호 회장님이 입사를 제안하셨고, 그때부터 민음사 저작권부 업무도 시작됐다. 세계문학전집을 준비하던 시기였고, 황금가지도 막 시작한 때라 하루 10권씩 판권을 계약했다. 대단한 날들이었다. 지금은 3인 체제다. 비룡소를 전담하는 저작권 담당자 2인은 따로 있고, 셋이서 민음사와 민음인 그리고 사이언스북스의 수출과 수입 업무를 병행한다.
『82년생 김지영』은 K-LIT의 양적 팽창과 질적 팽창, 모두를 대변하는 작품이 아닐까? 어쩌면 유리 천장을 뚫은 작품일 수도 있고.
남: 우리 입으로 “그렇다”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성과가 좋은 건 맞다. 지금까지 29개국과 계약했고(최대치는 40개국, 일반적으로는 30개국을 완결로 본다) 일본에서만 20만 부 이상 팔렸다.
박: 이 작품이 민음사에도,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에도 중요한 전환점인 것은 분명하다. 평론가나 일부 지식인의 주목을 받은 게 아니라 실질적인 독자를 형성했다. K-LIT이 아니라 조남주의 세계가 진출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하루키가 일본 작가가 아니라 하루키이듯, 조남주도 한국 작가여서가 아니라 조남주여서 읽히고 있다.
출판사 저작권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남: 사실 성과는 저작권부가 없어도 낼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지속성이다. 조남주 작가의 후속작인 『사하맨션』의 경우, 현재 8~9개 출판사와 이미 계약을 마쳤다. 대부분 『82년생 김지영』을 계약한 출판사들이다. 상대적으로도 진출이 어려운 영미권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82년생 김지영』 때처럼 애쓰지 않아도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일본에서는 단편집 계약도 마쳤다.
해외 시장에서도 작가와 작품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건데, 이런 환경이 조성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남: 좋은 출판사와 좋은 편집자! 해외 시장은 토양이 완전히 다르다. 그 시장을 잘 아는 편집자와 함께 일하고, 편집자가 출판사를 옮겨도 그 관계가 유지된다면 작가가 지속적으로 좋은 책을 낼 확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박: 일본 출판사 지쿠마소보(筑摩書房)가 일하는 방식을 지켜보면서 여러 번 감동을 받았다. 책을 정말 잘 만들고 잘 포장해서 독자에게 전달한다.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다.
남: 『딸에 대하여』는 『82년생 김지영』과 비슷한 시기에 준비를 시작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성과를 냈고 작년부터 영미권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들을 했는데 성과가 좋다. 영국에서는 3개 출판사가 경합한 끝에 피카도르 출판사가 판권을 가져갔고, 프랑스에서는 명문 갈리마르, 독일에서는 한저에서 책이 나온다. 유럽 최고의 출판사들이 같은 시기에 출간하는 만큼 기대가 크다. 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도 5개 국가와 계약을 마친 상황이다.
박: 『딸에 대하여』는 퀴어 소설이면서 여성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이고, 정상 가족을 이루지 못한 서로 다른 연령대의 여성들이 하나의 가족을 이루고 살아가는 이야기다. 많은 면에서 동시대적 감성을 담고 있다고 보는데, 해외 편집자들도 그걸 읽은 것 같다.
기대도 우려도 풍성한 시점이다. 지금, 민음사는 어디까지 온 걸까?
남: 아직 멀었다. 해외 편집자가 먼저 검토해서 우리에게 연락을 주는 상황이 목표 지점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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