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끊어 보았다
다음날 핸드폰을 킨 손가락은 이후로 갈 곳을 찾지 못했다. 분명 이쯤을 눌렀던 것 같은데. 없네. 핸드폰을 껐다.
글ㆍ사진 정의정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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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스플래쉬

술김에 트위터 앱을 지웠다. 기왕 지운 김에 옆에 있던 인스타그램 앱도 지웠다. 이미 페이스북 앱을 지웠던 경험이 있어서,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SNS는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별다른 생각 없이도 회사와 집을 찾아가는 것처럼, 손가락은 핸드폰에서 SNS 앱을 찾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핸드폰을 키고, 앱을 실행하고, 무엇이 떠 있든 상관하지 않고 피드를 올리고 내리는 일이 반복되었다. 내용에 집중하지 않으면서도 엄지손가락은 화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트위터 앱을 지운 이유는, 그 속에 담긴 말들이 너무 시끄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무개가 문제 제기를 하고, 누군가 문제 제기에 반박하고, 문제 제기하는 방식에 문제 제기를 하고... 모두가 한 마디씩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한 마디씩 하고, 전혀 연관 없는 말을 올린 사람도 갑자기 연관 있는 글처럼 포장되어 이름이 오르내렸다. 사고 때문에 도로가 막혀 있는데 뻥튀기 장수가 지나가는 것처럼 자기 이익을 위해 들러붙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당사자라 부를 만한 사람을 특정하기 힘들 정도로 모두가 의견을 내고 있었다. 내 일이 아닌데도 체증이 올라왔다. 다들 한 마디씩 얹지 말라고요! 라고 말하면 그것조차 하나의 '한 마디'가 된다. 신경쓰지 말아야지 싶었지만 늘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은 그에 비하면 편했다. 다들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예쁜 것들만 보여줬고, 피드를 다 내리고 나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추천 사진도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SNS라 정보나 재미도 한결 더했다. 사람이 많다는 것은 광고도 많다는 뜻이다. 길을 지나가다 육성으로 단 한 번 말했던 모자 브랜드가 그대로 피드에 뜨는 걸 보면서 이 우연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했다. 정책상으로는 마이크 정보를 24시간 수집하는 건 불가능하다, 단지 타겟 광고가 정밀해지다 보니 일어나는 일이라는 설명도 봤지만... 그러기에는 나와 너무 동떨어진 상품이었고 그 이후로도 다시는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도대체 내 정보를 가지고 뭘 하고 있는 거야, 늘 찝찝했던 마음이 생각나서 같이 지워버렸다.

다음날 핸드폰을 킨 손가락은 이후로 갈 곳을 찾지 못했다. 분명 이쯤을 눌렀던 것 같은데. 없네. 핸드폰을 껐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아직은 지운 상태로 있다. 할만하다.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생기지도 않았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쓰게 되었나? 그건 아니다. SNS를 하는 대신에 웹툰과 웹소설을 봤다. 게임하는 시간이 늘어서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못 올린 레벨을 두 개씩 올렸다. 이럴 거면 왜 SNS를 지웠나 살짝 자괴감이 든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는 트위터 초기 개발자가 나와 SNS 피드를 보기 위해 화면을 위에서 아래로 당기는 동작이 슬롯머신과 같은 방식이라고 했다. 한 번 당기면 새로운 뉴스가 좌라락 나온다. 휘황찬란하고 예쁜 그림도 나온다. 나는 이제까지 도박 중독자와 유사한 행동 방식을 보였던 거구만. 문제는 인식했으나 남은 시간을 어찌 써야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시간도 재테크처럼 저축을 먼저 해놓고 소비를 해야 하나? 퇴근해서 나에게 남은 시간이 4시간이라고 해 보자. 바로 운동에 1시간을 저축하고, 1시간은 집안일에 저축하고, 나머지 1시간은 공부에 저축하는 사람이었다면 SNS에 그렇게 시간을 쓰지도 않았겠지. SNS는 그저 시간을 죽이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었을 뿐이다.

음성 기반 SNS라는 클럽하우스 소식도 떠들썩했었다. 이용해본 적도 없지만 벌써부터 피곤하다. 줌으로 하는 화상 대화도, 끊임없이 울리는 단체방도 내키지 않는다. 핸드폰은 여전히 손 안에 있지만, 지운 앱은 당분간 이대로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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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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