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 같았던 중년을 지나 60대가 되어서도 명랑한 삶을 유지하는 그는 후배들이 자주 찾아와 묻는 인생의 질문에 대해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이젠 자신을 가장 아끼고, 자신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해 줘요.”라고 말하고 싶어서 이 책을 썼다. 중년 여성이 갖는 사랑과 연애에 대한 고민, 늙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노후의 경제력과 진로에 대한 갈등, 인간관계와 가족 돌봄에 대한 부담감, 잃어버린 자아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그는 39가지의 각기 다른 인생 고민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려 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중년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고민과 그에 뒤따르는 유인경 작가 특유의 명쾌하고 재기발랄한 조언에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 못 부른다고 마냥 빼다가 마이크를 한 시간이나 독점하는 이상한 선배 언니처럼 작가는 절대 못 쓸 것 같았던 중년의 이야기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 써냈는데, 그것은 누구보다 중년의 아픔을 많이 겪었던 저자의 경험이 가이드 역할을 해 준 덕분이다. 실제로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저자가 실제로 겪고 또 주변 동료, 후배, 친구들의 고민을 날것 그대로 담은 것이기에 더욱 진실하고 따뜻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다.
중년의 터널을 건너온 인경 언니가 중년의 후배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요?
책 제목 그대로예요. 너무 심각하게 살 필요 없다는 것, 저도 청년기, 중년기를 지나며 당시엔 세상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고, 내가 죽어야 끝날 것 같은 고통과 두려움, 막막함의 시기가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이제 웃으며 말할 수 있고 심지어 잘 기억조차 안 나더군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나 일에 너무 진지하고 심각하게 생각해 자신을 움츠러들게 하지 말고 담대하게 순간을 견뎌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자신이 자신을 너무 불쌍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작가님은 어떤 중년을 보내셨나요?
정년퇴직을 하고 63세가 된 지금도 매일 할 일이 많아서 중년을 돌이켜 볼 여유도 없습니다. 아니 과거를 돌이켜 보고 싶지도 않았어요, 전업주부로 지내다 경향신문에서 일하게 됐고 30대 중반에 시어머니의 중풍, 남편의 부도, 친정엄마의 치매, 형제와의 다툼, 신문사에서의 정신없는 업무 등이 이어져 내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몇 살인지도 모르고 살았죠. 당시엔 매일 시험지를 풀어도 낙제점을 받는 것 같은 자괴감이 들었어요. 그래도 장마철에도 잠깐 비치는 햇살처럼 가끔 찾아오는 기쁜 순간에 충실했고 항상 내게 유리한 점만 따지며 지내다 보니 중년이 흘러가 버렸네요. 지나고 보니 나의 고통이나 아픔, 시련 역시 남들에게는 시시한 상처이고 어리광일 수도 있더군요. 50대 중반부터 갑자기 세상이, 내 주변이 내게 호의적이 되고 다정해지는 시간이 왔어요. 후배들에게도 자신을 다독거리며 버티면 눈물이 웃음으로 변하는 시간, 평화로운 시절이 온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됐어요.
신문기자, 방송인, 작가까지. 정말 많은 일들을 하고 있으십니다. 나이 들어서도 유인경 작가님처럼 쌩쌩하게 일하면서 즐겁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명분과 가치, 혹은 당장의 이익을 따지기보다 내가 하는 일의 즐거움과 재미를 우선으로 하면 별로 지치지 않아요. 그리고 기자, 방송, 강의, 책 쓰기가 결국은 제가 경험하고 보고 느끼는 일을 기사로 쓰는가, 책으로 풀어내는가. 혹은 방송에서 말하는가의 차이일 뿐 같은 뿌리여서 크게 힘들지도 않습니다. 고뇌에 찬 주인공이 아니라 즐거운 조연으로도 만족했기에 힘을 빼고 오래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75세의 나이에 국제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휩쓰는 윤여정 배우를 봐도, 소소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늘 현장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꽃이 늦게 피면 어때요.
제목이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 입니다. 작가님은 우리가 무엇에 가장 심각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우선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심각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는 것. 지금은 바위처럼 무겁게 느껴지는 일도 나중에 보면 조약돌만큼의 가치도 없다는 것, 귀신이나 괴물로 결국은 내가 만든 허상이라는 것. 뉴욕에 거주하는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만나 기자가 쓴 책 『나이의 맛』을 보니 열악한 환경에서도 그들이 행복하고 자신의 삶을 즐기는 이유를 “뭐 이제 죽기밖에 더 하겠어? 사업실패, 가족과의 이별, 건강 악화 등 별별 일을 겪었지만 그게 날 죽이진 않았거든”이라고 말하더군요. 어떤 사람은 얼굴에 난 뾰루지 하나에도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암 선고를 받아도 담담한 이들도 있죠. 전 농담을 참 좋아하는데 우리 자신의 삶에도 실없는 농담을 던져 스스로를 좀 풀어줄 필요가 있어요.
중년 이후가 되면 자신이 초라해질 거라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빛나는 중년으로 나이 들어가기 위해 이 되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보다 더 젊었을 때, 아니 어렸을 때부터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귀여워해 줬어야 했어요. 나를 무능하거나 박복하다고 수시로 구박한 덕분에 내가 나를 초라하게 규정해서 남들이 보기에도 한심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 면이 많거든요. 초라하다는 것은 남루한 복장이나 세월의 폭탄을 만난듯한 주름진 얼굴이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고 함부로 다루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우아함도 결국 태도죠. 저는 자신을 들들 볶거나 자책하지 않아요. 작은 성취에도 제 머리를 제가 쓰다듬어 주고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복달하지 않아요. 지금 당장 자신을 위해 욕실 수건 하나라도 고급스러운 것으로 사주는 자기 사랑이 결국 스스로 반짝이게 만드는 방법인 것 같아요.
한국의 중년 여성들은 남편에, 자녀에, 온통 가족들에게 헌신적으로 살다가 노년이 되면 허탈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당장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오늘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헌신하면 헌신짝이 됩니다. 남편이나 자식이나 우리의 배려를 자신의 권리로 알죠. 그건 우리가 만든 거예요. 오죽하면 ‘엄마 탓 신드롬’이란 말이 있겠어요. 외모건 공부건 다 엄마 탓으로 돌리는 자식들, 나이 들수록 슈퍼 우먼에 현모양처를 요구하는 남편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죠. 여왕이 될지, 무수리가 될지는 국가에서 신분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를 그렇게 믿고 가족에게 요구하는 거예요. 물론 저도 여전히 밖에서 일하고 피곤해 귀가해서도 남편 밥을 챙기고 딸의 요구를 거의 들어주는 편이긴 하지만 때론 단호히 거부하거나 거절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나 피곤하니 시켜 먹자. 설거지는 당신이 해, 너희들 방청소는 스스로 할 것 등 선을 긋고 확실한 의사표현을 해야죠. 미안함이나 자책감은 금물입니다.
이번에 유튜브에서 <유인경TV>로 새로운 시작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지 말씀해 주세요.
기자는 기사를 쓰기 전에 일단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시사주간지 편집장 시절에 <유인경이 만난 사람>이란 이름으로 매주 와이드 인터뷰 컬럼을 쓴 경험을 살려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가끔 제가 읽은 책이나 본 영화 등도 소개하는 유튜브를 4월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서 속 깊고 따뜻한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성격이 아니라 그냥 길을 걷다가 다가오는 일에 자연스럽게 합류하며 살아와서 어떤 다른 활동을 할지는 모르겠어요. 소박한 희망, 아니 저의 간절한 희망은 뭔가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거예요. 일할 때 가장 힘이 나고 구원받는 느낌이 들거든요. 프랑스 영화감독 아녜스 바르다처럼 90 이 가까운 나이에도 30대 사진작가 JR과 협업하며 재미있게 일하다 조용히 저물어가고 싶어요.
*유인경 글 쓰고 말하는 사람. 1982년부터 기자 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언론인으로 일했다. 2015년, 경향신문 70년 역사상 최초로 정년 퇴임한 여기자가 되었다. 퇴직 후에도 KBS ‘아침마당’, ‘명견만리’, MBN ‘속풀이쇼 동치미’, ‘뉴스파이터’ 등 다양한 방송과 유튜브, 강의 활동을 하며 만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가장 큰 자산으로 꼽는다. 지은 책으로 『내일도 출근하는 딸에게』, 『퇴근길, 다시 태도를 생각하다』, 『기쁨 채집』 등이 있다. 전쟁터 같았던 중년을 지나 60대 이후에도 명랑한 삶을 유지하는 그는 후배들이 자주 찾아와 묻는 인생의 질문들에 대해 “그렇게 심각할 필요 없어요! 이젠 자신을 가장 아끼고, 자신에게 가장 친절하게 대해 줘요.”라고 말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 |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