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만 13세의 싱어송라이터 매디슨 비어는 유튜브에 커버 곡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블루스 여가수인 에타 제임스의 'At last'를 노래한 영상이 저스틴 비버의 트윗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후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리며 SNS 스타덤에 올랐고 세계적인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가상 걸그룹 케이디에이(K/DA)의 멤버로 참여하여 글로벌 팬층을 확보했다. 하지만 또래 친구들의 시기 어린 질투는 크고 작은 스캔들을 만들었고 잦은 구설수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마음의 병을 앓게 되었다. 9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작
완벽해 보이는 인터넷 속 이미지와 상반된 현실 사이의 괴리가 스며든 곳은 화음이다. 자연적인 하모니에 얹어지는 인위적인 떨림은 가슴을 옥죄어 오는 압박을 그대로 전달한다. 'Effortlessly'는 약물 치료에 대한 첫 경험을 숨 가쁘게 해부한다. '쉽게(Effortlessly)'라는 단어가 거칠게 뱉어질 때 '숨쉬기 위해 숨을 참는다(I hold my breath to breathe)'는 가사에 역설적인 울림을 주고, 내적 고통을 유리에 형상화한 'Stained glass'는 최소한의 오토튠 사용으로 독백의 무게감을 극대화한다.
아픔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은 개성 있는 묘사와 구성으로 몰입도를 높인다. 트랩 드럼 위의 알앤비 트랙 'Good in goodbye'는 '연인이란 단어에 끝(“over” in lover)/다음이란 단어에 전(“ex” in next)'과 같은 위트 넘치는 워딩으로 미련 없는 헤어짐을 고한다. 컨트리 감성을 담아낸 'Homesick'은 차분한 기타 연주와 함께 별을 세며 우주를 유영한다. 전자음 가득한 보컬 레이어로 출발하는 곡은 말미에 미국의 성인 애니메이션 시리즈 <릭 앤 모티>의 한 장면이 흐르며 극적인 해석까지 보탠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같은 '숏폼' 콘텐츠가 화제다. 발전을 거듭해온 대중매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호흡을 짧게 가져가는 모습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동 재생과도 같은 'Channel surfing'처럼 빠르게 소모되고, 찰나의 순간에 오감을 현혹시키기 위한 겉치레가 늘어간다. 그만큼 소셜미디어에서 진정성을 논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매디슨 비어는 애써 웃어 보이며 실체 없는 이진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꾸며낸 디지털 세상에서 비롯된 역경을 스스로 딛고 일어선 그는 용감하고 솔직하다. 차세대 팝스타의 자가 치유는 성숙함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카타르시스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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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