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건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나는 구제불능의 컴맹이었다. 컴퓨터 부품이다 싶은 것을 보면 일단 RAM?이라 말해 놓고 눈을 꿈뻑거렸으니, 코딩의 'ㅋ'도 모른다기 보다 아예 코딩이라는 단어 자체를 들어보지 못했을 정도로 무지했달까. 그런 상태로 어쩌다 첫 회사로 IT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후 10여 년의 직장 생활은 말 그대로 모든 순간이 고난의 가시밭길이었고, '인문대생이 왜 그런 걸 알아야 하죠?'라는 나이브한 마음가짐으로 보냈던 지난 시간을 아주 오랫동안 후회했었다.
어떤 의미로 이제 프로그래밍은 단순히 개인이 가진 기술이라는 개념을 넘어 현대 문명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아이폰, 구글이 바꾸고 있는 세상에서, 코딩은 더 이상 '전공자가 아니라서 몰라도 되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다.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웹사이트나 앱은 필수로 만들어야 하고, 직장인이라면 개발자와 협력하지 않고는 일을 할 수 없는 시대. 코딩 관련 최소한의 지식은 이미 모두의 필수 역량이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코딩 실력이 커리어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지 그 효용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문송하다'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날로 좁아지는 입지에 답답해하는 골수 문과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비전공자를 위한 첫 코딩 챌린지 with HTML&CSS』를 쓴 저자 임효성 씨도 코딩 공부 덕분에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코딩 챌린지 영상은 조회 수 50만을 기록했고 덕분에 책도 냈다. 그야말로 코딩에 ㅋ도 모르던 디자이너였던 그는 30일 코딩 도전기를 달성하고 웹 프런트엔드 개발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코딩 공부가 미래에 어떤 긍정적인 파도를 불러일으켜줄지를 저자가 몸소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까.
비전공자인 저자가 30일간의 코딩 도전으로 깨닫게 된 코딩 입문 방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너무 깊은 내용 대신 초보자에게 적절한 난이도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코딩은 재밌어야 포기하지 않는다'라며 익숙하고 친숙한 코딩 결과물을 보여주는 HTML과 CSS로 ‘나만의 웹 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이끌어준다. ‘나도 정말 코딩을 할 수 있나’라는 의구심에 빠진 당신, 괜찮다 다 괜찮다! 일단 책을 펼치고 저자의 조곤조곤한 구어체 설명을 따라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어느새 다음 단계로 한 발 나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비전공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생소하지만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가 우리 모두의 앞에 펼쳐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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