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에세이 『비낭만적 밥벌이』는 먹고 살기 위해 필연적으로 해야만 하는, 우리의 ‘일’에 대한 김경희 저자의 고군분투기다. 직장인에서 자영업자로, 자영업자에서 프리랜서로, 프리랜서에서 다시 급여노동과 프리랜서 일을 겸하는 사람으로 살아온 김경희 저자는 사회인 8년 차 프로 N잡러로서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일하며 살아왔는지 이 책을 통해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미치도록 잘하고 싶다가도, 미치도록 하기 싫은 우리의 일하는 마음에 대하여 말이다.
‘20대 김경희의 일’과 ‘30대 김경희의 일’은 어떻게 달라지셨나요? 일하는 마음 측면에서요.
20대 김경희의 일은 시키는 일을 잘해내는 게 중요했어요. ‘적당히 잘하자’라는 마음이었죠. 30대 김경희의 일은 누군가에게 일을 시켜야 하고, 때로는 일을 찾고, 만들어서 해야 하더라고요. 일의 무게가 달라진 셈인데, 그러다 보니 지금은 ‘제대로 해야 돼’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솔직한 동기부여> 에피소드가 참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인정과 응원, 성취감도 물론 중요하지만 ‘돈’이 차지하는 동기의 크기가 크다는 이야기가요.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내 삶에 선택지를 늘려가는 것이라고 말씀하기도 하셨는데요.
자본주의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정말 돈은 중요하더라고요. 제가 학생 때는 도서관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해서 기다렸어요. 책이 입고되면 대출해서 깨끗하게 읽고 정해진 기간 내에 반납했고요.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되면서, 읽고 싶은 책을 그냥 바로 서점에서 샀어요. 그러다가 좀 더 돈을 벌게 되니까, 아이패드를 사고 e-북으로 바로 볼 수 있게 됐죠. 내가 원하는 때에 읽고 싶은 책을 종이로든 전자책으로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게 참 좋더라고요. 물론 그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시간을 일하면서 보내지만, 선택지가 좀 더 많아진 지금이 좋아요.
그런데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작가님의 일하는 원동력은 돈이 아니라 사랑 같아요. 일에 대한 사랑이요. 친구보다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자신에게 맞는 일과 삶의 균형도 결국 일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모습입니다.
삶이 좀 더 포괄적인 상위개념이고 삶의 일부분이 ‘일’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일’과 ‘삶’을 딱 구분 지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요. 일을 통해서 얻는 물질, 관계, 성취감 등이 주는 행복이 크다 보니까 일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고요. 게다가 누구에게나 하나에 빠져서 몰입하는 시기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 저에게는 그게 일이거든요. 물론 요즈음에는 일하지 않는 자연인 김경희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치지 않는 선에서 일을 오래 하고 싶어서요.
일에 대한 애정은 <나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에피소드에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는데요, 많은 또래 여성분들이 ‘일하는 여성’으로 언제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실 텐데 작가님께서는 꽤 가까운 곳에서 그 답을 찾으셨더라고요.
‘직업’과 관련된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했고, 『회사가 싫어서』라는 책을 쓰면서 ‘일’에 관심을 두고 지켜본 게 크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살펴봤기 때문에 답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답도 계속 바뀌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답을 찾아 나가면서 살지 않을까 싶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내가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를 자주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일이라는 게 애정만 지속될 수는 없죠. 저는 하루 아니, 거의 매 분마다 일에 대한 애증을 오가는데요, 분명 일이 ‘증’인 순간이 작가님에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키로북스를 운영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감사하게도 ‘애’ 순간이 대부분이지만, ‘증’의 순간도 꼭 있더라고요. 말에 상처 받아서 혼자 며칠 내내 속앓이 할 때도 많고요. 이따금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으면, 그땐 일이 싫어지기도 하고요. 결국엔 제가 마음그릇을 넓히고, 컨디션 관리를 잘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벌이는 우리의 숙명인데요, 『비낭만적 밥벌이』의 많은 에피소드들 중에서 또래 N년차 밥벌이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믿는 만큼 자란다>라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많은 이들이 칭찬을 받으면 ‘감사합니다’ 보다 ‘아니에요’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일부로 ‘저 좀 잘하죠?’라고 하는 편인데도, 자존감이 낮을 땐 스스로를 너무 낮추더라고요. 나를 낮추는 건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데 말이죠.
모쪼록 또래 N년차 밥벌이 친구들이 글을 보면서 스스로를 낮추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원고의 마지막 문장만 살짝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평가할 때는 더하기 3을 한다. 믿는 만큼 자란다.”
직장인, 자영업자, 전문 경영인 등 많은 직업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 중에서도 바로 지금은 글 노동자이시죠. 책에서 글쓰기를 ‘어제 먹다 남은 식은 치킨’에 비유하셨어요.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의 안도감 같은 것으로요. ‘김경희의 글’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시나요?
19,000원짜리 치킨 같은 글로 기억 됐으면 좋겠어요. 15,000원 하는 치킨보다는 조금 비싸서 주문 전에 고민이 되지만, 그래도 맛이 보장된 19,000원짜리 치킨이요. 제 글이 매일 생각나는 글은 아니지만, 이따금 무언가 읽고 싶을 때, ‘김경희가 쓴 글이 글맛은 있지, 책값이 좀 비싸도 읽어봐야지’ 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새로운 목표를 세우기도 했고요. 제가 쓰는 글이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서, 저도 독자들도 함께 돈을 좀 더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김경희의 독자들은 15,000원과 19,000원 치킨을 두고 가격이 아닌 맛으로만 고민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갖는 거죠.
*김경희 본명 김경희. 88 서울 올림픽을 엄마 배 속에서 지켜봤고 동북아 허브도시에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천 사람. ‘너구리’라 불리지만 사람이며, 두 번의 입사와 두 번의 퇴사 과정을 기록해 『회사가 싫어서』라는 동제의 독립 출판물을 간행했다. 말과 글로 사람들을 웃기기를 꿈꾸지만 모르는 사람의 결혼사진만 봐도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 흘린다. 전 회사 상사에게 “언제든 돌아와라”라는 전화를 받을 만큼 성실한 노예 DNA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를 본인 입으로 말하고 다니는 뻔뻔함이 매력이다. 주 여사가 먹이고 씻기고 입히고 재우며 공들여 키운 손녀. 서점 <오키로북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주 여사의 가장 큰 자랑이 되고 싶어 열심히 읽고 공부하며 산다. 『회사가 싫어서』, 『찌질한 인간 김경희』를 썼다. instagram.com/khsm__sky khsmsky.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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