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특집 에세이] 내가 창조한 세계로 떠나는 거야 - 소설가 강보라
별생각 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왜 그토록 많은 작가가 소설 쓰기를 여행에 비유하는지 깨달았다.
글ㆍ사진 강보라(소설가, 『코스모폴리탄』 피처 디렉터)
2021.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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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문학평론가는 2019년 초 소설을 쓰기 시작해 올해 초 등단한 내게 ‘코로나 시대에 태어난 소설가’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고는 “소설 쓰기 딱 좋은 시기이긴 하죠”라는 말을 농담처럼 덧붙였다. 음, 다른 사람들 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나의 경우 확실히 그렇기는 했다.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소설이나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별생각 없이 자판을 두드리던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왜 그토록 많은 작가가 소설 쓰기를 여행에 비유하는지 깨달았다. 엉뚱한 길에 들어섰다가 뜻밖의 인물을 만나는 일이 그랬고,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다 문득 눈앞이 환해지는 순간이 그랬다. 심지어 ‘야심 찬 시작 – 실패 - 또 실패 - 의도치 않은 엔딩’이라는 기승전결까지 똑같았다. 나는 지난 여행 사진을 정리하듯 과거의 기억을 뒤적이며 뒤늦게 찾아온 인식의 조각들을 소설의 언어로 다듬었다. 그리고 내가 창조한 세계로 떠나는 여행이 현실의 여행보다 훨씬 흥미롭고 드라마틱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내가 자가격리 면제 국가를 검색하는 대신 얼마 전 새로 마련한 서재에 둘 멋진 책상을 찾아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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