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가 있는 사회에 지금 “있는 사람들”, 그리고 존재하는 사람들의 안부를 끊임없이 궁금해 하는 작가, 다드래기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인터뷰 – 다드래기 작가님 편>
황정은 : 『혼자 입원했습니다』는 주인공인 조기순이 변비가 너무 오래 이어져서 병원을 찾았다가 자궁에서 경계성 종양을 발견하고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만화입니다.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무지 그리고 방기를 이야기하고 있는 만화이기도 한데요. 저도 그랬지만 여성들은 자기의 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또 터부시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이것이 단순한 무지가 아니고 교육기관이나 어른들이 계속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메시지를 준단 말이죠.
다드래기 : 맞아요.
황정은 : 그렇죠. 저는 한참 성장할 때 ‘생리’라는 말을 잘 못했어요. 또래들끼리도 그거 말하는 걸 약간 부끄러워하고.
다드래기 : (생리대를) 손으로 네모나게 표시하고...
황정은 : 맞아요, 그거. 이걸 학교에서 선생님이...
다드래기 : 양호 선생님이 가르쳐 줬어요.
황정은 : 저희는 담임 선생님이 ‘말로 하지 말고 손으로 M자를 가리켜라’ 이런 교육을 받았거든요. 말하다 보니까 열 받네요. (웃음) 이런 경험들이 있단 말이죠. 다드래기 작가님도 그런 경험을 많이 하신 거죠?
다드래기 : 그렇죠. 저 같은 경우에는 또 초경을 굉장히 빨리 했어요. 『혼자 입원했습니다』에 보면, 저를 약간 투영했다고 볼 수 있는 기순이(조기순) 11살에 (생리를) 시작을 했잖아요. 요즘은 그걸 성조숙증으로 판단을 해서 치료를 하더라고요. 호르몬 때문에 몸 자체에 무리가 가니까. 제가 2차 성징 자체가 빨리 나타났어요. (지금으로 치면) 빼박 성조숙증이잖아요. 성조숙증의 부작용일 걸로 생각되는 것 중에 하나가 부인과 질환에 많이 다 빨리 그렇게 시달린다는 건데, 왜냐하면 자궁이 쉬지를 않았으니까. 저는 출산도 안 했잖아요. 그러니까 30년 동안 계속 일한 거예요. 그래도 남들보다는 생리통이나 이런 정보가 예전부터 많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럼에도 인유두종 바이러스 이런 거에 대해서는 20살 넘어서 한 거예요.
황정은 : 지금도 모르는 사람들 많을 걸요.
다드래기 : 네, 자기가 걸리지 않으면 아무도 그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요. 책에서 매염방 이야기 했었잖아요, 저도 매염방이 죽고 나서, 약간 몰상식한 애들이 ‘남자 관계가 더러워서 그런 병 걸린 거다’라고...
황정은 : 문란한 사생활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다드래기 : 네. 그 말을 듣고 나서 ‘정말? 그게 그것 때문에 걸린단 말이야?’ 하면서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거예요. 그 바이러스를(인유두종 바이러스). 저도 그런 정보들을 주워듣게 되는 거예요. 그게 쌓이니까 서른이 넘는데, 또 저는 난소 내막종이라는 게 생겼잖아요. 그건 또 듣다 보도 못한 거니까, 이게 자궁 내막증의 일환이고 어떻게 해서 생기는지 그 원리를 저도 처음 듣는 거예요. 아무리 다른 걸 다 아는 척해도 다 새로운 거예요. 이건 걸리지 않으면 모르는 거예요.
황정은 : ‘문조미’에게 양호 선생이 이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생리를 시작했으니 이제 네가 예쁘다고 남자들이 만질 거다, 네가 조심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섹스를 간접적이고도 추상적으로 말을 하는 거죠. 섹스를 ‘네가 예쁘고 여성이라서 일어나는 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알려주고, 또 만화 안에서는 성교육도 여자 어린이들만 받는 걸로 묘사가 돼요. 저는 아예 못 받았거든요, 이런 교육 자체를.
다드래기 : 맞아요, 세대 차이가 살짝 있죠. 저희 때는, 이게 미스터리인 게, 4학년 때부터 여자애들은 성교육을 시켰는데 아직도 그때 우리가 성교육 받을 때 (남학생들은) 뭐 했는지 명확하게 말 안 해줘요. 첫째로는 아무것도 안 했기 때문에 기억이 없는 거예요. 근데 제가 6학년 때 성교육 받고 와서 우리 반 남자애한테 물어봤거든요. ‘너희 뭐 했냐’ 그러니까 <드래곤볼> 봤다고 그러더라고요.
황정은 : <드래곤볼>이요? 뭐지? (웃음) 저는 만화(『혼자 입원했습니다』)의 내용을 보면서 ‘정말 여자애들만 교육을 받았단 말이야?’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다드래기 : 학교에서 재량이 좀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정말 구성애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엉망이었잖아요. 성범죄나 성폭력에 대한 교육도 분명히 받았어요. 근데 우리가 그 개념이 없으니까, 선생님이 그걸 설명을 해주고 싶고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아직 애들한테 섹스는 가르치면 안 되겠고 하지만 성폭력은 가르쳐야겠고, 그러니까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서 ‘남자에게는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욕망이 있어’라고 이야기한 기억이 나요. 저는 욕망이란 단어를 그때 처음 들었어요. 지금 생각하니까 ‘우리는 성폭력 교육 받고 왔는데 남자 애들은 <드래곤볼>을 봤단 말이야?’ 싶은 거예요. 너무 이율배반적이잖아요.
황정은 : 그러니까요. (교육) 내용도 되게 문제가 많네요. 욕망을 남성의 것으로 얘기를 하네요. ‘남자에게는 그런 욕망이 있어’ 이러면서. 여성의 욕망 자체는 얘기하지 않는 거죠.
다드래기 : 그러니까요. 그게 초등학교 때였잖아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때는 세기 말인데, 그때 저희 교련 선생님이 수간호사 출신이라고 하셨어요. 아직도 충격 받아서 잊을 수가 없는 게, 그때 성교육으로 할 때 들었던 말이 여자들의 성범죄 대처에 대한 이야기인데, 과학적으로 절대 여자는 성폭행을 당할 수 없다...
황정은 : 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다드래기 : 그냥 ‘원하지 않으면’ 정도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본인이 저항을 하면 절대 질이 열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황정은 : 하.... 근데 저 유사한 얘기 상당히 많이 들은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도 많이 듣고.
다드래기 : 그렇죠. 그때도 너무 충격 받아서... (성폭행) 당한 애들은 자기가 끝까지 저항하지 않고 포기했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황정은 : 잘못은 여자 아이한테 있는 거라고 메시지를 주는 거죠.
다드래기 : 네. 그런데 우리가 이제 범죄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많으니까 알잖아요, 그렇게까지 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생명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황정은 : 그렇죠.
다드래기 : 몇 년 전에 구성애 씨 영상을 보니까, 북유럽 쪽인지 거기에서 하는 성교육 중에 그게 있더라고요. ‘뭘 해도 목숨이 그만큼 소중한 건 없으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다 줘라, 살아서 돌아오면 어른들이 해결해 주겠다.’ 그게 맞는 거잖아요. 버티려면 버티겠죠. 대신에 죽겠지. 죽고 나서 ‘이 아이는 순결하게 죽었습니다’ 이러면 무슨 소용이에요.
황정은 : ‘차라리 저항하지 마라’ 이 내용은 제가 한 3년쯤 전에 어느 여성학자 분이 강의에서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어요. 자기는 그렇게 얘기를 한 대요. ‘저항하지 말고 일단은 살아라’. 저항하면 죽으니까. 그게 참.... 이런 얘기를 하니까 지금 심장이 너무 뛰고...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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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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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