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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걸 저 | 책공장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길이 되기 위한 노력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도로 위에서 야생 동물의 죽음을 마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기꺼운 죽음이 있을리 없지만, 특히나 도로 위의 죽음은 피해 동물에게도 느닷없이 닥쳐오는 만큼 더 허망하다.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는 로드킬 저감을 위해 오랜 시간 연구해온 저자가 야생동물을 추적하고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관찰기이다. 강서 습지부터 지리산 산골짜기까지 저자의 다양한 생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토록 다양한 생명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나의 무지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 표범, 늑대와 같은 대형 동물이 자취를 감춘 이 땅에서, 야생동물의 가장 큰 적은 자동차가 되었다. 매년 2백만 마리로 추정될 뿐, 정확한 숫자조차 알지 못하는 도로 위 야생동물의 죽음에 관심을 갖게 하고, 무엇보다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를 가까이 듣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따뜻하다. (박숙경)
김초엽 저 / 최인호 그림 | 마음산책
이 시대의 작가 ‘김초엽’의 짧은 소설집
얼마 전 출간된 김초엽의 두 번째 소설집 『방금 떠나온 세계』를 ‘방금’ 읽었는데 또 신작이 나왔다. 올해 하반기에만 벌써 세 권. 김초엽 작가의 엄청난 속도에 놀라며 이번 신작 『행성어 서점』을 펼쳐 든다. 지구, 세계, 행성어, 사이보그, 빛의 속도. 이제 단어만 읽고도 김초엽의 소설을 눈치챌 수 있다. 『행성어 서점』은 마음산책의 짧은 소설 열두 번째 작품. 장애와 혐오, 이종(異種)간의 갈등과 공존, 환경 파괴 같은 동시대적인 문제의식을 짧은 소설 안에 녹여 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별종이다. 표제작 「행성어 서점」에는 뇌에 통역 모듈을 심어 수만 개의 은하 언어를 알 수 있는 세상에서 시술 부적응자로 살아가는 교수가 나오고, 「늪지의 소년」은 균사체 연결망이 집단 지능을 구축하고 있는 늪에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소년 이야기를 그렸다.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 김초엽은 또 김초엽했다. 소설 속 그림은 초현실주의 그림으로 주목 받고 있는 신예 일러스트레이터 최인호(Dion Choi)가 참여했다. (엄지혜)
조영미 저 | 산지니
대만여행 내년엔 한번쯤?
지난해 지인의 추천으로 '반교'라는 영화를 보았다. 배경은 반공이념으로 살벌한 계엄 시절 한 학교에서 실제 벌어진 대만의 학교다.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하려면 너무나 길어 각설하고 내가 받은 인상중의 하나는 우리나라의 6,70년대와 많은 면에서 닮아 있다는 것이다. 대만은 대한민국이 중국과의 수교 이후 수교 단절을 했던 과거가 있고 멀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여행지는 아니다. 하지만 유명 음료 프랜차이즈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작화 모델이 되었다는 이야기, 수많은 먹거리들로 유명한 곳 등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나도 늘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입맛만 다시고 있던 즈음 이 책을 보고 대만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그냥 여행기가 아니라 실제로 대만에서 4년간 체류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로컬의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내년쯤 대만 여행을 혹시라도 원하는 분들이 있다면 추천! (고상우)
오드 메르미오 저 / 이민경 역 | 롤러코스터
임신중지 이야기가 너와 나에게로 흐를 때까지
어떤 이야기들은 일어나고 있지만, 고립되어 흐르지 못한다. 내게는 '임신중지 경험'이 그랬다. 낙태죄 폐지 논쟁이 한창일 때, 이토록 대다수 여성이 경험하는 일이 함구되어 왔다니 새삼 놀랐다.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어떻게 우리의 경험을 말하고 공유하고, 막연한 공포와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나의 해결책은 없겠지만 오드 메르미오의 그래픽노블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를 읽으며 위안과 실마리를 얻었다. 이 책은 저자의 자전적 체험을 담은 1부와 임신중지 시술을 하는 남성 의사의 이야기를 담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임신중지를 비극적이거나 중압감만이 가득한 사안으로 다루기보다, 일상에서 겪는 고통과 고민을 다정하게 담아내며 우리에게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를 함께 생각하게 한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온기 가득한 그림처럼 이야기를 나눌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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