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지 않는 여행 작가' 김남희 인터뷰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는 여행 경력 15년차 베테랑 여행가 김남희의 ‘가만한 여행기’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정지시킨 2년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상과 사람을 여행하고 관찰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2.06
작게
크게

김남희 여행 작가

조심스레 불안의 시기를 건너왔다. 아직도 건너는 중이다. 무슨 힘으로 버텼나. 안타까운 거리를 두고도 어떻게든 나누려 애쓰던 따뜻한 마음, 다정한 말 한마디. 그 힘으로 버텨오지 않았나.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는 여행 경력 15년차 베테랑 여행가 김남희의 ‘가만한 여행기’다. 코로나19가 세상을 정지시킨 2년 동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상과 사람을 여행하고 관찰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원치 않게 발이 묶였지만 비자발적인 정지는 그가 주변 사람들과 삶을 돌아볼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한 가지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남겼다. 우리는 도와달라고 해도 괜찮다는 것을, 서로의 어깨에 기대도 괜찮다는 것을. 그러니 호의는 기쁘게 받을 일이다.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책 소개를 부탁드려요. 

‘여행 작가’인 제가 처음으로 ‘여행’을 떼어놓고 쓴 일상의 이야기들이에요. 여행하지 못한 지난 2년 간 제 삶을 버티게 해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죠. 어떻게 보면 앉아서 여행한 이야기이기도 해요. 멀리 가지는 못했지만, 일상이라는 공간을, 사람이라는 세계를 여행했거든요. 그 시간을 통해 결국 우리를 살게 하는 건 타인과 주고받는 다정한 호의임을 깨닫기도 했고요. 추운 겨울이 시작되었는데, 겨울밤에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려서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닐까 싶어요. 서로의 약함에 기대어서, 타인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하고 있어요.

책 처음에 나오는 고이치 선생님의 생전장에 다녀오신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Happy Death Day"라고요. 생전에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자리에 초대받으신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네, 정말로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무엇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제 고민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요. 저는 자주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그 중심이 늘 제 자신에게만 있었거든요. 품위 있게 죽어야 한다, 끝까지 나 자신으로 살다가 가야 한다, 이런 쪽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고이치 선생님의 생전장을 계기로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예의 같은 것을 고민하게 되었으니까요. 삶을 마무리하는 끝자리가 저를 저로써 존재하게 해준 가족과 벗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방과후 산책단 캠핑

여행을 이렇게 오랫동안 떠나지 못하신 적은 처음이실 것 같아요. 여행을 못 떠난 시기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분들처럼 저도 여행이 직업이다 보니까 팬데믹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았거든요. 또 저축도 없이, 그야말로 내일은 오지 않는다는 듯이 살아온 사람이라 더 막막했죠. 생계를 위해 에어비앤비며 방과후 산책단(여성들끼리의 국내 여행), 방과후 글쓰기단 (여행 글쓰기 수업) 등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했는데, 그 일들이 결국 제 세계를 더 넓혀줬어요. 코로나 시대에 저는 오히려 많은 분들을 새롭게 만나고, 그 분들 삶의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앉아서 유목하는 기분이 들 정도여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지난 2년 간은 여행을 못 떠났기 때문에 처음으로 집안에 식물을 들여서 실내에서 식물들을 가꿨는데, 그 일도 새로운 모험이었고요. 

결국 산다는 건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 행복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견하는 거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꼈던 특별한 감정이나 최근의 에피소드가 있나요?

네, 저는 행복이 결국 관계 맺기에 달려 있다고 보거든요. 제 자신과 맺는 관계, 타인과 맺는 관계,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 특히 자연과 맺는 관계. 그런데 팬데믹은 타인과 맺는 관계 자체가 부정당하니 우리들의 행복지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저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는 동안 가족과 친구, 이웃의 소중함을, 또 마주 앉아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 나누는 평범한 만남의 특별함을, 절절히 깨달으셨을 거예요. 인간은 접촉하고, 대면해야 하는 동물이니까요. 마주보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코로나의 시기지만 최대한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조심조심 만나고, 끌어안고,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코로나 시대가 우리에게 남겨준 긍정적인 유산이 있다면 ‘직접 만나서 맺는 관계’의 절실함에 대한 확인 같아요.


어느 여름날의 에어비앤비 조식

책을 읽은 분들 중에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에어비앤비에 가보고 싶다는 후기를 남겨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알고 계신가요?) 여행을 사랑하는 작가님이 에어비앤비를 시작하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곳이 작가님께 어떤 공간인가요?  

특별히 근사하지도 않고, 불편한 점도 많은 저희 집에 와보고 싶어하신다니 저의 독자님들도 취향이 특이하세요. (정말 감사드려요) 제가 성격이 좀 까칠하고,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심한 데다가, 사적인 공간에 대한 집착이 큰 사람이라 사실 숙박업에 전혀 맞지 않아요. 그래서 진작에 포기했던 일이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저희 집에 맞는 분들이 와주시더라고요. 책과 산책을 좋아하고, 고요히 머물기를 좋아하는 그런 분들요. 대부분이 20~30대 여성분들인데, 제가 에어비앤비를 하지 않았다면 젊은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이런 시간이 없었겠죠. 같은 시대를 살아가지만 저와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즐겁고 놀라워요. 그래서 지금 방 한 칸짜리 저희 집 에어비앤비는 제게 더 넓은 세계를 열어주는 문 같은 곳이 되었어요. 

다음 여행은 어디로 떠나실 건가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진다면, 내년 봄부터 여성 전용의 소규모 해외 트레킹 여행을 꾸릴 건데요. 조지아 트레킹, 이탈리아 돌로미테 트레킹, 키르기스스탄 트레킹 등을 계획하고 있어요. 너무 빠르게 찍고 도는 식의 패키지 여행에 대한 회의가 커서 좀 다른 패키지 여행을 꾸려보고 싶었거든요. 개인적인 여행은 아직 못해본 투르드몽블랑 트레킹과 알래스카 트레킹을 하고 싶고요. 




*김남희

여행가. 서른넷에 방을 빼고 적금을 깨 배낭을 꾸린 후 15년이 넘도록 유목민으로 살아왔다. 코로나로 여행이 멈춘 후 여행가로서의 삶도 잠시 멈추었다. 여행에 관해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며 살던 삶에 몇 가지 직업이 더해졌다. 에어비앤비 호스트, 방과후 산책단 리더, 방과후 글쓰기단 단장과 같은. 닫힌 공간 안에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깊은 이야기를 들으며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전 4권)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공저) 『라틴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길 위에서 읽는 시』 『여행할 땐, 책』 등이 있다.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호의는 거절하지 않습니다
김남희 저
문학동네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채널예스 # 예스24 # 7문7답 # 여행에세이 # 여행 #김남희 #호의는거절하지않습니다 #캠핑 #캠프 #방과후산책단
0의 댓글
Writer Avatar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Writer Avatar

김남희

1971년생 여성 여행가. 스스로 ‘까탈이’라 일컫는 저자는 강원도 삼척에서 나고 자라 아홉 살에 서울로 입성했다. 여덟 살 때, 포항에서 대구까지 혼자 기차를 타고 갔던 첫 여행의 황홀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남다를 바 없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을 졸업하던 해, 펼쳐진 인생이 막막해 유럽으로 두 달간 여행을 떠났다. 그 길로 여행 중독자의 대열에 합류, 영국에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터키대사관에 근무하던 시절에는 해마다 한 달씩 주어지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한 나라씩 돌기도 했다.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영국 버밍험대학 관광정책학 석사를 졸업하였다. 오마이뉴스에 2000년 ‘몽골 여행’ 연재를 시작으로 국토종단 도보여행기, 중국, 미얀마, 라오스, 티베트, 네팔 여행기 등을 연재했으며 현재 ‘까탈이의 세계여행’을 연재하고 있다. 월간중앙에 2003년 1월부터 12월까지 ‘동남아 여행기’를 연재했으며, 네팔에 체류하는 동안은 KBS ‘도전지구탐험대’의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다른 나를 찾고 싶다는 갈망, 더 많이 감사하고, 좀 더 겸손하고, 더 자주 웃는 자신을 보고 싶어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행길에는 항상 책이 있었다. 멀리 갈 수 없을 때도 책을 읽고, 멀리 떠나가서도 책을 읽는 그녀는 ‘여행은 몸으로 읽는 책,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라 말한다. 너무도 매혹적이라 책을 읽다 그곳으로 향하게 만든 책, 삶을 바꾸는 한 번의 여행에 관한 이야기, 오롯이 책을 위해 떠나는 여행…. 저서 『여행할 땐, 책』은 그렇게 여행지와 그녀를 연결해준 책에 관한 이야기다. 읽다 보면 떠나고 싶고, 읽다 보면 또 다른 책이 읽고 싶어진다. 돌아보면 그녀의 삶은 여행과 책이 관통하고 있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부적처럼 품고 산다.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와 청소년을 위한 ‘여행 학교’는 그렇게 품고 있는 여전한 소망이다. 지은 책으로는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유럽의 걷고 싶은 길』, 『일본의 걷고 싶은 길』,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라틴 아메리카 춤추듯 걷다』, 『이 별의 모든 것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살아보기』, 『길 위에서 읽는 시』 등이 있다. [한겨레21]에 「길 위에서 주은 한마디」를 연재했다. 지금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를 비롯해 중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네팔 등 30여 개국을 여행한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앞으로 4-5년간 인도, 파키스탄, 이란, 중동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돌면서 ‘7년간의 세계일주’ 목표를 완성할 계획이다. 세계일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외국인을 위한 문화 체험 게스트하우스를 짓고, 우리 땅 우리 흙을 무대로 하는 ‘청소년 여행학교’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