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시큰둥이 고양이』는 『위니를 찾아서』와 『안녕, 나의 등대』로 칼데콧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작가 소피 블랙올의 최신작이다. 한 소년이 유기묘 보호소 출신의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따뜻한 변화를 그린다. 실제로 유기묘를 입양해 오랫동안 키웠던 작가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더불어 만화적 표현과 회화적 표현을 함께 사용한 그림은 이야기가 가진 쾌활한 유머와 따뜻한 메시지를 동시에 전한다.
『시큰둥이 고양이』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습니다. 『시큰둥이 고양이』가 책으로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시큰둥이 고양이』에 대한 영감은 우리 가족의 반려묘였던 ‘클로디아’와 제 아들에게서 받았어요. 이 둘을 보면서 시큰둥한 고양이와 그런 고양이를 조건 없이 사랑해 주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써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죠. 2010년에 초고를 썼는데 그때 클로디아는 여섯 살, 제 아들은 열한 살이었어요. 이후로 원고를 아홉 번이나 고쳤어요. 각각 결말이 달랐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고요.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던 중에 ‘북 버디스(Book Buddies)’ 프로그램에 대한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됐습니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벅스 카운티 동물구조연합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이 보호소 동물들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 주는 활동이에요. 이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은 읽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동물들은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요. 프로그램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후 미국 전역의 보호소에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습니다. 도서 기부도 받고, 자체 도서관을 개발하는 등 프로그램을 확장시키기도 했고요. 이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깊고 단단한 유대를 쌓게 된 고양이와 어린이 들도 있는데요, 이들은 서로에게 새로운 가족이 되어 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바로 거기에서 『시큰둥이 고양이』의 결말을 찾았죠.
이전 작품들과 『시큰둥이 고양이』 사이에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작업한 책이 30여 권 정도 되는데, 그동안은 모두 원화로 작업했어요. 하지만 『시큰둥이 고양이』는 제가 디지털로 작업한 첫 작품이에요. ‘프로크리에이트’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어요. 시대의 변화를 새삼 실감하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업이었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 소년이 ‘푸키’였던 고양이에게 ‘맥시밀리언 오거스터스 그자비에’라는 아주 거창한 새 이름을 지어 주는 장면이었어요. (편하게 ‘맥스’라고 부르기는 하지만요.) 오랫동안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했던 주인공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서요. 그렇다면 작가님이 꼽는 『시큰둥이 고양이』 속 명장면은 어느 부분인가요?
저는 맨 마지막 장면을 가장 사랑해요. 주인공의 친구들이 와글와글 모여서 “우리도 고양이 키우면 안 돼요?” 하고 자기 부모님한테 애원하는 장면이요. 아이들은 자기가 그린 고양이 그림을 들고 있는데, 그 그림들에 각자의 성격이 담겨 있어요. 어떤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지도요.(말하자면 아이들의 ‘고양이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책을 보면서 아이들의 엄마 아빠가 누구인지도 맞혀 보세요. 재밌을 거예요.
『시큰둥이 고양이』에는 주인공의 고양이 ‘맥스’ 말고도 수많은 고양이들이 등장합니다. 고양이들 모두 다른 생김새와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요. 고양이들을 그리실 때 참고하거나 염두에 둔 모델들이 있었나요?
제가 사는 지역에도 유기묘 보호소가 있어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제가 고양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또 그림도 그릴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작업하면서 보호소에 여러 차례 방문했어요. 그곳에서 만난 고양이들은 『시큰둥이 고양이』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모델이 되어 주었고요. 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과 나눈 마음과 교감은 저와 제 작업에 아주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품의 헌사를 바칠 만큼, 작가님의 반려묘였던 ‘클로디아’는 『시큰둥이 고양이』에 큰 영향을 준 것 같은데요. 클로디아와 함께했던 시간 중 가장 기뻤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사실 클로디아는 말 그대로 전형적인 고양이였어요. 늘 까칠하고 시큰둥했죠. 그래서 클로디아가 때때로 다정하고 살가운 모습을 보여 줄 때면 저와 가족들은 놀라고 감동했어요. 우리는 그 작지만 소중한 순간들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면, 가족들의 다리에 이마를 대고 문지르거나(물론 곧 돌변해서 물기도 했지만요.)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계단 꼭대기에서 ‘갸르릉’ 하고 인사하고는 앞발로 우리를 슬쩍슬쩍 건드리곤 했던 모습들이요.
한국 독자들에겐 작가님의 칼데콧상 수상작인 『안녕, 나의 등대』와 『위니를 찾아서』뿐만 아니라 『산딸기 크림봉봉』, 『지구에 온 너에게』 등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각 권마다 소재도, 다루는 메시지와 분위기도 무척이나 다른데요. 작품을 구상하실 때 제일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그림책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많은 요건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책을 읽게 될 아이들’입니다. 제 그림책이 아이들을 웃게 하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고 싶은 재미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다음 작품은 쓰러져 가는 시골 농장과 그곳에 딸린 집에 사는 열두 아이들의 상상 속 삶을 담은 그림책이에요. 제목은 『팜 하우스(Farm House)』고요. 그리고 팬데믹을 이겨 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작업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기다려지는 것들(THINGS TO LOOK FORWARD TO)』이 출간될 예정이랍니다.
*소피 블랙올 (글·그림)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많은 신문과 잡지의 삽화를 그렸으며, '아이비와 빈 Ivy and Bean'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루비의 소원』으로 뛰어난 화가에게 주는 ‘에즈라 잭 키츠 상’을 받았으며 전통 옷, 붓글씨, 도자기 등 중국 문화를 잘 나타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2016년에 『위니를 찾아서』, 2019년에 『안녕, 나의 등대』로 칼데콧상을 두 번 받았다. 작품으로는 『프랑스로 떠난 기린 A Giraffe for France』, 『20가지 파티 요령 20 Party Tricks』등이 있으며, 현재 미국 브룩클린에 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눈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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