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특집] 인생은 아이러니한 균형 잡기 - 봉현 작가
삶 전체를 SNS에 담아낼 수는 없다. SNS가 없다고 해서 삶이 사라지지 않고, SNS를 한다고 해서 삶이 불완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아이러니한 균형 잡기니까.
글ㆍ사진 봉현
202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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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_봉현

매일 SNS를 지운다.

처음 SNS를 지운 날도 보통의 하루였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잠 못 이루는 새벽이 길어지고, 눈뜨자마자 인스타그램을 훑어보고, 밥 먹으면서 유튜브를 뒤적거리고, 길을 걸으면서 트위터를 들여다보는 게 당연한 날이었다. 대단한 각오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냥 지웠다. 손가락을 꾹 눌러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했다. 5초의 손가락 터치. 그뿐이었다.

SNS를 지우고 살자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다. 깜깜해서 주위를 볼 수 없고 저 앞의 희미한 빛을 향해 걷는 기분. 시선을 좌우로 돌릴 수 없게 되자 시간은 오롯이 내 편이었고 몰입의 연속이었다.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불필요한 것은 보지 않았다. 어떤 날은 완전한 해방감을, 어떤 날은 엄청난 피로감을, 어떤 날은 지독한 무감각을 얻었다.

마지막 6일 차, 금단 현상과 비슷한 괴로움을 느꼈다. 완전히 고립된 기분이었다.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익숙했지만, 내가 세상을 등 돌리고 사는 건 또 다른 것이었다. 고립과 독립은 한 끗 차이다. 우리는 자발적 독립을 꿈꾸지만 현실은 타인으로 인해 고립을 경험하고 아픔을 느낀다. 이번에 나는 자발적 고립을 선택해본 것이었고, 다시 성큼성큼 내 발로 되돌아가보니 사람들은 그동안 내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저 일주일 동안 SNS 안 했어요!”라고 외치기 전까지는.

「일주일 동안 SNS를 지우고 산 이야기」란 글은 트위터에서 리트윗 7500회를 넘어갔고, 뉴스레터 <봉현 읽기>의 구독자가 이틀 만에 1000명 넘게 늘었다.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 숫자를 보며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SNS를 지운 이야기가 SNS에서 흥하다니. 인생은 정말 아이러니다. 다 놓아버린 경험이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성취를 가져왔다

그 이후 디지털 디톡스를 한 것처럼 독소가 빠진 느낌이다. 이제는 가끔 SNS를 깔아서 챙겨 봐야 할 소식을 살피고 올려야 할 것들을 올린 뒤 SNS를 지운다. 오롯이 혼자 글을 쓰거나 책을 읽으며 하루를 조용하게 채운다. 대도시의 한복판에서 여행자로 사는 기분이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지 않겠다는 결심. 듣고 싶지 않은 말에 귀를 막을 자유.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침묵할 권리. 궁금해서 직접 찾아보고 배우는 기쁨. 때로는 모르는 것이 차라리 나은 좁고 작은 평화.

모든 것을 알 필요도, 모두와 잘 지낼 필요도,

내 모든 것을 다 내보일 필요도 없다.

삶 전체를 SNS에 담아낼 수는 없다. SNS가 없다고 해서 삶이 사라지지 않고, SNS를 한다고 해서 삶이 불완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인생은 아이러니한 균형 잡기니까. SNS 속 나와 SNS 바깥의 나는 양쪽 저울 위에 마음의 추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반듯한 평행을 유지한다. 하지만 종일 균형을 맞추는 건 피곤한 일이다. 가끔은 저울을 쉬게 한다. 양쪽 어디에도 없는 그냥 ‘나’로서.



*봉현

글 쓰고 그림 그리는 9년 차 프리랜서. 네 권의 에세이와 두 권의 앤솔로지를 냈으며 메일링 뉴스레터 〈봉현 읽기〉를 발행하고 있다. 에세이 『단정한 반복』(가제)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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