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의사가 직접 의사의 실제 생활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낸 『의사가 되는 골든타임』이 출간됐다. Q&A 형식으로 질문에 답변하며 저자가 그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들은 물론, 실제 의사가 하는 일, 채용 과정, 직업의 현실 등 의사 지망생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책 한 권에 모두 담았다. 의사의 현장을 더욱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의사가 되는 골든타임』을 지켜주기 위해 예비 의사들의 고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면서도 가끔은 냉철한 조언을 하며 멘토의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예비 의사들이 어엿한 의사로 성장하는 데 정확한 진단과 진로 처방전을 제시한 『의사가 되는 골든타임』의 양성우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예비 의사들을 위해 직접 책을 쓰셨다니, 의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책을 출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내과 전문의이자 수필가인 양성우입니다. 글쓰기를 너무 좋아해서 온갖 형태의 글쓰기에 도전하던 차, 이번에 이렇게 자랑스러운 저의 직업을 소개하는 글을 쓰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는 어린 시절 의사가 되기를 희망했지만, 단순한 장래희망이지 꿈이라고 보긴 어려웠습니다. 주변에서 주입받은 미래에 더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의사 아버지를 둔 아들들은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주변 모든 사람이 제가 의사가 되기를 바랐고, 저는 다른 직업을 가지리라고 감히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특이한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의사를 꿈꾸는 이들의 마음과는 다소 달랐을 겁니다.
대부분의 의사 지망생들은 의사의 삶을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접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판타지처럼 상상합니다.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운영하는 병원 바로 위층에 살면서 하교할 때는 대기실의 환자를 거쳐 집 대문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TV 속에 멋진 배우와 배경음악이 깔린 시청각이 아니라, 소독약 냄새 가득한 후각이 훨씬 기억에 가득합니다. 의사에 대한 환상 하나 없는 어린 시절 덕에 의사가 되기 싫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저도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결국엔 의사가 되었고 지금은 의사 아닌 제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전공의 시절 겪은 에피소드와 감정을 모아 수필로 책을 썼습니다. 그런데 마음속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사실을 담아 정보도 전달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 좋은 기회에 출판사와 인연이 닿았고, 이렇게 『의사가 되는 골든타임』을 쓰게 되었습니다.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기 위해 다시 의과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부의 양이 많기로 유명하고 그 과정 또한 만만치 않은 의과대학에 진학할 만큼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일반 4년제 대학을 다닐 때는 의사가 되리라 생각해 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다 가장 친한 친구를 병으로 잃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제가 큰 병을 앓았습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신체의 한계가 인간을 얼마나 구속하는지 절절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무 두려웠습니다. 그때 ‘두려움의 실체를 알면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저를 의업으로 이끌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님의 시원시원하면서도 솔직한 답변들이 눈에 띄는데요. 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이야기 혹은 이렇게 솔직하게 답해도 되나 싶은 조금은 말하기 곤란했던 이야기가 있을까요?
정말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저의 속내를 꿰뚫어 보셨습니다. 책을 쓰면서 질문하신 부분이 가장 큰 딜레마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의사의 미래가 그다지 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다른 의사 선생님들 모두 동의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온당치 못한 보험수가 아래서 필수 의료는 기형적으로 변해 왔습니다. 필수 의료는 가장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사명감으로 지망하는 과들입니다. 의대에서 배우는 대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에서 사명감으로 수행했던 수많은 의사들은 온갖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상당수가 떠나 버렸습니다. 후배들은 그런 선배들을 보며 ‘아, 필수 의료 과를 지망하면 저렇게 힘들구나. 나는 가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해 의대 지식을 뒤로하고 미용 등 비급여 과로 발길을 옮깁니다. 이들의 선택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은 의료를 지탱하는 필수 의료 과로 가장 많은 공부와 수련을 해야 하는 과입니다. 그런데 레지던트 모집이 안 됩니다. 아무도 지원하고 싶지 않은 과니까요. 그래서 레지던트 기간을 오히려 1년 단축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내과, 외과, 소아과에선 이미 시행되고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비의료인들은 이런 상황을 잘 모릅니다. 저는 의사니까 당연히 현실을 바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처음엔 원고에 이 내용만으로 신랄하게 가득 채웠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너무 솔직하지 않았나 혹은 너무 심하게 썼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의료의 상황을 잘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제 글을 읽는 독자를 한 번 떠올려 봤습니다. 의사를 꿈꾸는 독자들일 텐데, 이들의 꿈에 소금부터 뿌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썼던 내용을 전부 지우고 다시 중립을 지켜가며 글을 썼습니다.
앞서 의사의 미래가 어둡다고는 했지만, 의사는 분명 좋은 직업입니다. 남을 도우면서 평생을 살 수 있는 직업이 세상에 많지 않습니다. 안정적이면서도 존경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양가감정이 책을 쓰면서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이 마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현실판 같습니다.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드라마와 현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인기가 많아 본 적이 있습니다. 기존 의학 드라마와는 다소 궤를 달리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 책처럼 의료의 현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담으려 노력한 플롯 같았습니다. 의사로서 재밌게 시청했습니다.
예전 의학 드라마들은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피가 튀기고 죽음 앞에서 감정은 극대화됩니다. 배우들이 울고 소리 지르는 가운데, 귀가 찢어지도록 웅장한 배경음악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다른 의사 선생님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피로감 때문에 의학 드라마를 2회 이상 시청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이런 일들이 현실에서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살 수는 없습니다.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버티지 못합니다. 무덤덤해지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죽음 앞에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려니 하지 않으면 평생 자기 직업으로 삼기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의사’로서 에세이를 출간하신 데 이어 문단에 등단하고 문학상을 받을 만큼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신데 계획 중인 다음 작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지금껏 의사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썼으니 이제는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사실 예전엔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습작도 몇 편 썼습니다. 그런데 아내 말로는 너무 재미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소설은 이제 접기로 했습니다. 제 중심은 언제나 의사니까요. 의학 정보는 영양이나 면역 등에 관련한 글을 써 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책으로 만들어져 널리 읽히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작품 활동 외에도 유튜브, 브런치 등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신데 이러한 채널들을 통해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제 생각을 표현하고 독자 또는 시청자와 공감할 때 희열을 느낍니다. 작품 활동뿐 아니라 유튜브, 브런치, 언론 기고 등 모두 기본은 글쓰기입니다. 제가 쓴 글이 어떤 형태로든 상대에게 전달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유튜브, 브런치 등 여러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생각입니다. 여러 채널을 통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고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책을 집필한 소감과 의사가 되고 싶은 독자에게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부족한 제가 의사를 대표하는 글을 쓸 수 있어 큰 영광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예전의 경험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기도, 일부 트라우마 생각나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의미로 좀 힘들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은 몰랐거든요. 환자로 가득 채워 하루 내내 진료를 하고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일 끝나고 집에 와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 다 늦은 밤에 글을 쓰다 꾸벅꾸벅 존 적도 많았습니다. 다 끝난 지금이 여러모로 너무 행복합니다.
독자 여러분, 의사는 좋은 직업입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좋은 직업이 맞습니다. 제 아들이 의사가 되고 싶다 하면 “꼭 그 힘든 일을 하고 싶니?”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내심 자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런 제 마음을 담아 글을 썼습니다. 제 진심이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양성우 글 쓰는 내과 의사. “오늘 말을 나눴던 이가 다음 날 죽어도 일상처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과 의사의 숙명 앞에서, 그럼에도 보통의 일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삶을 응시하는 글을 쓴다. 때로는 본인이 제일 슬프면서도 의사를 위로하는 보호자의 모습 속에서, 때로는 죽음을 앞둔 자신보다 살아갈 누군가를 걱정하는 환자의 모습 속에서 ‘삶이란 무엇인지’ 배워가는 중이다. 월간 시사문단 「수필」로 등단하였으며(2019), 제18회 한미수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와 빈여백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분당제생병원에서 내과 전문의를 수료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을지대학교병원, 분당제생병원을 거쳐 현재 대전 코스모내과 원장을 지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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