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말 <'The ReVe Festival' Finale>의 성공 이후 자체 이슈로 홍역을 치른 레드벨벳은 지난 해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한번 페스티벌을 개최한 이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안고 과거의 영광을 꿈꾼다. 먼지 쌓인 전원 스위치를 올리자 관객을 반기는 건 EDM 트랩 비트 위로 흐르는 클래식 선율. 'G 선상의 아리아'를 차용한 'Feel my rhythm'은 수백 년 전 명화들을 오마주한 뮤직비디오까지 선보이며 시공간을 넘나든다.
바흐의 원곡 구절을 그대로 가져와 타이틀 곡 전면에 내세운 시도는 상반된 시각을 낳는다. 우선 무난한 작법의 틀 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분투했음은 분명하다. 동시에 나머지 요소들을 전부 빨아들이는 블랙홀로도 작용한다. 곡을 관통하는 파격 샘플링 앞에 촘촘히 쌓아 올린 하모니는 잠시 이목을 끌다가도 다시금 주도권을 내주고 만다.
축제의 실상은 뜨거운 오뉴월의 정열보다 푸르른 봄의 피크닉에 가깝다. 색소폰 터치가 돋보이는 댄스 팝 넘버 'Rainbow halo'는 신록의 계절을, AOR(Adult-oriented rock)풍의 'Bamboleo'는 광활한 평원을 그려낸다. 다소 건조하게 다가오는 알앤비 넘버 'Beg for me'와 'Good, bad, ugly' 역시 동일한 계절감을 벗어나지 않고 일관성을 갖춘다.
'In my dreams'는 페스티벌의 대미를 수려하게 장식한다. 음역대의 높낮이를 부드럽게 매만진 목소리의 조화가 공간감을 형성하고 꿈결처럼 포근한 여운을 남긴다. 새롭게 제시한 낯선 세계의 대한 거리감은 고유한 보컬 시너지로 일부 상쇄된다.
레드벨벳은 야심 차게 승부수를 띄웠다. 3년 전 끝맺었던 놀이공원 테마를 다시 끌어오되 서양 고전의 풍경을 바탕 삼아 설계도를 그려 새 방법론과 지속가능성 사이 절충안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양날의 검이 되어 개성을 도려낸 접붙이기는 내실보다도 단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근사한 간판에 목적이 있는지 의문점을 남긴다. 카니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멤버들의 자체 콘텐츠가 주최 측의 부푼 홍보 전략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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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