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푸르른 봄의 피크닉
레드벨벳은 야심 차게 승부수를 띄웠다. 3년 전 끝맺었던 놀이공원 테마를 다시 끌어오되 서양 고전의 풍경을 바탕 삼아 설계도를 그려 새 방법론과 지속가능성 사이 절충안을 내밀었다.
글ㆍ사진 이즘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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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The ReVe Festival' Finale>의 성공 이후 자체 이슈로 홍역을 치른 레드벨벳은 지난 해 으로 정면 돌파를 감행한다. 허나 재도약의 발판으로 꺼내든 카드는 팀의 존속 여부에 대한 불안을 잠재우는 데 그칠 뿐 왕관 탈환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독특한 콘셉트와 실험적인 사운드가 결핍된 평범한 왕국은 다채롭게 쌓아 올린 디스코그래피 속 미미한 존재감만을 남겼다.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한번 페스티벌을 개최한 이들은 풍부한 상상력을 안고 과거의 영광을 꿈꾼다. 먼지 쌓인 전원 스위치를 올리자 관객을 반기는 건 EDM 트랩 비트 위로 흐르는 클래식 선율. 'G 선상의 아리아'를 차용한 'Feel my rhythm'은 수백 년 전 명화들을 오마주한 뮤직비디오까지 선보이며 시공간을 넘나든다.

바흐의 원곡 구절을 그대로 가져와 타이틀 곡 전면에 내세운 시도는 상반된 시각을 낳는다. 우선 무난한 작법의 틀 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분투했음은 분명하다. 동시에 나머지 요소들을 전부 빨아들이는 블랙홀로도 작용한다. 곡을 관통하는 파격 샘플링 앞에 촘촘히 쌓아 올린 하모니는 잠시 이목을 끌다가도 다시금 주도권을 내주고 만다.

축제의 실상은 뜨거운 오뉴월의 정열보다 푸르른 봄의 피크닉에 가깝다. 색소폰 터치가 돋보이는 댄스 팝 넘버 'Rainbow halo'는 신록의 계절을, AOR(Adult-oriented rock)풍의 'Bamboleo'는 광활한 평원을 그려낸다. 다소 건조하게 다가오는 알앤비 넘버 'Beg for me'와 'Good, bad, ugly' 역시 동일한 계절감을 벗어나지 않고 일관성을 갖춘다.

'In my dreams'는 페스티벌의 대미를 수려하게 장식한다. 음역대의 높낮이를 부드럽게 매만진 목소리의 조화가 공간감을 형성하고 꿈결처럼 포근한 여운을 남긴다. 새롭게 제시한 낯선 세계의 대한 거리감은 고유한 보컬 시너지로 일부 상쇄된다.

레드벨벳은 야심 차게 승부수를 띄웠다. 3년 전 끝맺었던 놀이공원 테마를 다시 끌어오되 서양 고전의 풍경을 바탕 삼아 설계도를 그려 새 방법론과 지속가능성 사이 절충안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양날의 검이 되어 개성을 도려낸 접붙이기는 내실보다도 단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근사한 간판에 목적이 있는지 의문점을 남긴다. 카니발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멤버들의 자체 콘텐츠가 주최 측의 부푼 홍보 전략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레드벨벳 (Red Velvet) - 미니앨범 :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Orgel ver.]
레드벨벳 (Red Velvet) - 미니앨범 :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Orgel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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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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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 웬디, 아이린, 슬기, 조이, 예리 Red Velvet (레드벨벳)은 SM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걸그룹으로 강렬하고 매혹적인 '레드'와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벨벳'의 이미지에서 연상되듯, 색깔 있고 세련된 음악과 퍼포먼스로 전 세계를 매료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레드와 벨벳 콘셉트를 번갈아 선보인 독특한 전략으로 글로벌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메인 보컬인 웬디, 리드보컬 슬기, 서브보컬 조이, 랩 파트를 맡고 있는 아이린과 예리까지 총 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4년, 데뷔 2주 만에 음악방송 정상에 선 첫 싱글 '행복(Happiness)'을 시작으로 S.E.S의 원작을 커버한 'Be Natural'마저 정상권에 올리며 가요계를 이끌 특급 신인으로 주목받은 이들은 성공적 데뷔 시즌의 성과를 바탕으로 "골든디스크", "서울가요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차세대 걸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듬해 예리를 영입, 5인조로 발표한 EP [Ice Cream Cake]는 레드와 벨벳의 느낌을 한 작품에 녹이며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이어서 발매된 정규 1집 [The Red]의 타이틀곡 'Dumb Dumb'은 주요 차트 1위를 석권하며 화제를 모았고, 뒤이어 EP [The Velvet]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부드러운 매력을, 유튜브 1억 뷰를 돌파한 'Russian Roulette'에선 비비드 한 매력을 선보였다. 귀엽고 재치 있는 팝 댄스 트랙 'Rookie', 시원한 여름의 분위기를 담은 '빨간 맛'은 팬덤을 넘어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았으며, 앨범 전체에 국내외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 정규 2집 [Perfect Velvet]의 타이틀곡 '피카부'로 현 세대의 쿨한 사랑 방식을 업 템포 넘버로 표현하기도 했다. 2018년 [The Perfect Red Velve]의 타이틀곡 'Bad Boy'는 리패키지 앨범임에도 오랜 시간 차트 상위권에 랭크되며 유튜브 2억 뷰를 달성했고, 같은 해 여름 EP [Summer Magic]의 'Power Up'은 음악방송 10관왕을 차지에 이어 미니 5집 [RBB]로 연말 가요계를 이끌었다. 이듬해 EP ['The ReVe Festival' Day 1]의 '짐살라빔 (Zimzalabim)'과 ['The ReVe Festival' Day 2]의 '음파음파 (Umpah Umpah)'로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