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생각한다는 건 나를 생각하는 일이다. 덜 쓰며 내 욕망의 깊이를 들여다봤다면, 더 벌며 내 행복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덜 쓰며 경제적 에어백을 갖추었다면, 더 벌며 경제적 자유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면, 다른 무엇도 아닌 내 삶을 오롯이 책임지고 싶다. 나를 잘 알고 잘 쓰며 마음껏 행복할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자유다.”
즘 '경제적 자유'라는 말을 많이 쓰죠? 여러분은 경제적 자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돈 걱정 안하고 자유롭게 사는 것? 이른 나이에 악착같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돈을 모아서 조기 은퇴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과연 얼마를 모아야 조기 은퇴할 수 있을까요? 그때가 되면 더 벌지 않아도 정말 괜찮아질까요?
경제적 자유 라는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더니, 이런 답변이 있더라고요. “경제적 자유라는 건 상대적 개념입니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죠. 지금 당장은 한달에 100만원만 누가 준다고 하면 일 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매달 100만 원이 생기면 만족할까요? 쉽지 않아요. 더 좋은 걸 갖고 싶고 더 좋은 곳에 살고 싶죠. 1,000만 원이면 만족할까요? 현실에 만족하는 마음이 없다면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흔히 '돈 걱정 안하고 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하지만 아무리 줄이고, 모으고, 벌어도 결국 나 자신의 마음에 따라 경제적 자유는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늘은 나다운 경제적 자유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을 나눠볼까 합니다.
오늘 하려는 이야기가 돈 왕창 벌어서 조기 은퇴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혀요. 그것보다는, 그것을 향해 가는 길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고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한 이야기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사람의 욕망은 무한하고 자신만의 기준이 없다면 누군가 “당신은 경제적 자유를 이뤘네요.”라고 말해도 자신은 끝내 아니라고, 행복하지 않다고 할지도 몰라요. 반대로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하다면, 수십 억, 수백 억이 아니라도 더 일찍 경제적 자유를 찾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더 버는 내가 되는 법』을 읽은 덕이에요. 이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는 경제적 자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경제 생활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유'. 그러니까 다시 말해 꾹꾹 참고 견디다가 어느 날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짠 하고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가 경제적 자유가 아니라, 지금 내가 나의 경제 생활을 내 주관에 따라 계획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다면 그게 경제적 자유의 ‘상태’가 아닐까 하는 거죠.
그런 경제적 자유의 상태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 까요? 그건 어떤 사람에게 가능한 일일까요? 이 책을 쓴 김짠부 님은 그게 특별한 누군가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김짠부. 유튜브 채널 '김짠부 재테크'의 바로 그 김짠부 님이에요.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등장해 재테크하는 MZ세대의 대표주자 느낌으로, 가계부 언박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죠. 지금은 무려 47만 유튜버가 되었어요. 커피값 아끼고, 옷 안 사고, 만보기 앱을 켜고 걷는 것까지 돈으로 환산해 한 푼 두 푼 모으더니 결국 30살이 되기 전 시드 머니 1억을 모으기도 했고요. 그 어렵다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한 보기 드문 요즘 것들이죠.
그런데 채널을 처음부터 본 사람이라면 알 거예요. 그의 첫 책에도 나오지만, 그는 원래 극강의 욜로족이었어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건 다 사고, 꾸미는데 돈을 아까지 않았죠. 월급 170만 원을 받으면서 한 달에 카드 값으로 월급을 초과하는 돈을 써가며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자신의 외모, 학력 콤플렉스를 해결하려고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렇게 20대 초반을 살던 어느 날 문득 20대 중반이 되면서 무언가를 깨닫고 자기만의 소신을 갖고 짠테크를 시작하게 된 거죠. 대체 어떤 심경의 변화였는지, 그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는 첫 책을 보시면 자세히 아실 수 있을 거고요.
오늘은 그렇게 덜 쓰는 영역을 넘어 이제는 더 버는 영역으로 가면서 쓴 두 번째 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 책의 부제는 ‘인싸’도 ‘아싸’도 아닌 ‘그럴싸’의 경제적 자유입니다. 짠부 님은 스스로 여전히 '내가 왜 40만 유튜버인지 의아하고 신기하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이름부터 외모, 심지어 본명까지 눈에 띄는 것 없이 모든 게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죠. 자신감 넘치는 인싸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일 혼자 방구석에 있는 아싸도 아니지만 사람들 속에서 겸손과 쭈굴 그 어디쯤을 늘 떠도는, 말하자면 그럴싸한 사람.
세상에는 사실 인싸와 아싸보다 그런 중간지대에 있는 본인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덜 쓰기의 영역에서 더 벌기로 넘어갈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경제적 자유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짠부님의 MBTI는 ENFP라고 해요. 재기 발랄한 활동가인 이런 유형은 사람 좋아하고, 하고 싶은 거 많고, 무계획이죠. 그래서 MBTI 유형 중 항상 돈 못 모으는 유형 상위권에 있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돈을 모을 수 있었냐고 물었을 때 짠부 님은 ‘1억 모으기’라는 재무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든 여행 다니는 삶, 가격 고민 없이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삶, 드림 카를 몰고 드라이브하는 모습을 상상한 거죠.
드림 카를 타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입고, 읽고, 들을지 아주 세세하게 상상하며 그것이 현실로 된다고 생각할 때 가슴이 뛰었고, 가슴 뛰는 목표가 생기자 미친듯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됐다고 해요. 계획만 세우고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자세히 상상하다 보면 우선순위가 명확해지고 지금 뭘 해야할지 알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계획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자신을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재기 발랄한 활동가가 재기 발랄하지도 않고 활동도 못하면 돈 모으고 버는 것이 애초에 가능하지 않으며, 의미도 없으니까요. 짠부 님은 덜 쓰는 일이 무분별한 욕망을 덜어내는 일이었다면, 더 버는 일은 돈과 관련된 모든 일에 나를 얼마만큼 더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요즘은 가전제품 하나 사는 일에도 가전의 영역을 벗어나, 나로 채워야 하는 옵션이 생기는 세상이죠.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는 물론이고, 펄이 들어간 게 좋은지, 매트한 게 좋은지, 옷이 좀 망가져도 건조기가 꼭 필요한 사람인지, 의류관리기 정도면 만족하는 사람인지, 빨래는 아예 신경도 쓰기 싫어서 세탁 서비스를 이용해야하는 사람인지 등등. 이런 옵션들을 잘 활용하면 돈과 시간, 에너지가 절약되고, 그 에너지는 더 버는 일과도 연결되는데, 그러려면 평소에 나를 잘 알고 탐구하고 가꾸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전반이 결국은 '나다움'을 알기 위해 돈의 영역에서 어떤 것까지 했는지 그 시도의 기록으로 보였어요.
짠부 님은 유튜브도 하지만 ‘김짠부의 가계부 일기’라는 팟캐스트도 하고 있어요. 저도 종종 듣는데,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똑 부러지고 재기 발랄한 모습도 있지만 가끔은 다운되고 힘든 모습도 그대로 있어서 더 가깝게 느껴지더라고요. 짠부 님은 이 팟캐스트가 자신에게는 심리 치료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진짜 팬만 모여있는 이 공간에서 좋아하는 것도 말하고 힘든 것도 여과없이 말하는 게 큰 위로가 된다고 해요.
근로소득을 넘어 사업소득으로, 덜 쓰는 삶에서 더 버는 삶이 될 때 자신을 알리고 보여주는 일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모든 걸 수익화 하고, 파이프라인을 늘리라고 말하는 세상이지만, 자신의 힘들고 좋지 않은 면을 풀어놓을 숨 쉴 구멍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요. 다른 곳에서 돈을 버니까 이곳에서만큼은 돈 생각 안하고 여유롭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 상태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경제적 자유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경제적 자유를 이뤄도 일하며 살고 싶다’라는 말에서의 일이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한 일이다. 우리 각자 그때를 위한 자신만의 일, 일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추천기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혜민(크리에이터)
밀레니얼 인터뷰 채널 '요즘 것들의 사생활'을 운영하며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등을 썼다. 나다운 삶의 선택지를 탐구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