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일용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범죄 유형별 심리학 이론부터 범죄자들의 심리를 간파하고 생활 속에서 예방하는 법을 실제 프로파일링 사례와 함께 이 책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에 담아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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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용 저자

2000년대 대한민국을 뒤흔든 연쇄살인 사건들 이후 범죄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으로 자신의 부모와 자녀를 학대 살해하거나, 그루밍 성범죄, 디지털 범죄, 동물 학대 등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 형태는 점점 은밀하게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다. 매일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끔찍한 범죄 소식은 우리를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한다. 끔찍한 범죄는 왜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가?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인가? 우리는 왜 그 심리를 알아야 할까?

연쇄살인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최근 각종 프로그램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범죄의 실체를 파악하고, 범죄의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지 직시하는 일이 점점 교묘해지는 범죄 속에서 서로를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예방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범죄 유형별 심리학 이론부터 범죄자들의 심리를 간파하고 생활 속에서 예방하는 법을 실제 프로파일링 사례와 함께 이 책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에 담아냈다.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에 어떤 내용을 담고자 하셨나요?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는 ‘악’과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과 끝없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자 하였습니다.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공감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범죄 예방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이 부분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기억해야 할 것은 악인들의 이름과 범죄 행위가 아니라 그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겪고 있는 고통과 아픔입니다. 비난받고 처벌받을 사람은 범죄자이지 ‘어리석게’, ‘조심하지 않아서’ 피해를 당했다고 자책하는 피해자들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그때와 다른 모습으로 진화하여 교묘하고 은밀하게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범죄와 그 범죄를 저지르는 악인들의 심리를 들여다보았고, 그 ‘악’에 맞서는 대다수의 ‘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선’은 분명히 ‘악’을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 심리학과 사회학, 범죄학의 여러 연구와 이론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022년 현재, 범죄는 어떤 형태로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나요? 그리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악은 점점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CCTV, 휴대전화, 블랙박스, 의식 수준, 미디어의 발달 등으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분노의 감정을 물리적 공격으로 표출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연쇄 범죄로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범죄 신고율이 매우 높아지기도 했고요. 그렇다 보니 이제는 정서적으로 학대로 고통을 가하는 형태로 범죄가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가스라이팅, 그루밍 성범죄, 스토킹, 보이스 피싱 등입니다. 특히 디지털 성 착취범죄는 매우 ‘진화된 연쇄살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이코패스가 하는 온갖 행위를 그대로 하면서 피해자들을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하고, 그 영상으로 돈까지 챙기는 교묘하고 악랄한 범죄라고 할 수 있죠.

사이버 범죄가 다양해지고 극악무도해지면서 사이버 수사도 단기간에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어왔습니다. 22년 만에 스토킹 법안이 통과되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는 등 다소 늦었지만 법적인 변화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법의 개정, 양형 기준을 바꾸는 방안도 물론 중요하지만, 범죄에 대한 안일한 인식을 바꾸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범죄를 남의 일로 가볍게 여길 게 아니라 강력하게 차단하는 것이 우리의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수법은 점점 교묘해진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럴수록 사건 해결이 까다로워지지 않을지 두렵게 느껴집니다.

워낙 다양한 유형의 범죄가 존재하다 보니 각각의 범죄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는 맞춤형 예방법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피해자들의 공통점이나 특성을 찾는 것은 예방적인 측면에서 큰 의미가 없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특성과 범죄 수법, 심리를 알아내고 예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각각의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에 맞게 법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은 늘 범죄의 뒤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처벌강화 못지않게 양형 기준들이 현실성 있게 조정되기를 바랍니다.

현대사회는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학 수사도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범죄 상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크게 위축시킵니다. 실제 사건 현장에서 경험한 이야기나 프로파일링 사례를 여러분과 공유하려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범죄 상황과 범죄자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일상을 위축시키는 두렵고 불안한 범죄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현대 사회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범죄는 그 환경을 없애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 마음의 단속’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내 마음의 범죄 환경을 없애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늘 제시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예컨대 우선 문단속을 잘하는 것, 인적이 드문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한다거나 범죄자들이 쉽게 침입하는 구조의 집들을 새롭게 설계하고, 공원의 조명을 좀 더 밝게 설치하는 제도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몇 가지 범죄 유형을 설정해 시뮬레이션을 하며 몸에 익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요.

그런데 그런 물리적 범죄 위험 환경을 없애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내 마음의 단속'입니다. 내 마음의 범죄 환경을 없애는 것도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불분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려 노력하고, 항상 가짜 정보에 대한 검증과 확인 과정을 거치고, 사회 구성원에 대한 서로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죠. 소위 말은 쉽지만 어렵다는 것이 사회 구성원 간 신뢰의 회복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범죄자들은 이 허점들을 끝없이 파고들 것입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반드시 잘된다는 믿음을 지켜가는 것 또한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회 구성원에 대한 서로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것이 범죄 예방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말씀드린 것처럼 범죄가 사람에게 직접적이고 물리적으로 고통을 가하기보다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중요합니다. 여전히 많은 분이 ‘나 먹고살기도 힘든데 남을 살필 여유가 어디 있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나 홀로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세상이 아닙니다. 나의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는 삶이 아니면 그 누구도 잘 살아갈 수 없습니다.

내가 순식간에 보이스 피싱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피해자가 나의 가족, 친구 혹은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인식 변화에 따라 한 개인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와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어야만 그런 범죄로부터 우리 가족과 사회를 지켜내고 예방할 힘이 됩니다. 범죄자들이 노리는 것은 신뢰가 파괴된 사회입니다. 신뢰가 파괴된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그들은 교묘히 파고듭니다. 서로 신뢰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선량한 우리 대다수는 ‘악’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프로파일러로 활동하시면서 잔혹하고 끔찍한 사건을 되짚어보는 일이 힘들지 않으셨나요? 힘든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종종 내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그 많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하세요?” 물론 쉽게 해소하지 못하죠. 그럼에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가족과 동료, 즉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유대와 교감의 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교감과 소통의 시간은 범죄에서 해방되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고립감을 느낄 때 가장 심리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서 열흘씩 수사본부에서 일을 하고 나오면 그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도 동료와 함께 밥을 먹고 차도 마시며 서로의 고충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삶을 이렇게 돌보고 가꾸려는 노력 자체가 나 자신을 급작스러운 분노와 공격성에 노출되지 않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사회적 상황이 변해도 ‘나’를 지켜갈 수 있습니다. 목표는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교감에서 계속 유지되는 힘을 얻게 됩니다.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나와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범죄가 내 곁에 다가와 있는 것처럼 불안하고 두려운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소리 없이 스며드는 범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처해야 합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과 무력감만 있으면 사회와의 유대관계가 단절되기 마련이고, 그럴수록 안전한 사회는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지켜주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잔혹한 범죄 사건을 마주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사건이 일어나는 심리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피해자를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여러분의 삶에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던지는 여러 화두가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범죄를 예방하는 논의를 이끌어내기를 바랍니다.



*권일용

대한민국 경찰청 제1호 프로파일링 마스터이자 범죄학 박사. 30여 년간 약 1,500건의 강력사건 범죄 현장에 투입되었으며, 1천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했다. 1989년 형사기동대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후 형사와 현장감식요원을 거쳐, 2000년부터 프로파일러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CSI) 범죄분석관,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장, 경찰수사연수원 교수(프로파일링, 강력수사 담당)를 역임하며 경찰 최초 프로파일링팀의 창설과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경찰청 제1호 범죄분석 마스터’ 인증을 받았고, 2011년 대한민국 과학수사대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국민훈장 옥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2017년 경정 계급으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현재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겸임교수, 광운대 범죄학과 겸임교수, 경찰청 한국KCSI학회 법심리분과위원장, 경찰청 과학수사·대검 과학수사·해양경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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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용 저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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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