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편리한 도시의 삶을 접어두고, 아이들과 함께 아무것도 없는 시골로 훌쩍 떠난다면?
김선연 저자가 경험한 '시골 육아'란, 아이는 모자람 없이 배우고, 부모는 잔소리 없이 우아하게 육아하는, '행복' 그 자체다. 『시골 육아』에는 시골에서 이뤄낸 아이와 부모의 눈부신 성장담과 그 무해한 순간들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한 시절을 보내고 싶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망설이는 부모들에게, 그리고 질 좋은 교육과 교우 관계가 도시 한정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자녀의 등원 거부, 자기 주도 학습, 편식, 자신감과 자존감 등의 문제로 지친 도시의 엄마들에게 하나의 슬기로운 대안이 되어 줄 것이다.
독자분들에게 작가님과 책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어 교사’라는 메인 정체성으로 20년을 살면서도 언젠가는 ‘작가’라는 정체성으로 가지길 소망했던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일과 육아에 지쳐 '쉼'을 가지고자 아이들과 시골 1년 살이를 했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긴 덕분에 드디어 ‘작가’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네요.
『시골 육아』는 능력을 갖추면 ‘나’의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도시 엄마가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지친 채로 아이들과 시골로 내려간 경험을 담았어요. 제 유년의 시골 생활이 줬던 '치유의 힘'을 더듬어서 내린 선택이죠. 저와 아이들은 시골에서 숲길과 논둑을 누비며 성공과 성장을 재촉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를 긍정해 나가는 방법을 매일 배우고 있어요. 그 성장담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시골로 떠나기 전에 도시에서의 삶은 어땠나요? '도시 육아'와 '시골 육아'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도시에서의 저는 쇼핑을 하고,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주며 기분을 내곤 했습니다. 손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이 널린 환경이었으니까요. 아이들이 조금 아프면 집에서 쉬면 된다는 걸 알았지만, 제가 출근하기 위해서는 아이들도 어린이집에 가야 하니, 바로 약을 먹이고 병원에 보내는 식이었어요.
그런데 문득 저를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고 있더라고요. “엄마 힘드니까, 어서 준비하자”라며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은 '너희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말하면서요. 언젠가 둘째가 장난치다가 저에게 매달렸는데, 그날 낮부터 꾹 참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폭발해서 느닷없이 아이에게 화를 내고 말았어요. 그런데 아이는 상처받은 기색이 역력한데도 “엄마, 나는 기분 나쁘지 않아요. 나는 엄마가 힘들어하고 있는 거 알아요”라며 저를 감싸주었어요. 그때 아이는 고작 네 살이었습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들을 여리고 무해한 아이들에게 마구 쏟아내는 일상이 끔찍해서, 일을 쉬고 '회복의 시간'을 갖기로 했어요. 건강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과 다정한 시간을 가지고자 시골로 가기로 다짐했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시골을 좋아했거든요.
제가 시골 육아를 하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시골 육아를 예찬하는 것은 아니에요. 도시의 교육과 생활 인프라는 잘만 활용하면 훌륭한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무시 못 할 장점이죠. 다만, 제 아이들의 기질을 고려했을 때, 시골 육아가 ‘지금’ 아이의 성향에 더 잘 맞았을 뿐이죠. 우리 가족에게는 느긋하게 성장하는 삶이 어울렸거든요.
덕분에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관찰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가감 없이 표현하며 지내고 있어요. 단조로운 자연 속에서도 아이들은 절대 따분해하지 않아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이 오감을 통해 스스로 통찰하며 체득한 것은 오래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삶의 무대가 아예 달라진 만큼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겠네요. 그럼 반대로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디에 살든, 일상의 잡다한 문제들은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특히, ‘관계’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어디에나 있어요. 아이들이 공교육을 받는 만큼 교육, 교우 관계에 대한 문제들은 속세를 떠나지 않는 한 품고 가야 하는 문제예요. 지금 우리 아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친구 관계'더라고요.
다만, 시골에서는 자연스러운 삶의 풍경을 보면서, 인간적인 감정과 갈등 또한 자연스러운 결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연이 '감정의 완충제' 역할을 해주는 거죠. 관계의 가장 핵심인 ‘나’를 돌보고 지키는 법을 일깨우도록 도와주고요. 속상한 일이 있으면 도시에서 몇 날 며칠을 앓던 아이들이 시골에 와서 많이 달라졌어요. 낙동강 강물에 몸을 담그며 놀고, 마을 솔밭을 뛰어놀며 솔방울을 주우며 자신의 마음을 다독여요. 그렇게 스스로 괜찮아지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어요. 그것들이 어떻게 아이를 편안하게 하는지는 아이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인 듯합니다.
20년 차 교사이신 만큼, 시골 학교와 도시 학교의 교육 방식 차이를 더 실감하실 것 같아요. 작가님 주변에서도 아이들 교육 문제로 시골 행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실제로 시골 학교(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보니 어떤가요? 시골에서 도시 아이들과 교육 격차 없이 키우는 것이 가능할까요?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교육이 시작되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의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가 시골에 적응할 수 있을까', '나중에 도시에 돌아오게 되면 학력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고요. 시골행을 결심하는 데 아이의 학업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기 때문에, 저는 아이와 함께 ‘내가 공부하는 이유’를 먼저 정립했습니다. 공부는 살면서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니까요. 공부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둘러싼 환경과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공부를 정의 내리니까 조급함이 덜해졌어요.
우리가 어디서 살든 환경이 주는 고유의 혜택을 잘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령 우리가 지내는 시골 교육은 ‘생태 교육’에 적합하답니다.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책임지고 텃밭을 일구고 동물을 보살펴요. 1학년인 첫째는 ‘실버’라는 잉어를 맡아 돌봅니다. 4학년 선배들은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맡고요. 둘째는 매일 염소를 보살피고 텃밭을 일굽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와 작가님들이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을 맡아서 전통 음악, 미술, 목공, 전래 놀이를 가르쳐주세요. 모두 무료로, 4시 30분까지 충분히 배우고 놀 수 있는 양질의 공교육을 제공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교육의 질과 양도 높아졌고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기만의 속도’로 ‘지금, 여기서 행복’하게 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모이다 보니 전반적인 불안감도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부모는 내 아이가 가진 고유의 결을 존중하며 뿌리를 단단하게 키우면 충분합니다. 그런 점에서 시골에서 교육은 ‘넘버 원(No.1)’보다 ‘온리 원(only one)’인 인재를 키우기 적합한 환경이랍니다.
『시골 육아』를 읽다 보면 아이가 없어도, 시골로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시골살이 2년 차에 접어든 작가님이 생각하는 시골살이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시골에서 유년기를 보냈기에 큰 로망은 없었어요. 날 것 그대로의 자연과 인프라의 부족, 시골의 권태로움을 이미 모두 겪어봤거든요. 사회 생물학의 창시자, 에드워드 윌슨 교수도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연을 좋아하며 자연으로부터 안정감과 회복력을 얻는다”라고 말했듯, 저는 그동안 아무리 피곤해도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골살이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저를 대면할 용기가 생겼어요. 강박증도 덜었고요. 자연이 주는 회복력은 절대적인 강점이에요. 자기만의 꽃과 열매를 맺는 자연을 보면서 아이들도 유일성을 강점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시골살이의 단점도 많아요. 쉼 없이 텃밭 일을 해야 하고, 벌레에 물리는 생활도 힘들어요. 여러 시골 생활에서 가지는 결핍도 많고요. 그러나 우리는 80년 된 농가에 살며 텃밭을 일구는 생활이 주는 결핍을 애정합니다. 박노해 시인은 “우리가 아이들에게 빼앗아버린 가장 소중한 것은 결여의 힘이다. 결여만이 줄 수 있는 간절함, 견디는 힘, 궁리와 분투, 강인한 삶의 의지다”(『걷는 독서』, 느린걸음)라고 했습니다. 시골살이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선택이 최선이 되게 하려는 태도와 직결되지 않을까요.
매일 블로그에 시골 육아 일지를 올리셨던 게 초석이 되어서 지금 이렇게 작가라는 꿈을 이루셨어요. 시골에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있을까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모습도 기대됩니다.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감정적, 체력적 회복하는 것이 시골에 내려온 가장 큰 목표였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주체적으로 놀고 학교에 다니니까 제 시간이 많아졌어요. 때마침 어린 아들들이 저에게 “엄마의 꿈은 뭐예요?”라고 자주 물었어요. 아이들은 교사이자 부모인 40대의 엄마에게도 앞으로 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저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레 포기했던 작가의 꿈을 다시 꾸게 됐습니다. 매일 산책하고 텃밭을 가꾸며 아이들과 두 번째 유년기를 보내다 보니 순수한 마음이 회복하면서 글을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매일 저만의 시간을 만들어 글을 썼어요. 덕분에 첫 책 『시골 육아』를 출간하게 되었고요.
두 번째 목표는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사는 겁니다. 아이들과 깊고 진솔한 순간을 기록하면서 현재를 충실히 살고 싶어요. 아이들과 사랑을 주고받는 일상, 자주 웃는 삶, 세상을 조금이라도 좋은 곳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시골 유학’을 고민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또는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처음 시골 이야기를 꺼내니 이렇게 물었어요. “만약에 실패하면? 거기가 싫으면?” 저도 그런 생각이 많았지만, 실패 경험 역시 우리의 이야기가 될 거라고, 삶의 자산이 될 거라고 말해주었어요. 시골에서 보낸 우리의 매일이 동화처럼 아름답고 즐거웠던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선택이 최선이 되도록 애썼어요.
자연에서 아이와 한 시절을 보내고 싶다면 용기 내보세요. 그것이 힘들다면 주말마다 아이들과 자연을 만나러 가보세요. 자기가 할 수 있는 몫만큼 조금씩 해내면서 저마다의 '월든'을 만들어보세요! 멈추어도 괜찮고 느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걸으면 됩니다. 이 말은 저 자신에게도 매일 해주는 말이기도 해요. 어디에 계시든, 당신만의 속도로, 일상을 예술로 만드시며 작은 행복을 쌓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김선연 문학을 사랑하는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 성실한 항해사의 아내, 다정한 두 아들의 엄마. 열심이 넘치는 세상에서 능력을 갖추면 ‘나’라는 사람이 보일 것이라는 마음 때문에 쓸모를 증명하고자 열심히 살았으나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번번이 지쳤다. 그때마다 유년 시절의 시골 풍경이 떠올랐다. 아이들에게 성장과 성공의 가치를 종용하는 대신 시골에서 우리만의 모습대로 다정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두 아들과 함께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텃밭 한 뙈기를 가꾸고, 숲길을 산책하며 길가의 생명을 돌보고 있다. 덕분에 나는 잊고 살았던 작가라는 꿈을 이뤘고, 아이들은 타고난 결대로 많이 웃으며 지낸 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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