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운동하는 산독기
나서서 도모한 일들이 있으니 그것이 안착할 때까지라도 당분간은 체력을 강제로 끌어올리기로 결심했다.
글ㆍ사진 김상훈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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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MBC

재택근무가 끝났다. 5월까지는 주 1회, 6월부터는 전면 출퇴근. 기획도 하고 출연도 하는 책읽아웃 ‘이혜민의 요즘산책’ 코너에서는 디지털 노마드 등 새로운 일과 삶의 방식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뉴 노멀, 거대 IT 기업들의 근무 제도 개편 등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여기에서는 더 하지 않겠다...

당연하게도, 6월부터 삶의 질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인천에 사는 1인 가구로서 매일 왕복 두 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과 공항철도, 9호선 지옥철 이동은 말 그대로 진이 빠져나가게 만든다. 체력과 정신력이 떨어져서 일의 효율도 함께 떨어진다는 사실을, 재택근무하다가 못하게 된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식사의 질도 낮아졌다. 주 3회 출근할 때는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아침마다 드립커피를 내리고, 냉동해 둔 밥을 데우고, 주문해서 먹는 비건 반찬을 도시락통에 담는 것이 리추얼이었다. 매일 출근을 하게 되자 퇴근 후에는 도시락 통 하나 설거지하는 것이 너무 고되고, 아침에는 씻고 옷 입고 출근 준비하기에도 바쁘다. 숨 돌릴 틈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매우 크다. 뭐가 그리 다르냐고, 예전에는 어떻게 일했냐고, 엄살 아니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그에게 평생 주 5일 출근하는 벌이 내려지길 기원한다. 농담이다...

감정과 멘탈 역시 나빠진다. 코로나 이전의 근무 형태로 복귀한 많은 노동자들이 아마 전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을 해소하기 어려워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체적으로 일하고자 하는 직원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터와 보수적인 제도 등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 결과로 자신의 감정을 일터에서 표출하거나 동료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못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회사의 방침이나 제도를 바꿀 힘은 내게 없는 것 같으니 일터 자체를 바꾸거나 나의 체력을 바꾸는 방법이 있겠다. 나서서 도모한 일들이 있으니 그것이 안착할 때까지라도 당분간은 체력을 강제로 끌어올리기로 결심했다. 상황에 끌려가는 상태로 있고 싶지는 않고, 나 자신에게 지지는 않겠다는 다짐과 같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아침 운동.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시도다. 오전 6시에도 꽤나 많은 이들이 자신의 근력과 심폐지구력을 키우기 위해 땀을 흘린다는 사실을 전에는 몰랐다. 성별이나 나이도 상관없다. 내가 다니는 운동 센터는 ‘케이짐.’ 이름답게 케이팝이 줄곧 흘러나오는 그곳에서 남녀노소가 아침부터 거센 호흡을 내쉰다. 그들에게는 저녁 운동하는 이들과는 또 다른 기운이 있다. 건강한 독기 같은 것이랄까?

멋있게 말했지만 불과 한 달 조금 넘었을 뿐이다. 다행히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을 했다. 아침이라 강도도 줄이고 시간도 줄였다. 무리하지 않고, 매일 조금씩 하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스마트 워치에서 ‘일주일 일곱 번 운동 달성 배지’를 받을 때의 뿌듯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체력이 오르니 많은 것들이 조금씩 수월해진다. 출퇴근 길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는 같을지라도, 체력의 절대량이 늘어서 기운이 늘 조금씩 남아 있는 기분이 든다. 해야 하는 일 앞에서도 괴로움보다는 자신감이 좀 더 앞선다. 일터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타인의 말들 역시 조금은 가볍게 튕겨낼 수 있다. 

최근에 조수미 씨의 발언이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새벽에 홀로 낯선 나라에 떨어졌던 청년 시절, “일이 재밌게 진행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이야기. 김연아 씨의 유명한 말도 있다. 운동 루틴 전에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했던 대답. 이 두 가지 태도를 지금 나는 원하고, 조금씩 닮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 산독기로 그냥 하는 거다. 일이 재밌게 진행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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