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 : 오늘 주제는 "나의 '땡땡땡' 절친에게 추천하는 책"으로 정했는데요. 사실 친구에게 책 선물을 할 때 저는 좀 어려워요. 일단 독서 인구를 생각할 때, 책 읽는 사람과 안 읽은 사람이 확연히 나뉘어지고요. 읽는 사람도 좋아하는 분야가 분명하면 선물한 책을 과연 읽을지 걱정이 들긴 하거든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한인정 저 | 포도밭출판사
사실 책을 시간 내서 읽는 일이 쉽지는 않죠. 저는 그래서 책에 확 들어갈 수 있는 책을 고르려고 했어요. 오늘 가지고 온 책은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의 한 권이에요. 이 시리즈를 먼저 소개하고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시리즈는 올해 7월 갓 시작된 따끈따끈한 시리즈인데요. 눈에 띄는 것이 시리즈를 함께 하는 출판사들이에요. 강원 고성의 '온다프레스', 충북 옥천의 '포도밭 출판사', 대전의 '이유출판', 전남 순천의 '열매하나', 그리고 경남 통영의 '남해의봄날'. 지역에 있는 각 출판사가 그 지역색이 듬뿍 담긴 기획의 책을 펴냈어요. 이 기획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오늘 가지고 온 책이 옥천에 있는 '포도밭출판사'의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입니다.
이 책의 저자 한인정 작가님은 <옥천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한 분이에요. 기자 생활을 마치고 가장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이 옥천에 있는 이주여성들이었대요. 이분들과 1년 동안 만나면서 이분들이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책에 담았습니다. 방금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책의 앞부분에는 이주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을 정말 낱낱이 보여줘요. 그래서 속상한 마음으로 읽게 되는데요. 책의 중반과 후반으로 가면 이분들이 정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모습이 나와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요구하는 장면들을 볼 수 있어서요. 저는 이 생존하고, 살아남고, 싸워나가는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흐름이 너무 좋았어요.
책에 등장하는 이주여성들은 주로 베트남에서 온 분들이에요. 사람들은 이분들을 처음 봤는데도 반말을 해오거나 얼마를 받고 시집왔는지를 물어요. 그런 말도 안 되는 무례함을 거론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더 당당해지기로 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이주여성 정책을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공동체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라고요. 당당해지겠다는 말, 정책을 요구하고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말은 되게 당연한 말이잖아요. 그런데 앞서 언급한 무례함과 차별의 말을 듣고서 함께 이 문장을 읽으니까 이 말이 너무나 무겁고도 단단하게 느껴졌어요. ‘바다’라는 닉네임을 쓰신 분의 목소리를 읽으면서 소개를 마칠게요.
옥천에서 이주여성협의회를 만들고, 이후에는 인근 지역인 보은, 영동을 묶어서 이주민협의회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고 그걸 도 단위로 만들고, 이후엔 전국 단위의 이주민협의회로 만들고 싶어요. 사실, 우리가 겪는 문제가 ‘이 지역’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주민’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이주민협의회가 확장될수록 이주민 관련해서 일어나는 각종 인권 문제와 차별에 대해 함께 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중략) 그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무시할 수 없고 우리도 나답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클레어 챔버스 저 / 허진 역 | 다람
400쪽이 조금 넘는 소설이에요. 저는 사실 이 출판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가 '다람'에서 첫 소설을 출간하게 되었다면서 출판사 대표이자 아나운서인 박혜진 아나운서께서 연락을 주셔서 알게 됐어요. 보내주신 책을 감사히 받아서 읽기 시작했는데요. 그야말로 빠져들게 된 소설입니다. 친구 중에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예전에는 두꺼운 장편 소설이나 대하소설까지 읽던 친구가 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독서는 후순위로 밀린 거죠.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책과 조금 거리가 생긴 그 친구에게 이야기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하기 위해서 선물하고자 가지고 왔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인데요. 게다가 외국 소설이라 왠지 고전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오래된 느낌이 드는 책이었는데 실제로 작가 클레어 챔버스는 제인 오스틴이 재탄생한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더라고요. 제인 오스틴은 인간의 심리 묘사를 그렇게도 치밀하게 그렸잖아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은 그와 같은 묘사에 놀라지 않을까 싶어요.
책의 주인공은 ‘진’입니다. 진은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예요. 취재 기자이기도 하지만 고정 코너를 맡아 글을 쓰기도 하죠. 이 코너가 책 제목처럼 작은 즐거움을 주는 것인데요. 이를테면 ‘희고 부드러운 손을 유지하려면 부엌 싱크대에서 지저분한 일을 한 다음 오래된 레몬 껍질의 하얀 부분에 손톱을 찔러 넣는다’와 같은 생활 팁을 소개하는 거예요. 그런 진에게 어느 날 편지가 옵니다. 내용은 이랬어요.
“편집장님께. 지난주 신문에서 번식에 남자는 필요 없다는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저는 10살이 된 제 딸이 남자와 아무런 관계없이 태어났다고 늘 믿었거든요.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위 주소로 편지를 보내주세요.”
강렬하죠. 이 편지를 받고 진은 편지를 보낸 사람에게 취재 요청을 하고 찾아갑니다.
이렇듯 진의 무료한 삶에 제보가 등장하고, 진은 편지의 주인공 그레첸을 인터뷰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는데요. 『스몰 플레저』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지만 빅 스토리, 큰 이야기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말미에는 반전도 있거든요. '결국, 삶의 작은 즐거움들이 큰 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버팀목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 소설이었어요.
프랑소와 엄이 추천하는 책
정아은 저 | 마름모
이 책은 우선 서문이 엄청 재밌어요. 작가님이 얼굴은 알지만 친하지는 않은 선배 소설가한테 전화를 잘못 거는 것부터 얘기가 시작되거든요. 그 상대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몇 번 봐서 이름 정도는 알지만 친하지 않은 분이었죠. 근데 전화를 잘못 걸었다고 말하기가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작가님은 원래 전화를 걸려고 했던 사람에게 물으려던 질문을 이 선배 소설가한테 그냥 합니다. 놀랍게도 상대가 무척 반가워하면서 대답을 해주셨어요. 시간이 흐른 후에 그 선배 작가가 제3의 작가한테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게 되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았는데 의외로 인간적인 데가 있는 것 같아. 먼저 연락 줘서 너무 영광이었어.”
그래서 작가님은 세상에 나를 좋아하지 않게 되어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닫게 돼요. 이 책은 볼륨은 작지만 책에 담긴 인물의 이야기가 많고요. 생각할 거리가 굉장히 많은 책이에요. 예를 들어 서태지와 신해철 이야기가 나오거든요. 이 둘이 대중에게 결혼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방식이 되게 달랐잖아요. 서태지는 어쩔 수 없이 공개가 되었고, 또한 자신의 첫 아내를 숨겼죠. 반면, 신해철은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했어요. 그 사실을 팬들이 받아들이는 것도 판이하게 달랐고요. 작가님은 이런 장면들을 살피면서 왜 사랑의 모습이 이렇게 다른지 얘기해요. 인물들이 사랑을 선택하고 행동하는 성장 배경이나 심리를 이야기하면서 ‘나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는’ 그런 사랑의 모습을 얘기하고 있어요. 그 사랑이 옳다 그르다, 이런 것이 아니고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내가 이렇게 사랑해왔던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었구나를 발견하게 됐고요. 책을 읽으시는 분들 역시 책 제목처럼 자존감이 생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사랑의 색깔이 제일 위대한 거야, 이 사랑이 제일 좋은 거야,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읽으면 사랑의 경계가 조금 확장될 거라는 생각도 했어요.
"사랑을 귀히 여길 줄 알게 된 그는 이제 완성된 형태의 사랑이 넝쿨째 굴러 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사랑이라는 개념과 조금이라도 닮아 보이는 일이 발생하면 번개처럼 그 일을 대처한다. 내게 호감을 보이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환대하고 내 안에서 같은 강도의 호감이 일지 않더라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그 사람을 받아들인다. 상대와 같은 강도가 아니어도 내게서 조금의 호감이라도 일고 있다면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죽음이라는 씨앗을 내장한 나와 상대의 유한함을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서로 맞닿을 수 있게 해보려고 전향적으로 손을 내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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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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