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녹색 계급이여, 단결하라!
기후 변화와 생태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계급 의식을 갖고 녹색 계급으로서 이 지구를 위해 싸우자고 촉구하는 책입니다.
글ㆍ사진 김상훈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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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 이제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완연합니다. 이번 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이상 기후 피해를 남겼죠. 폭염과 비 피해가 컸어요. 한국의 수도권도 큰 피해를 겪었고요. 혜민 님은 무사하셨나요?

이혜민 : 저희 동네는 다행히 무사했는데 주위에 큰 피해를 겪은 분들이 많더라고요.

김상훈 : 저희도 녹음을 며칠 미룬 일이 있었죠. 옹기종기 진행자인 오은 시인님도 천장에 물이 새서 침수 피해를 겪었다 해요.

이혜민 : 오늘의 산책 가이드 상훈님, 오늘 산책할 길은 어떤 길인가요?

김상훈 : 오늘의 산책길은 "녹색 계급이여, 단결하라!"입니다. 기후 변화의 극심한 위기 속에서 이 위기를 함께 적극적으로 타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같은 계급 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투쟁해보자고 호소하는 길이에요. 머리띠 두릅니다 오늘은. 오늘도 질문을 드려볼게요. 먼저 요즘은 비거니즘, 제로웨이스트 등 환경 관련 담론들이 많이 등장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유행하기도 하는 상황이잖아요. 적어도 요즘 것들끼리는 환경에 대한 위기감도 많이 공감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기후 변화는 별로 나아지지 않고 갈수록 악화되기만 할까요?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혜민 : 아직까지도 그 숫자가 소수이고, 특히 위에서 적극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하나 둘 개인적으로 변화하는 식당은 있지만, 기업 차원에서는 아직 크게 바뀌지 않았잖아요.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만약 전국에 매장이 있는 프렌차이즈 한 곳만이라도 식당에 비건 메뉴 하나만 추가해도 정말 많이 바뀔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제가 예전에 비건 생활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 프렌차이즈 식당 본사에 비건 메뉴에 대해서 문의하고 비건 옵션을 제안한 적도 있어요. 물론, 몇몇 카페 프렌차이즈에서 우유 말고 두유 옵션이 생기고 있어서 반갑긴 한데 그게 아직까지 당연한 건 아니죠.

김상훈 : 두 번째 질문도 드려볼게요. 혜민 님은 비건이고 환경 문제에 굉장히 관심 많은 적극적인 환경주의자로 보여요. 이런 스스로를 어떤 계급이라고 규정해 보신 적이 있나요?

이혜민 : 어떤 계급으로 규정해본 적은 없는 것 같고, 어떤 소수 그룹에 속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오늘 산책에는 어떤 지도가 있나요?

김상훈 : 오늘은 굉장히 우울한 지도입니다. 당장 우리 곁에 너무나 가슴 아픈 소식들이 많아요. 8월의 엄청난 비로 인해서 한국 수도권이 겪은 피해들 익히 아실 것 같아요. 오늘은 좀 더 외부로 눈을 돌려서 파키스탄의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파키스탄에서는 유례없는 여름철 폭우로 인해 역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겪고 있다고 해요. 8월 30일 로이터에 따르면, 홍수로 인해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어린이 380명을 포함해 1,100명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해요. 또, 파키스탄 인구의 7명 중 1명꼴인 3,300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답니다. 숫자로도 엄청난데 아마 체감은 더 클 것 같고요. 현지에서는 "성서에나 나올 홍수, 지옥이 열렸고 대비책은 없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이 원인을 좀 더 풀어 볼게요. '몬순'이라는 게 있습니다. 들어보셨을 거예요. '몬순'은 바다와 대륙이 만나는 곳에서 생기는 데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에 따라 겨울에는 대륙에서 바다로, 여름에는 바다에서 대륙으로 계절풍이 부는 현상을 말합니다. 파키스탄과 한국 등 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아요. 한국의 여름철 장마도 이 몬순에 의한 현상이에요.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몬순을 더 강렬하고 불규칙한 '괴물 몬순'으로 만든다는 것이에요. 기온이 오르면서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많아졌고, 이로 인해 몬순 기후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 집중 호우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도 더 강해진 거예요. 올여름 한국과 파키스탄 등 몬순 기후 지역에 있는 국가들이 기록적인 물 폭탄을 맞은 것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증기량과 무관하지 않다고 기후 전문가들은 분석한대요. 결국, 기후 변화가 초래한 재앙인 것이고요. 우리는 이 피해 앞에서 무력한 상황이죠. 이 생각도 들어요. 사실, 기후 변화의 원인인 온실 가스 배출과 지구 온난화는 주로 1세계에서 초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피해를 3세계인 파키스탄이 보게 되는 거예요. 화가 나죠. 오늘은 이 화를 갖고 가는, 갖고 가야만 하는 산책길입니다. 머리띠 같이 둘러주시고요.

이혜민 : 그럼 오늘의 산 책은 어떤 책인가요?



김상훈 : 오늘은 책 제목도 전투적이에요. 『녹색 계급의 출현』입니다. 기후 변화와 생태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계급 의식을 갖고 녹색 계급으로서 이 지구를 위해 싸우자고 촉구하는 책입니다.

이혜민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김상훈 : 이 책은 우선 두 파트로 나뉘는데요. 앞의 파트는 외국의 두 저자가 쓴 「녹색 계급의 출현」이고, 뒤 파트는 한국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쓴 「한국의 녹색 계급을 위한 부록」입니다. 오늘은 주로 앞 파트에 대해서만 얘길 할게요. 앞 파트를 쓴 사람들은 브뤼노 라투르, 그리고 니콜라이 슐츠인데요. 브뤼노 라투르는 프랑스의 굉장히 유명한 석학으로 인류학자, 사회학자, 철학자, 과학 기술학 연구자입니다. 인문학에 관심 많은 분들은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그리고 니콜라이 슐츠는 코펜하겐 대학에서 기후, 생태를 사회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고요. 둘이서 함께 2021년에 이 책을 일종의 메모 혹은 선언문처럼 썼어요. 코로나 시기에 더욱 시급함을 갖고 쓴 책이고, 한국에서도 이 문제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번역해서 이 책을 만들었어요. 

이혜민 : 오늘의 산책 주제와 어떻게 연결될까요? 

김상훈 : 오늘 산책길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함께 단결하자는 것이잖아요? 이 책이 바로 그렇게 강력하게 호소하는 책이고, 무엇보다 '녹색 계급'이라는 말을 만들어서 우리를 한 계급으로 묶어준다는 것이 참 인상적입니다. 부제인 '스스로를 의식하고 자랑스러워하는'도 맘에 들어요. 우리가 함께 계급 의식을 갖기에 동기 부여가 되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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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계급의 출현
녹색 계급의 출현
브뤼노 라투르,니콜라이 슐츠 저 | 이규현 역 | 김지윤 외 해설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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