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나무 산책하기 좋은 계절에 추천하는 책
이제 금방 단풍 들고 곧 잎 떨어지는 계절이 오는데, 이제부터 이 책 한 권을 껴안고 나무에 다가가서 책도 읽고 나무도 보는 나무 산책을 해도 좋을 계절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22.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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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의 선택 

『회사원도 초능력이 필요해』

민제이 저 | 팩토리나인



이 소설에는 초능력을 가진 네 명의 인물이 등장을 해요. 모두 여성 인물이고 회사원입니다. 각각 종사하는 분야가 달라요. 직급도 다릅니다. 당연히 가지고 있는 초능력도 다 달라요. 우연한 기회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신입 사원이 등장하고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과장이 있어요. 이 사람은 패션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습니다. 

또 한 사람은 코스메틱 스타트업의 대표인데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됩니다. '라희'라는 인물인데, 이전에도 화장품 업계에서 일을 하면서 유튜브를 했었어요. 굉장히 팔로워가 많은 유튜버였는데,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자금난에 시달리게 돼요. 그런데 예전에 함께 유튜버로 활동하던, 그리고 지금은 자신처럼 사업가가 된 동료를 만나게 됐는데, 그 유튜버가 "너한테만 귀띔 해줄게, 팔로우 숫자에 따라 그냥 돈을 주는 사이트가 있어"라고 알려줘요. 한 명당 100원이거든요. 그 사이트에 나의 정보를 넣고 천만 원을 입력하면 천만 원이 입금이 돼요. 그리고 그만큼 팔로워 수가 줄어들어요. 하지만 이 돈은 갚지 않아도 돼요. 아무런 독촉이 없습니다. 보유하고 있는 팔로워 수만큼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한 사람은 IT 업계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인데,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공간 이동 능력은 내가 진짜 피곤할 때만 쓸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인물은 3초 컷 출퇴근이 가능해지는데요. 어떤 사건이 생기면서 이 초능력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데에 쓰게 됩니다. 책에는 네 명의 이야기가 한 편씩 실려 있고, 이들 사이에는 접점이 없습니다. 독립적인 네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 건데요. 

제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는 첫 번째 이야기예요. 주인공은 '가현'이라는 인물이고요. 회사에 들어온 지 몇 주밖에 안 된 신입 사원이에요. 광고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고요. 회사에 들어왔을 때 연달아 퇴사자들이 발생해서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지 못했어요. 선임도 너무 정신 없는 상황이라 모든 일을 자세하게 알려줄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니까, 가현은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실무에 투입돼서 서포트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대표가 아주 문제가 있어요. 사람을 달달 볶는데, 전화 받는데 관등 성명 안 댄다고 난리를 치고 "야!", "얘" 이러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늘 회사 일과 사람에 치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현에게는 롤모델로 삼고 있는 '하나' 선배가 있어요. 대학 다닐 때 광고 동아리에서 만났는데, 자신보다 먼저 취업을 해서 착실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학교 다닐 때부터 뛰어난 사람이었어요. 가현이 신입으로 일하면서 힘드니까, 하나 언니한테 털어놓은 적이 있거든요. "맨날 회사 가서 실수해서 혼나고 너무 힘들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하나 언니가 "실수만 덜 하면 다 나아질 것 같아?"라고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하니까 언니가 명함 세 장을 건네줘요. "네가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떠올리면서 이 명함을 찢으면 그때로 돌아갈 수 있어"라고 하면서요. 가현은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언니가 준 거니까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실제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 거죠. 

그날은 대표가 전화 받으면서 관등 성명 안 댔다고 난리를 친 날이었어요. 가현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눈앞에 보이는 종이를 아무거나 찢었는데 시간이 돌아가 있는 거예요. 하나 언니가 준 명함이었던 거죠. 명함의 진짜 능력을 알게 되고 나서 가현이 어떻게 하냐면, 다음 날 회사에 가서 대표에게 대들어요.(웃음) 그리고 사표를 던집니다. 다시 명함을 한 장 써서 오늘 아침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일을 벌인 거죠. 뭔가 허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가현은 그래도 조금 속이 가라앉은 느낌인 거예요. 자신이 갖고 있는 울분과 대표의 잘못된 점을 한 번은 말하고 싶었고, 대표가 기억을 하든 말든 자신은 '그래도 내가 한번 질렀다'라는 느낌을 갖고 있으면 회사 생활을 하는데 조금 나아질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명함은 한 장이에요.

가현에게는 박 대리라는 선임이 있어요. 본인도 바쁘니까 가현을 많이 챙겨주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썩 나쁘지 않은 선임입니다. 가현이 두 번째 명함을 쓰고 나서 시간이 지나 연말이 됐는데, 광고 회사는 입찰을 따야 하는 시기예요. 회사에 인력이 적다 보니까 신입인 가현도 한 건을 맡게 됩니다. 가현은 박 대리의 일을 도와주느라 자신의 일을 제때 마무리하지 못하고, 정신 없이 준비를 해서 박 대리와 함께 서류를 제출하러 갑니다. 그날 팀장이 서류 넣기 전에 수정하라고 한 부분이 있어서 수정을 하고 서류를 접수했어요. 그리고 박 대리가 오늘 너무 고생했다면서 맛있는 거 사줄 테니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합니다. 그래서 밥을 먹으러 갔는데, 가방에서 서류 하나가 나오는 거예요. 수정 전의 서류를 접수한 거죠. 박 대리가 가현을 보더니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창백해?"라고 물어보고, 가현은 갈등합니다. '이걸 어떡하지...' 가현에게는 명함이 있지만, 하필이면 이날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지갑을 잃어버렸어요. 과연,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이 소설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회사원들의 이야기다 보니까 『미생』도 떠올랐고요. 장류진 작가님 소설도 떠올랐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판타지라는 장르적인 매력이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잘 포착해서 가볍지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한자(황정은)의 선택

『궁궐의 우리 나무』

박상진 저 | 눌와



서울에 있는 조선 시대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이렇게 네 군데 궁에 자라는 나무로 한반도에서 자라는 나무들을 소개하는 책인데요. 98종의 나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나무와 관련된 다른 나무들까지 짤막짤막하게 끄트머리에 소개를 하거든요. 그것까지 포함하면 250여 종의 나무 소개가 실려 있습니다. 왜 하필 궁인가 하면,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과 나무를 연결시키는 직접 연결시킬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고 싶었다고 해요. 

그리고 가까이 있고, 늘 개발 중인 도시에서도 항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으며, 가능한 한 많은 우리 나무가 모여 있는 장소. 거기가 바로 조선의 궁궐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가까이 있다는 조건은 수도권, 그 중에서도 서울에 사는 시민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개발이나 재개발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게 나무들이 오래 자랄 수 있고, 그리고 시민들이 산책하듯이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서 나무를 관찰하기에 적당한 장소로 도심 내 궁궐 괜찮지 않습니까. 저자가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챕터의 시작은 각 궁궐을 소개하는 글로 시작이 되는데요. 궁궐 네 군데에서 자라는 나무를 소개하고 있어서 챕터가 크게 4개입니다. 챕터를 시작할 때마다, 예를 들어서 경복궁 챕터라면 경복궁은 왜 지었고 그리고 언제 완공되었는지, 그리고 구조가 대강 어떤지, 쓰임은 어땠는지, 또 어떤 역사를 겪었는지까지 언급이 돼 있어요. 그리고 현재 어떤 모습인지를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 지도가 실려 있습니다. 저는 이 지도들 때문에 이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만, 궁궐의 건축물하고 또 지표가 될 만한 여러 시설물들의 위치가 표시가 되어 있고, 그리고 그 사이를 빼곡하게 나무 점으로 채워두었습니다. 나무를 소개하는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지는 특별한 장점이라고 저는 생각을 하는데요. 

일단은 이 책을 껴안고 궁으로 들어서면 그 점들을 좌표 삼아서 근사한 나무 산책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저는 참 이 책의 매력적인 장점이라고 생각을 했고. 게다가 적절하게도 이 책에서는 나무를 소개하는 순서가 나무 이름의 가나다 순이 아니고, 궁궐을 돌아보는 사람들의 동선을 고려해서 실려 있습니다. 각 나무를 소개하는 첫 장에는 이파리 사진이 실려 있어요. 그 나무에 잎 사진이 실려 있고, 바로 옆 장에 궁궐 안의 그 나무를 찍은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꽃하고 줄기 열매 사진도 실려 있고, 그 나무가 자라는 인근의 지도가 또 작게 발초에 수록돼 있어서, 찾아가서 보기에 좋게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저자의 안내에 따르면 한국의 숲을 대표할 수 있는 나무의 대부분을 조선의 궁궐에서 만날 수가 있다고 하는데요. 경복궁부터 시작해서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순서로 실려 있는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는 오히려 그걸 추천을 하고 싶어요. 저는 창경궁과 덕수궁부터 읽었습니다. 이를테면 창경궁에 단풍나무 챕터가 실려 있는데, 우리가 흔히 그냥 지나가면서 색깔만 보기에는 다 단풍나무라고 착각하기가 쉽지만 종류가 되게 많거든요. 

당단풍도 있고 고로쇠나무도 있고, 또 복자기나무라는 게 있는데 복자기나무 잎이 대단히 특이하고 아름답게 생겼어요. 그걸 안내하는 글도 이 책에는 실려 있고. 이 밖에도 자두나무, 함박꽃나무, 산딸나무, 팥배나무, 다래, 히어리, 으름, 조릿대, 쉬땅나무, 다릅나무, 국수나무, 싸리, 이런 나무의 이름을 창경궁과 덕수궁에서 읽을 수가 있고요. 경복궁에서는 가죽나무, 참오동나무, 이팝나무, 화살나무, 해당화, 자작나무, 이것 말고도 여러 나무들이 있는데 저는 이 나무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첫 번째 챕터인 경복궁에서 특히 저는 우리나라 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참나무 6종을 자세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참나무가 쓰임새가 많아서 '진짜 나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인데, 식물도감에서는 참나무라는 나무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떡갈나무, 이렇게 여섯 종의 나무를 합쳐서 이루는 말이 바로 참나무이기 때문입니다. 이 여섯 종의 나무가 서로 교배가 잘 돼서 산속에서 잡종이 많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다 일컬어서 참나무이고 이 나무의 열매가 바로 상수리(도토리)입니다.

박상진 저자는 나무 이야기를 하면서 식물학적인 면만을 언급하지는 않는데요.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식물학 전문가를 위한 책이 아니고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벼운 읽을거리가 목표'라는 점을 밝힙니다. 나무에 얽힌 역사 이야기가 등장하고, 또 이름이 붙여진 연유를 설명하고 분포와 쓰임새를 설명하면서 고서들, 이를테면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시가집>, <농서>, <문집>, <동의보감> 같은 의학 서적도 인용을 하고 전설이나 민요 등도 인용을 해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나무를 소개하고 있어서, 제가 첫 순서로 읽은 창경궁이나 덕수궁 챕터의 어떤 글들은 한시처럼 읽히기도 했습니다. 아주 풍성한 이야기로 나무를 소개를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 또 한 가지 꼽고 싶은 것이 나무를 설명하는 용어로 식물학 전문 용어보다는 쉽게 푼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활엽수를 넓은잎나무, 교목을 큰키나무, 우상복엽을 깃꼴겹잎, 그리고 총포를 꽃싸개, 건과를 마른 열매,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어요. 예컨대 떡갈나무 같은 참나무를 소개하는 말로 '잎 떨어지는 넓은 잎 큰키나무'라고 소개를 하고, 그리고 침엽수인 소나무를 소개하는 말로 '늘 푸른 바늘잎 큰키나무'라고 소개를 한단 말이죠. 그림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쉬운 말들로 나무를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은 저장 식품 같은 책입니다. 두고두고 읽고, 또 한 번 다 읽었다고 다시는 안 찾아볼 책이 아니에요. 필요할 때마다 다시 들춰볼 수 있고, 한 번에 다 읽지 않아도 좋아요. 이제 금방 단풍 들고 곧 잎 떨어지는 계절이 오는데, 이제부터 이 책 한 권을 껴안고 나무에 다가가서 책도 읽고 나무도 보는 나무 산책을 해도 좋을 계절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소개를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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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