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이번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우승자는 누가 될까?'는 힙합 신을 넘어 가요계의 화두이다. 지난해는 빠른 랩으로 임팩트를 남긴 조광일이 그 주인공이지만 실질적 수혜자는 '카운팅 스타' 단 다섯 음절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킨 비오다. 경연이 끝난 이후에도 각종 미디어를 종횡무진하며 차세대 랩스타에 걸맞는 활동량을 보인 그가 첫 번째 미니 앨범
자신을 향한 주목도만큼이나 화려한 피처링진을 등에 업었다. <쇼미더머니10> 안에서의 송민호, 그리고 음원 차트를 점령한 'Counting stars' 속 빈지노에 이은 화력 동원이다. 스포트라이트에 걸맞는 라인업이지만, 오롯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해야 할 타이밍에 적합한 선택은 아니다. 되려 싱글 'Love me'로 박차를 가한 질주에 제동을 건다.
우려했던 지점은 여과없이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멜로디를 쌓는 비오에 비해 확실한 개성으로 힙합 신을 주름잡는 아티스트들이 주객을 전도해 버린다. 지코가 참여한 '자격지심'과 로꼬, 그레이의 지원을 받은 'Bbi yong'이 대표적이다. 앨범의 주역은 정작 앨범의 주인이 아니었다.
원인은 변주 없이 획일화된 스타일이다. 처음 눈길을 끌었던 '리무진'과 'Counting stars'의 녹음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 단조로운 선율만으로 곡을 채운 안일함이 만든 패착이다. 일곱개의 트랙 중 두개 뿐인 솔로곡, 그마저도 이렇다 할 킬링 포인트 없이 부족한 임팩트는 비오라는 아티스트가 더 긴 러닝 타임을 혼자서 이끌어 갈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품게 만든다.
주목을 받는 루키에서 음악적 성취를 이룬 음악가로 도약하기에 적합한 결과물은 아니지만 양분으로 삼기에는 적당하다. 이전부터 장점이었던 캐치한 멜로디를 만드는 능력과 대중적인 감각은 여전히 돋보인다. 비약적 성취로 인한 부담감과 성공 가도를 이어가려는 조급함이 드러나는 음반이지만. 가능성의 불씨는 계속해서 빛난다. 젊은 래퍼의 발걸음이 비틀거릴지언정 무겁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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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