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결혼 연령의 변화, 삼십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임신과 출산을 계획할 수 있는 현실. 그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압박.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길고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싸워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헬로 베이비』는 그러한 고민을 안고 난임 병원에서 만난 삼사십대 여성들의 솔직하고 치열한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에는 난임이라는 교집합 안에 모이게 된 다양한 직업군 ― 변호사, 기자, 수의사, 가정 주부 등 ― 의 난임 여성들이 등장한다. 공통의 목표를 마음에 품고 장거리 마라톤 중인 그들은 단톡방 '헬로 베이비'를 만들어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 위로한다. 김의경은 그들의 목소리를 빌려 우리의 현재, 어쩌면 미래가 될지 모를 이야기를 독자에게 밀어 보낸다.
오랜만에 장편 소설이 나왔어요. 그간 앤솔러지,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셨는데, 장편 소설을 쓸 때 다르게 여기신 점이 있을까요?
4년 3개월 만에 장편 소설이 나왔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장편 소설을 쓸 때 가장 재미를 느낍니다. 인물을 만드는 게 재밌거든요. 장편 소설에서는 인물이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물을 만들 때 공을 들이는 편이에요. 집을 지을 때 벽돌을 쌓듯이 인물의 이력과 성격 같은 것을 차곡차곡 만들어가는데, 그들이 저에게 익숙하고 친밀하게 느껴질 때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만든 인물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주로 자전적 소설을 써오셨는데, 『헬로 베이비』를 집필하실 때는 특히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는지 궁금해요.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런 말을 흔히 하잖아요. 저는 난임 병원에 다니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난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당연히 많을 테니까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노력을 했어요. 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보니 난임 여성들은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소설을 쓸 때는 동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우정과 연대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그런 부분이 소설에 드러나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일을 하느라 혹은 돈이 없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임신을 미루게 되죠. 각각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그릴 때 참고하신 자료가 있으셨나요?
2년 동안 난임 병원에 다니면서 주변에서 수많은 사례를 보고 들었습니다. 난임에 대한 책, 의학 기사도 찾아보고요. 맘카페에서 얻은 정보도 있고요. 그리고 난임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도 소설을 쓸 때 도움이 됐습니다.
'문정'은 난임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헬로 베이비'라는 모임을 만듭니다. 난임 여성들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설에도 나오지만 시험관 시술 과정이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어요. 임신은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울감과 상실감, 고통도 여성의 몫으로 남죠. 분명 남편과 함께 하는 것인데 병원을 다니는 중에 소외감을 느끼게 돼요. 저도 제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제가 느끼는 감정을 남편에게 정확히 설명을 못하겠더라고요. 또, 난임 휴가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눈치가 보여서 쓰기 힘들고, 난임 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고통까지...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까지 있으니 외롭고 힘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작가님께서 특히 애정을 느끼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문정이 저와 상황이 비슷해서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글을 쓴다는 점도 같고 저와 나이가 같고요. 또 문정은 잡지사 회의에 참석하고 늦게 입원을 해서 유산을 하게 되는데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과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상충하는 것이죠. 그런 문정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네요.
난임 부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난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한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앞으로의 한국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회적 논의가 부족하다는 말을 하려면 대한민국의 난임이 사회적 난임이라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결혼 연령이 늦어짐에 따라 난임 환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삼십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여성들이 임신, 출산을 계획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난임을 저는 '사회적 난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택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산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 여성에게는 사회와 국가에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헬로 베이비』에 나오는 여성들은 아기를 간절히 아기를 바라는데도 불구하고 임신에 이르는 길이 녹록지가 않아요. 이런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임신, 출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다면 작가로서 행복할 것 같습니다.
『헬로 베이비』를 통해 난임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비로소 알게 되는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소설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공통점은 간절히 엄마가 되고 싶은 여성들이라는 점입니다. 그것도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요. 그들의 간절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세요.
*김의경 2014년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에 『청춘 파산』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 소설 『콜센터』로 제6회 수림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소설집 『쇼룸』과 산문집 『생활이라는 계절』이 있다. <월급사실주의> 동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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