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주인공이 2장에서 바로 죽어 버리는 동화
2장에서 요나탄 형이 죽습니다. 웹소설도 이렇게 진행하면 댓글에 원성이 자자하게 됩니다. '작가님 이러시기 입니까?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바로 죽여버리시네' 이렇게 나오게 되는데...
글ㆍ사진 임나리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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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저 / 김경희 역 | 창비



한자 : 안녕하세요. 책과 함께 세 사람의 일상을 전하는 '삼자대책', <황정은의 야심한책>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단호박 : 오늘 방송이 나가는 날이 무슨 날이죠?

그냥 : 어린이날!

한자 : 그렇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아서 저희가 책을 준비를 했습니다.

단호박 : 이번에 제가 책을 들고 와서 같이 읽자고 요청을 드렸는데요. 제목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고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지은 장편 동화입니다. 저도 처음 읽는 책이었고요. 예전에 김하나 작가님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다는 얘기를 방송에서 하신 적이 있는데, 그때 "언젠가 기회가 나면 읽어봐야지"라고 얘기하고 그 기회는 한 5년 동안 오지 않았습니다. (웃음)

그냥 : 그런 책이 우리 각자 너무 많지 않아요? 다음에 읽어봐야지 하고 잊어버리고.(웃음)

단호박 : 저희가 만약에 지옥에 가게 된다면 그 책을 모두 읽게 될까요?(웃음)

한자 : 거기는 그러면 저에게는 지옥이 아닌데? 

그냥 : 네, 괜찮은데요? (읽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고...

단호박 : 그 사후세계는 낭길리마 정도가 되겠군요.(웃음)

한자 : 낭길리마 얘기하지 마세요, 가슴이 아픕니다. 

그냥 : 저는 되게 멋진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한자 : 그래요? 책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가슴이 아픈 장소의 이름일 것 같은데, 어떻게 경험하셨을지...

단호박 : 아마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을 굉장히 많은 분이 읽어보셨을 것 같긴 해요. 이 책도 굉장히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 같고.

한자 : 뭐 읽어보셨어요?

단호박 : 『라스무스와 방랑자』를 어렸을 때 읽고 되게 좋아했었는데요. 사실 그 책을 좋아했던 이유는, 거기에 나오는 '라스모스'라는 친구가 제가 알지 못하는 카라멜 같은 종류의 과자를 굉장히 맛있게 먹는 묘사가 나오거든요. 그게 어떤 책에서는 '카라멜'이라고 하고 어떤 책에서는 '봉봉'이라고 그래요. 그러니까 '뭔가'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카라멜로 옮긴 분도 있고 봉봉이라고 옮긴 분도 있는 것 같은데, 둘 다 아닐 수도 있죠. 하여튼 달달한 과자였는데, 그 과자의 껍질을 벗기면서 껍질까지 핥아 먹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어릴 때부터 저는 꾸준하게 먹는 장면이 나오는 소설을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그게 굉장히 인상이 깊습니다.

한자 : 인상적이죠. 저도 『메리 포핀스』를 좋아하는 이유가, 메리 포핀스가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는데 그 약의 맛이 묘사가 돼요. 묘사가 대단히 인상적이어서 좋아했습니다.


한자 : 저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을 전에 읽어본 적은 없고, 다만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 원작이 됐던 드라마가 저에게 너무 친숙해서 이 책을 읽는 도중에도 계속 그 드라마의 뉘앙스를 생각하면서 본 것 같아요.

단호박 : 굉장히 많은 작품을 내신 분이라, 아마 이 작품 외에도 어렸을 때 읽어본 동화를 손에 꼽으면 그 중에 하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작품이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개구쟁이 에밀 시리즈'도 유명하고요. 그래서 (이번) 책을 읽었지만 이런 내용일 줄은 몰랐죠.(웃음)

한자 : 지난 시간에 단호박 님이 저한테 "『도어』를 방송 녹음 시작 2시간 전에 읽고 약간 충격을 받은 상태다"라고 하셨잖아요. 제가 오늘 그 상태입니다. 오늘 아침에 끝까지 다 읽었고, 약간 지금 패닉 상태예요.(웃음)

단호박 : (웃음) 하지만 좋은 책이었죠.

한자 : 좋은 책이죠.

그냥 : 사실 좋은 책 아니면 체하지도 않아요.

한자 : 그렇습니다. 한 번쯤은 그렇게 턱 하니 걸려야, 그게 또 좋은 책의 조건이기도 하지요.

단호박 : 일단 줄거리 소개를 조금 해드릴까 싶어요. 주인공은 '칼 레욘'이라는 소년입니다. 칼에게는 '요나탄'이란 이름의 형이 있는데요. 요나탄은 칼에 비해서 굉장히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마을에서 아주 예쁨을 받는, 우리나라로 치면 전교 회장감이라고 불리는 엄마 친구 아들 같은 존재입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머리칼을 가졌고요. 아름답고 푸른 눈에 새하얀 이에 곧은 다리를 가졌습니다. 칼은 그에 비해서는 어릴 때부터 굉장히 아팠고 작고 볼품없고, 그리고 어머니의 친구들이나 다른 주변 사람들에게 '이 아이는 아파서 곧 죽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칼은 슬퍼져서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자기가 의지하는 요나탄 형한테 "나 정말 죽는 거야?" 하고 묻게 되는데요. 요나탄 형은 슬프지만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요나탄은 바로 이어서 죽은 후에는 우주 어딘가에 있는 머나먼 별나라 '낭기열라'로 가게 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낭기열라에는 모닥불도 있고 드넓게 펼쳐진 초원도 있고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있는데, 거기에는 죽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곧 낭기열라에서 만나게 되고, 낭기열라에서의 시간은 지금 세상의 시간과 다르게 가기 때문에 아무리 긴 시간을 두고 헤어지게 되더라도 낭기열라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만나게 된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데... 저는 『사자왕 형제의 모험』이 어떻게 보면 웹소설 형식을 따라간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기승전결이 굉장히 빠르고 각 장마다 '이렇게 된다고?' 하면서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야 되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요. 그래서 2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 하면, 요나탄 형이 죽습니다. 웹소설도 이렇게 진행하면 댓글에 원성이 자자하게 됩니다.(웃음) '작가님 이러시기 입니까?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바로 죽여버리시네' 이렇게 나오게 되는데...(웃음)

한자 : 칼도 죽습니다.

그냥 : (웃음) 아니, 이렇게 건너뛰기 있어요? 

한자 : 하여튼 죽어서 시작이 되는 거잖아요. 만약 두 형제가 죽지 않았으면 이들이 낭기열라로 가질 못해요. (이야기가) 시작이 안 됩니다.

단호박 : 그렇죠. 사실은 칼과 요나탄 형제의 '이 세상' 이야기는 굉장히 짧고요. '저 세상' 이야기가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요나탄) 형이 왜 죽느냐 하면, 집에 불이 나서 칼을 업고 2층에서 탈출을 하려다가 다쳐서 죽게 돼요. 그리고 두 달 후에 칼도 엄마한테 메모를 남기고 형을 따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3장에서 칼은 낭기열라에 와 있습니다. 형은 낭기열라의 벚나무 골짜기에서 칼을 맞이하게 되고요. 이 벚나무 골짜기에는 그림과 피알라르라는 이름의 아주 멋있는 말도 있고, 토끼도 있고, 안온한 오두막 같은 집도 있습니다.

그리고 칼과 요나탄 외에도 소피아 아주머니라든지 후베르트, 요시 같은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어요. 그런데 소피아 아주머니가 이상한 말을 자꾸 하는 거예요. 마냥 행복하지 않고 뭔가 불안하고 곧 뭔가 일이 있을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얘기를 들어봤더니 낭기열라에는 벚나무 골짜기와 들장미 골짜기가 있는데, 들장미 골짜기는 벚나무 골짜기처럼 행복하지 않고 거기에는 텡일이라는 이름의 악당이 카틀라라는 무시무시한 존재를 거느리고 사람들을 핍박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자 : 군대의 지배를 받고 있는 마을인 거죠.

단호박 : 네. 그리고 카틀라라는 무서운 존재는, 제 기억으로는 거의 3/4에 올 때까지 어떤 존재인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카틀라의 그림이 책에 나와 있죠. 요나탄은 잘생기고 똑똑하고 모든 걸 다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 부정의를 용서할 수 없다, 가야겠다'라고 하고 칼을 내버려 두고 들장미 골짜기에 가게 됩니다. 칼이 왜 형이 그런 위험한 일을 해야 되냐고 묻자 요나탄이 대답하는데, 이 대답이 거의 이 책의 주제처럼 관통을 하고 있죠. 왜 이런 일을 하냐, 라는 질문에 "사람답게 살고 싶어서다.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와 다를 게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 뒤로 요나탄과 칼은 텡일이라는 악당과 카틀라라는 무시무시한 존재와 접전을 벌이면서 여러 가지 모험을 하게 되는데요. 

한자 : 아이들이 정말 흥미진진하게 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펼쳐지죠. 총 16개의 챕터인데 매 챕터마다 다 사건이 있고 다음 내용으로 빨리 넘어가서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가 이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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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사자왕 형제의 모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 김경희 역 | 일론 비클란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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