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 오늘의 특별한 게스트는요, 디플롯 출판사의 이지은 편집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지은: 안녕하세요. 이지은이라고 합니다.
캘리: 오늘 소개할 책은 김보미 저자의 인터뷰집 『키스하는 언니들』입니다.
김보미 저 | 디플롯
단호박: 디플롯 출판사가 파주에 있나요?
이지은: 네, 아카넷이라는 학술 출판사 안에 있는 단행본 출판사예요.
캘리: 그럼 편집자님은 디플롯에서 나오는 책만 담당하세요?
이지은: 아니요, 학술적인 책의 경계에 있는 책들도 가끔 나오거든요. 그런 책도 편집하는 경우가 있어요. 약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습니다.
캘리: 그러면 꽤 바쁘실 것 같아요. 오늘도 가장 최근에 나온 신간이라면서 저희에게 책을 한 권 선물해 주셨어요. 『부서져도 살아갈 우리는』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이 저희가 오늘 이야기할 『키스하는 언니들』과 출간일이 많이 차이 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웃음)
이지은: 원래는 그렇게 밭은 작업 일정이 아닌데요. 『키스하는 언니들』 표지에 고민이 너무 많았어요. 표지를 거의 4차까지 받았거든요. 소요 이경란 실장님이 디자인을 하셨는데요. 4차까지 받다 보니까 출간일이 한 2~3주 정도 늦어지게 됐습니다. 원래 이렇게 일 시키는 회사는 아니에요.(웃음)
캘리: 말씀 들으니까 표지 관련해서, 어떤 고민 끝에 이 표지로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하네요.
이지은: 이 책이 다루는 키워드를 공격할 때 보통 성적인 것에 대한 공격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얼마나 다채롭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퀴어인 게 어느 정도는 드러나도록 하려고 했죠. 근데 그 경계를 찾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이너 분을 많이 고생시키고, 마지막에는 읍소하면서(웃음) 겨우 만들었습니다.
캘리: 비슷한 고민을 제목에서도 하셨을 것 같아요. 이 제목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건가요?
이지은: 그렇지는 않았어요. 가제는 ‘퀴어이고요. 꽤 잘 살고 있습니다’였어요. 근데 퀴어라는 단어를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그런 느낌이 날 수 있게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게 퀴어들의 이야기긴 하지만 비퀴어들이 읽어도 아주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지하철에서 읽어도 퀴어 얘기가 아니라 그냥 책 읽는 사람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또 퀴어들이 이 책을 읽을 때 아우팅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러니까 자신의 성적 취향을 다른 사람들한테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제목을 좀 찾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언니’라는 키워드와 ‘키스’라는 키워드를 결합해 봤습니다.
단호박: 마지막 부분에 저자이신 김보미 작가님의 인터뷰도 수록이 되어 있죠. 작가님이 말씀을 하시기를 자신이 먼저 인터뷰집을 쓰겠다고 마음을 가진 게 아니라 출판사로부터 제안 메일이 왔다고 쓰여 있어요.
이지은: 책에 적힌 편집자는 저를 얘기하는 건 아니에요. 이 책이 원래 텀블벅에서 펀딩한 책이었거든요. 거기 편집자들이 제일 처음에 이 책을 기획을 해서 독립 출판물로 냈고요. 아무래도 독립 출판물이다 보니까 판매나 이런 면이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한테 요청이 온 거예요. 너무 아까운 원고인데 이대로 묻혀버리는 게 속상하다고요. 그런 지원 요청이 저한테 왔고, 그래서 제가 단행본으로 기획을 했고요. 출간까지 그 과정이 3년이 걸렸어요.
단호박: 지원 요청이 왔을 때, 어쨌든 회사에도 이런 기획이 들어왔는데 한번 해보겠다고 제안을 해야 되잖아요. 그 과정은 어떠셨어요?
이지은: 그렇죠, 아무래도 독립 출판물은 좀 자유롭다 보니까 기존의 원고가 제가 느끼기에는 조금 거친 면들이 있었어요. 인터뷰이와 인터뷰의 이야기들이 조금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는데요. 그런 부분을 좀 하나로 융합하기 위해 작가님한테 다시 써달라고 요청한 것도 있고요. 아예 인터뷰를 새로 들어간 분도 있었어요. 그리고 각 인터뷰 뒤에 부록이 들어가잖아요. 그것도 이번에 넣은 거였어요. 이전의 책과 차별되는 지점을 만들어보고 싶었거든요. 다채로운 이야기를 넣는 게 우리의 목표니까, 그렇다면 인터뷰이가 각자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인터뷰하신 분들께 독자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적어서 보내달라고 요청을 드렸어요. 그래서 작가님의 인터뷰도 넣은 거고요.
캘리: 인터뷰 뒤에 달린 부록은 직접 인터뷰이 분들이 보내주신 거군요. 보면 굉장히 실질적인 팁들이 많이 있잖아요. 저는 이 책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아주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진짜 많은 사람들한테 가 닿을 수 있겠다고요.
팁 같은 게 구체적이잖아요. 경제력과 나의 성 정체성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된다는 내용 같은 것 말이에요. 그건 한 개인이 나로 오롯이 살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을 선배 입장에서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또 어떤 분은 20대 때는 그냥 방탕하게 놀아봐도 된다, 애인이랑 소리 지르면서 싸워도 괜찮다, 이런 얘기까지 하셨어요. 그만큼 디테일하게,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미지의 독자에게 아주 친절하게 자세하게 얘기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담긴 책이에요.
이지은: 작가님의 목표도 그거였어요. 고등학교 학생들이 읽어도 무난한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하셨고, 그래서 그 부분 때문에 쉽게 풀려고 노력했어요.
캘리: 김보미 작가님 말씀을 드리자면,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하시고요. 인터뷰를 진행해 주신 분이기도 하시잖아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는 기억이 나요. 58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 후보로 나올 때 레즈비언임을 밝히면서, 커밍아웃 하면서 등장을 했고요. 당선이 되셨죠? 그래서 그분이 가진 생각들이나 고민들도 인터뷰를 통해 같이 읽을 수 있거든요. 그 부분도 재밌더라고요. 김보미 저자님의 매력과 같이 작업하시면서 기억나는 것들이 있으면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이지은: 작가님이 야구를 하시는데요. 하신 지 한 5년인가, 구력이 굉장히 오래되셨어요. 저는 풋살을 하거든요. 풋살을 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그래서 서로 만나면 단백질 먹어야 된다면서 보쌈 먹으러 가기도 하고요.(웃음) 서로의 운동에 대한 부심을 막 얘기하기도 해요. 작가님은 모자를 쓰고 하는 운동은 승마랑 야구밖에 없다고, 신사의 운동이라고 자랑을 하시면 저는 또 도루하는데 그게 신사인가(웃음) 이러면서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그랬었죠.(웃음)
단호박: 책에 보면 ‘미워해도 소용없어 우리는 끈질기게 키스할 테니까’라는 문장이 적힌 띠지가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장이었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엠네스티에서 이 문장으로 한번 캠페인을 했었죠. 거기서 사용하신 문장인 거죠?
이지은: 맞아요, 제가 국제엠네스티를 팔로잉 하고 있는데요. 거기서 “‘미워해도 소용없어’ 다음에 문장을 완성해 주세요”라는 캠페인을 하고 있었어요. 보면서 저것이 우리한테 딱 어울리는 문장이라고 생각을 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가제를 여러 개 바꿀 때 ‘미워해도 소용없어’로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그랬었는데요. 띠지에 있는 문구를 엠네스티에서 보신 거예요. 그래서 저희한테 연락이 와서 북토크를 하고 싶다고 제안을 주셨고요. 책에서 인터뷰를 해주신 김규진, 장서연 님과 김보미 작가님을 저희 쪽에서 섭외해서 행사를 진행했었어요. 100명이 넘게 온 큰 행사를 한 번 치른 적이 있습니다. 카피도 잘 활용해서 이렇게 쓰면 책에 도움이 되는구나, 라는 좋은 경험을 했죠.(웃음)
캘리: 이 책 정말 좋습니다. 저는 비퀴어로서, 그러니까 앨라이로서 어떤 태도로 이 키워드를 만날 것인가라는 점에서 개인적이기도 한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요. 책을 통해서 그 고민에 대한 힌트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책은 퀴어 분들이 당연히 제일 먼저 읽어주시면 좋겠지만 비퀴어 분들도 보시면 좋겠어요. 삶이라는 것은 진짜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되고요. 같이 사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이들과 어떻게 동행할 것인가에 대해 조금은 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지은: 제 의도 중에 하나가 퀴어가 아닌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퀴어가 우리랑 다르지 않다는 점을 알았으면 하는 거였거든요. 그런 면에서 너무 잘 읽어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 의도했던 부분은, 우리 요즘 모두가 다 미래가 어둡잖아요. 특히 20대 시절에는 굉장히 암흑을 걷는 그런 느낌이 저도 있었는데요. 그런 사람들도 읽고, 나한테도 미래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후반부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노후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이분들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읽는다면 삶의 무게를 좀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