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햣켄 저/김재원 역 | 봄날의책
한자(황정은) : 오늘 저희가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눌 책은요. 우치다 햣켄이 쓰고 김재원 번역가가 옮기고 봄날의 책에서 출간된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이라는 산문책입니다. 일단은 작가 소개를 해볼까요? 우치다 햣켄은 필명이고요. (본명은) 우치다 에조(內田榮造), 1889년에 일본에서 태어난 작가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를 스승으로 모시고 사사를 받았다고 하네요. 그 문하에서 문하생으로 글을 써오면서 다른 작가들, 예를 들어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라든지 모리타 소헤이 같은 문인들과 교류를 해왔다고 하고요. 독일어 교수를 역임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1933년에 수필집 『햣키엔 수필』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의 이름을 알린 작가라고 합니다. 1967년에 예술원 회원으로 추천을 받았는데 ‘싫으니까 싫다’라는 이유로 거절해서 큰 화제를 낳기도 했고, 1971년에 도쿄에서 많은 제자들이 곁을 지키는 가운데 81세 나이로 눈을 감았다고 책에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그냥 님의 책장에서 뽑았어요. 저희가 의도하지 않은 ‘다정 특집’이 있지 않았습니까? 오프라인 책장 털기 특집에서 그냥 님이 추천한 리스트 중에서 어떤 책을 고를까 훑어보다 보니, 고양이 책이 대단히 많더라고요. 그 중에 한 권을 읽고 싶어서 가장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습니다. 저희 집에 있는 책이기도 해서 같이 읽자고 제안을 했죠.
그냥 : 이 책을 고르셨다고 해서 ‘귀여운 책들도 많은데 왜 눈물범벅이 예고되어 있는 책을 고르셨을까’ 생각했습니다.
한자(황정은) : 말씀하셨다시피 제목에서 이미 눈물의 냄새가 나죠. 『당신이 나의 고양이를 만났기를』이라니, 만났는지 안 만났는지를 지금 모르는 상태고, 나의 고양이를 왜 당신이 만나는지 생각해 보면 이 고양이가 지금 나의 집에 없는 상태라는 거잖아요.
단호박 : 제목에서 거기까지 읽으셨단 말이에요?
한자(황정은) : 대충 짐작은 했어요. 그렇지만 ‘언제고 한 번은 꼭 읽어야지’라고 마음먹고 있던 책이기도 해서 이 책을 같이 읽자고 제안을 했고, 2주 동안 아주 힘들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있다거나 어려운 말이 쓰여져 있다거나 그런 책은 아니거든요. 일기입니다.
우치다 햣켄이 예순여섯 살 때 어느 날 동네에 사는 고양이인가 본인의 표현으로는 ‘헛간 지붕에서 떨어졌다’고 합니다. 내가 그 고양이를 집에 들인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그 집을 선택을 한 거죠. 헛간 지붕에서 놀다 그랬는지 지나가다 그랬는지 떨어졌고, 물동이 속에 떨어져서 구출을 해요. 그게 인연이 돼서 집고양이로 눌러앉게 되는 거죠. 사실 우치다 햣켄이 고양이라든지 동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본인 말로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이 고양이를 집에 들이게 된 거예요. 고양이가 인간인 자신의 집에 얹혀사는 거죠. 그러면서도 독립적으로 바깥을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싸움도 하고, 밥도 달라고 하고, 자기 자리도 차지하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애착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 고양이의 이름이 바로 노라입니다. 이 책에는 고양이 두 개체가 등장을 하는데 표지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노라입니다. 이 고양이와 1년 이상 정서적으로 교류를 하면서, 술 마실 때 대화상대로 삼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고양이가 사라지죠. 다른 날처럼 그냥 집을 나섰다가 돌아오지 않는 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겁니다. 하루하루 날짜가 지나가면서 고양이를 기다리게 되는 거죠. 그리고 노라는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떻게 됐는지 소식도 없고요. 그래서 이 작가가 노라가 실종되고 나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부터 일기를 써요. 고양이가 돌아오지 않는 빈 자리를 일상의 곳곳을 보면서 계속해서 그 부재를 감각을 하고, 상실감에 어쩔 줄 몰라 하고, 그러면서도 고양이를 계속 기다리고. 또 이 분이 당대에 이미 유명한 문인이었기 때문에 신문을 통해서든 동네 공고를 통해서든 고양이를 찾는다는 소식을 세상에 계속 흩뿌려요. 고양이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오면 찾으러 그 장소를 갑니다. 하지만 노라가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몇 해가 지나가는 거죠. 거의 1년 동안 일기를 기록한 것 같아요.
그렇게 실종 일기를 이어가고요. 그 글의 제목이 바로 이 책의 원제목인 ‘노라야’입니다. 노라야, 하고 부르는 말인 거죠. 이 작가가 노라를 앞에 두고 반주를 마시던 그때의 습관 그대로 노라가 사라진 빈자리를 향해서 계속해서 ‘노라야, 노라야’ 하고 부르는 거죠. 그런 글이 책의 반 이상이에요. 그러면서 이분이 계속 울어요. 초반에는 잠도 잘 못 잡니다.
단호박 : 한 권 내내 상실의 문장들이 이어지는데, 그게 고양이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모든 경우의 상실에 다 해당하는 문장들로 이루어졌다고 저는 생각을 했었어요.
한자(황정은) : 이 집에 두 번째 고양이가 등장을 합니다. 우치다 햣켄은 이 고양이가 노라와 닮은 점이 많아서 ‘형제인가?’라는 생각을 해요. 같은 모체에서 태어난 고양이일 수도 있겠다는 짐작을 하는데, 사실은 아무도 모르죠. 이 고양이의 이름이 쿠루츠인데요. 이 고양이와는 노라보다는 비교적 오랜 세월을 한 집에서 같이 살게 됩니다.
단호박 : 햣켄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쿠루츠한테 얘기하는 글도 하나 있죠. 제가 쿠루츠라면 좀 상처받을 것 같은데 ‘하지만 너는 노라가 아니야’ 계속 이야기를 하죠. 물론 쿠루츠는 못 알아듣기 때문에 상처받진 않았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좀 쿠루츠한테 빙의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햣켄 할아버지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도 저희는 이해가 되죠.
한자(황정은) : 쿠루츠 5년 이상을 이 가족의 집에서 살게 되는데, 거의 마지막에 가서야 이 고양이가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에서 이 집에 들어왔다는 걸 알게 돼요. 의사의 진단으로 말이죠. 우치다 햣켄이 노라를 향한 상실감이 너무 커서 이 고양이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써요. 애를 쓰지만 그게 되겠습니까? 내 집을 드나드는 고양이에게. 아무튼 쿠루츠가 부부의 생활공간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와서 지내게 되는데, 사실 몸이 그렇게 건강한 편은 아니에요. 씩씩하지만 건강한 편은 아니었고, 병을 얻어서 앓게 되고 햣켄 부부가 투병 과정을 함께 하게 됩니다. 극진히 돌봐요. 말하자면 집에서 호스피스를 한 거죠. 그리고 고양이가 죽습니다. 부부는 집의 마당에 고양이를 묻어요.
김재원 번역가가 쿠루의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썼더라고요. ‘쿠루는 우치다 햣켄의 덜 아픈 손가락이었다. 노라와 달리 쿠루의 마지막 눈 감는 순간을 곁에서 지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노라처럼) 행여 낯선 곳을 헤매며 배를 곯을까 세찬 빗줄기에 귀가 젖을까 안절부절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는 이야기를 옮긴이의 말에 썼습니다. 그랬을 것 같아요. 노라의 마지막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노라가 지금 어디서 어떤 고통을 겪고 있을지 계속해서 상상을 하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안절부절 하는 것보다는 어쨌든 끝까지 내가 곁에서 지켜봤고 내 품에서 보냈고 내가 사는 공간 안에 묘를 만들어서 묻어두었고 거기에 그 몸이 있고... 뭐라고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하겠는데, 훨씬 안심이 되는 상실이었던 것 같아요.
단호박 : 그게 어떤 비교급의 수치가 아니라 그냥 ‘무한과 무한 이상’ 그런 느낌인 거잖아요. 상실에 있어서는.
한자(황정은) : 맞아요. 다 개별적인 죽음이기 때문에.
단호박 : 둘 다 셀 수 없는 상황에서의 상실인 거죠.
한자(황정은) : 그렇습니다. 그런 내용의 책입니다.
봄날의책에서 출간되는 산문선이 대단히 좋지 않습니까? 저희가 이미 <삼자대책>을 통해서 소개를 했던 앤 카슨의 책도 있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라는 작가의 산문도 대단히 좋습니다. 『불안의 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봄날의책에서 출간되는 산문선 중에 또 『슬픈 인간』이라는 책이 있거든요. 저는 그 책에 실린 산문들을 좋아해요. 특히 그 중에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귤」이라는 산문이 있거든요. 되게 좋아요.
이 책도 기본적으로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 산문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어요. 봄날의책이 정말 좋은 산문을 소개해 주는 출판사라는 생각이 들고, 이번에 홍은전 선생님의 책이 나왔습니다. 동물권에 관한 책인데요. 같이 찾아서 읽어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고, 모든 책이 다 그렇겠습니다만 정말 책을 공들여서 만드는 출판사 아닙니까? 같이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자(황정은) : 저는 고양이 책을 고르면서 ‘이제 고양이에 대한 글을 읽을 수 있고 고양이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알았어요. 내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 저희 집 둘째가 간 지가, 12월 14일이 되면 6개월 되거든요. 끝나지 않아요. 정말로. 끝나지를 않고.
특별한 사고가 있지 않다면 고양이가 (반려인보다) 먼저 갑니다. 그런데 이 상실이 상실로 인정이 되질 않아요. 사회적으로 같이 사는 동물의 죽음을 가족의 죽음으로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있죠. 이런 감각이 조금 더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요즘에 첫째도 많이 안 좋거든요.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매일 애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어요. 이걸 알고서 고양이를 키워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냥 : 맞아요, 우린 너무 엄청난 일을 저질러 버린 거예요.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안 했을 건데. 같이 안 살았지, 내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른 줄 알았으면...
단호박 : 그런데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가셔도 아마 키우실 것 같아요.
그냥 : 이 기억을 그대로 갖고 간다면?
단호박 : 네.
한자(황정은) : 저는 그럴 것 같아요. 이 모든 과정을 겪는다고 해도 또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