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을 때가 많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생각이 왔다 갔다 하고, 생각이 뒤죽박죽 머릿속이 복잡해서, 했던 말을 또 하거나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곤 하는 식이다. 14년 차 초등 교사인 이한샘 작가는 초등 글쓰기는 ‘생각 정리’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모아 정리하고 나면, 자신이 쓰고 싶은 글도 명확하게 보인다고 말한다. 뿌연 머릿속의 안개를 걷어 내고, 그 속에 숨어 있던 반짝이는 글을 찾아 써 내려 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좋아한다는 『뒤죽박죽 생각 정리 글쓰기 책』의 저자 이한샘 작가를 만나 봤다.
이번 책은 어떤 독자들을 위해 쓰신 책인지 궁금합니다.
교실에서 글쓰기를 하다 보면, 글쓰기를 재미있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어렵고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하나의 글로 완성하는 것을 특히 어려워했어요. 이 책은 생각 정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찾고, 그것을 글로 완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에요.
‘생각 정리’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 정리를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 책에 나오는 기법 중 ‘질문 갈아 끼우기 기법’을 소개합니다. ‘나는 제주도를 다녀왔다.’ 라는 경험이 있다면 그 사이에 육하원칙 질문들을 하나씩 넣어 질문으로 바꿔 보고 대답해 보는 방법이에요. ‘나는 (누구랑) 제주도를 다녀왔을까?’, ‘나는 (어떻게) 제주도를 다녀왔을까?’와 같이 경험 사이에 질문을 갈아 끼우면서 생각하고 대답하는 과정을 통해, 중요한 내용을 빼먹지 않고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어요.
초등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하면 역시 ‘일기 쓰기’가 떠오르는데요. 매일 똑같은 일만 일어나서 일기 쓸 내용이 없다고 하는 아이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그런 아이들과는 밤하늘의 별 이야기를 해요. 밤하늘의 수많은 별은 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면 색도, 모양도, 크기도 모두 다르다고요. 멀리서 보는 아이의 하루도 밤하늘의 별처럼 모두 비슷해 보일지 몰라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다 다른 별처럼 매일 이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줍니다.
초등 글쓰기의 꽃이라고 하면 역시 ‘생활문 쓰기’가 떠오르는데요. 평소 사소한 일들을 어떻게 하면 멋진 생활문으로 쓸 수 있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을까요?
평소에 일어나는 일을 생활문으로 멋지게 탄생시키려면, 감정에 주목해야 해요. 예를 들어 부모님 몰래 밤새 게임을 한 일이 있다고 해봐요. 처음에는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다가, 들키지 않자 게임하며 너무 즐거웠다가, 게임에서 져서 화가 나도 소리도 못 내니까 답답했다가 하는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면 글이 생생해져요. 그 중 어느 감정이 나에게 가장 의미 있던 감정인지 살펴보면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도 글 속에 함께 담기게 된답니다.
초등 문해력의 기초는 읽고 쓰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쓰는 ‘독서 감상문 쓰기’가 문해력을 키우는 일등공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훌륭한 독서 감상문을 쓰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알려 주세요.
책을 보는 나만의 독특한 관점이 들어가 있어야, 훌륭한 독서 감상문을 쓸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일본군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화가 났다’처럼 이야기를 보고 느낀 감정을 표현하거나, ‘나도 배고플 때 아무거나 먹다가 배탈이 난 적이 있다’라며 비슷한 경험을 쓰는 식으로요. 지면상 소개하지 못한 나머지 방법은 책을 통해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가 ‘SNS 글쓰기’를 다룬다는 점인데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SNS 글쓰기는 무엇인지, 그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가르쳐 주세요.
아이들이 많이 고민하는 것이 ‘읽씹(읽기만 하고 대답을 하지 않는 것)’, ‘안읽씹(읽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이에요. 소통이 되지 않고 무시당한다고 느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해하죠. 관계란 탁구를 치는 것과도 같아서 내가 ‘핑’ 하고 보내도 ‘퐁’ 하고 오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퐁’은 내 몫이 아닌 친구의 몫임을 이해하고, 내가 ‘핑’을 보냈다면 그 이후의 반응에 대해서는 친구에게 맡겨야 해요. 하지만 내가 ‘퐁’을 보내는 입장이 된다면, 아주 간단한 ‘퐁’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야 하겠지요.
마지막으로 초등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글을 써 보자’라고 말하지 않아요. 그림을 그리면서 시작하기도 하고, 이야기를 읽으며 시작하기도 하고, 말로 시작하기도 해요. 말문이 터지는 것처럼 ‘글문’도 터지는 시기가 있어요. 그 시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아이와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 정리도 해보고, 아이 감정의 변화도 살펴보고, 핑퐁 대화도 나눠 보세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