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개릭스(Martin Garrix) | 뮤직비디오
내 멋대로 ‘여름 특집’을 만들었다. 더운 여름날 야자수의 잎끝보다 밝게 빛나는 시니어 모델을 본 적이 있는가? 매년 여름이면 마틴 개릭스(Martin Garrix)와 패트릭 스텀프(Patrick Stump)가 함께 한 Summer days 뮤직비디오를 챙겨본다. 나는 에이지즘을 타파한 콘텐츠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가산점을 준다. 청년과 노년이 함께 어울리는 이 작품은 여름의 활력을 더한다. 매력적인 모델 콜린 하이데만(Colleen Heidemann)의 붉은 드레스를 보고 있으면 긍정적인 생각이 마구 떠오른다. 한때 나의 컬러링이었던 곡이다.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 음악
내가 널 사랑한다는 말, 네가 들은 말 중에 최악이지(I love you, ain't that the worst thing you ever heard)? 테일러 스위프트는 언제나 내 작품의 추구미다. 사랑과 상실, 결함과 극복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그녀의 세계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방구석에서 혼자 운다. 여름이 되면 늘 이 노래를 카카오톡 프로필 음악으로 설정한다. 'Anti-hero'와 함께 들으면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레몽 라디게 저/원윤수 역 | 민음사
누군가 인터넷에 써둔 혹평을 보고 호기심에 구매했다가 깜짝 놀란 도서다. 소위 ‘요절한 천재 작가’가 썼다는 통속적 수식은 차치하더라도, 내용 자체가 충격적이다. 소년의 비틀린 사랑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사랑이 사랑을 해버린 이야기. 정념을 감추지 않는 레몽 라디게의 적나라한 서술은 불쾌감과 동시에 경외심을 준다. 욕망에 데고 싶은 여름날에 읽기 좋다.
아니 에르노 저/정혜용 역 | 문학동네
소년의 사랑을 봤으면 중년 여성의 사랑도 보자. 2001년 여름 르몽드 지면에 발표된 작품이다. 오토픽션의 대가인 아니 에르노의 문장력이 놀랍다. 그토록 복잡한 마음을, 이토록 차분히 설명하다니! 부끄럼움조차 감추지 않는 작가의 역량을 감히 ‘기백’이라 표현하고 싶다. 나도 그녀처럼 타인의 비난이나 잣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가 되고 싶다.
하토리 비스코 | 만화
위의 사랑들이 너무 버거운가? 그렇다면 순애도 있다. 최근 오컬트 행사를 준비 중인데 누적된 음기를 떨치기 위해 이 작품을 재감상했다. 하이틴 로맨스의 교본이 아닐까? 각 회차마다 감정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등장하며 인물의 대사들은 제법 함축적이다. 또한 시각적인 연출도 뛰어나다. 사랑을 사랑답게 말하는 만화로 나는 늘 이 작품을 선택한다. 너무 좋아해서 이베이에서 10만 원을 주고 한정판 시계까지 샀다. 10년 전, 여고에서 만화를 읽으며 친구들과 남녀공학에 대한 망상을 키웠던 추억이 떠오른다. 내 얼음빙수, 내 딸기샤베트, 내 소다팝…….청량한 여름에 딱이고, 긴 여운은 덤이다.
청예
매일 늦잠을 자지만 글만큼은 성실하게 쓰는 사람. 질투와 열등감은 동경과 존경의 이면이며 모두에게 무상, 무한 제공되는 동력이라 믿는다. 제6회 한국 과학 문학상 대상, 제1회 K-스토리 공모전 드라마 최우수상, 제2회 K-스토리 공모전 SF·판타지 최우수상, 제9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단편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제2회 보슬비 SF 밤 추천작에 선정되었다.
뿜뿜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