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우 “제게 새로운 무늬 하나가 생긴 것 같아요”
천만 년의 시간을 카메라로 담으려 한다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그림책은 그 시간을 이미지로 만들고 담을 수 있어요. 소리로는 들리지 않는 돌의 이야기도 글로 나지막이 들려줄 수 있고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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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살 된 작은 돌 하나가 온몸으로 품어 온 수천 겹의 이야기 『나는 돌이에요』. 일상적인 순간을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해 들여다보고, 이야기를 펼쳐 온 지우 작가의 세 번째 그림책이다. 문득 발에 차이는 돌 중에 나보다 짧은 생은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이 이야기는 4년의 시간을 거쳐 한 권의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돌처럼 때로는 가만히, 때로는 온몸으로 부딪치며 책을 완성하고 나니 또 하나의 무늬가 생긴 것 같다는 지우 작가를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나는 돌이에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과 만난 기분이 어떠신가요? 

제게 새로운 무늬 하나가 생긴 것 같아요. 처음에는 형체도 색도 희미했던 그 무늬가 이상하게 자꾸 신경 쓰였어요. ‘이것이 무엇일까?’ 가만히 생각하고 주위에도 물어보며 다듬어 나가니 명확한 형태가 만들어지고 색은 점점 더 선명해졌습니다. 그렇게 『나는 돌이에요』가 탄생했어요. 새 무늬를 선보이고 나누는 것이 떨리고 설렙니다.


『나는 돌이에요』 이제  백만 살이  돌이 주인공이에요.  돌을 주인공의 자리로 초대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늘 시간에 관심이 많았어요. 기억력이 좋지 않아 지난 일들을 잘 잊어버리거든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도록 좋았던 오름, 첫 MT 때 입었던 분홍색 핫팬츠, 버스 정류장에서 넘어진 할머니의 하얀 버선발 등…. 다녀왔던 장소, 사람, 일, 밤새 달달 외웠던 시들까지도 점점 잊어버리고 있어요. ‘잊어버리면 그 시간이 내게 더 이상 없는 걸까?’ ‘어떻게 하면 시간을 조금 더 잡아 둘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됐어요.


돌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에 약 천만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돌은 그 오랜 시간을 견디며 모든 것을 제 몸에 새기고 있어요. 시간기록자로서 돌은 주인공으로 안성맞춤이었어요.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직선과 픽셀노이즈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의 그림 스타일이 눈에 띕니다.

이전의 작업들과 이번 『나는 돌이에요』 그림 작업이 표면적으로는 무척 달라 보이지만, 사실 저의 탐구의 지점은 동일해요. 그리는 도구 본연의 물성을 활용하여 표현하는 것에 항상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때』와 『나는 한때』는 수작업 도구 본연의 물성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고, 이번 『나는 돌이에요』는 여러 질감의 종이 위에 구아슈, 연필, 판화 등을 활용한 수작업 그림에 디지털 작업을 더했어요. 도트, 직선, 픽셀과 같이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의 본질, 기본 그래픽을 활용했지요. 그래서 시각적으로 완전히 다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지요?

모든 장면을 다 좋아하지만… ‘하늘엔 해 하나, 구덩이엔 나 하나’ 라는 장면이 있어요. 물이 다 마른 구덩이에 빠져 있으면서도 돌은 자신을 유일무이한 해와 같게 인식해요. 배포가 크죠. 멋진 것 같아요!


4년의 시간 동안 돌처럼 가만히 온몸으로 부딪치며  책이 완성되었어요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이번 책이 출간되기 직전에 작업실을 이사했는데요. 베란다 청소를 하다 전 집주인 할머니의 장독대를 지켰을 법한 납작한 돌을 만났어요. 아마도 할머니는 그 분의 생을 완성하신 것 같아요. 할머니의 시간을 함께한 돌은 장독을 닮은 붉은 무늬를 그리고 있었어요. 그 돌은 이제 제 책상에 자리 잡았는데요, 종종 ‘내 시간은 이 돌에 어떤 무늬로 남을까?’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만드는 일의 가장  매력은 무엇인가요?

천만 년의 시간을 카메라로 담으려 한다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그림책은 그 시간을 이미지로 만들고 담을 수 있어요. 소리로는 들리지 않는 돌의 이야기도 글로 나지막이 들려줄 수 있고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장르가 그림책인 것 같아요.


 책을 만날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백만 년을 산 돌을 함께 만나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가끔 저는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오늘이 불안했어요. 그래서 돌이 한 말은 제가 바라는 마음이기도 해요. 온몸으로 기록하는 돌처럼 우리, 함께 천만 년을 살듯 오늘을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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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