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미국에서 출간된 어린이 책중에서 가장 뛰어난 그림책에게 상을 주는 칼데콧 상. 차호윤 작가는 100여 년의 칼데콧 역사상 한국인 최초로 2024년 칼데콧 영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유산을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로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 『용을 찾아서』로 전무후무한 역사를 쓴 차호윤 작가. 그녀의 특별했던 성장 과정부터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황홀했던 칼데콧 시상식의 현장까지 함께 만나 봅니다.
작가님, 칼데콧 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한국인 최초 수상이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칼데콧 상을 받은 작품 『용을 찾아서』는 어떤 그림책인가요?
감사합니다! 『용을 찾아서』로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아직도 얼떨떨하고 실감이 나지 않네요. 『용을 찾아서』는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유산을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로 은유한 이야기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용을 찾아 떠나는 아이의 모험 속에 문화의 공존과 다양성이 자연스레 녹아 있는 작품이에요.
『용을 찾아서』 작업을 하며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요?
이 그림책의 경우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특성을 잘 살려 표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다른 두 문화의 대비를 통해 각각의 고유하고 특별한 매력을 전달하고 싶었지요. 다양한 책을 읽고 자료를 찾아보며 문화적 특성을 살리는 데 주목했습니다.
서양의 붉은 용과 동양의 청룡을 서로 대조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도구와 기법을 사용했어요. 강렬하고 화려한 서양의 붉은 용은 서양화 기법을 기반으로 펜촉과 서양 수채화 붓으로 그렸어요. 반면에 우아하고 신성한 분위기의 동양의 청룡은 부드러운 민화 붓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마침, 제가 대학교 재학 시절 방학 때 한국에서 민화 수업을 들었던 터라 이를 잘 구현해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청룡과 호랑이를 보면 한국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요. 혹시 어디서 모티브를 얻었나요? 작가님의 첫 작품인 『Tiny Feet Between the Mountains』도 한국의 옛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첫 작품을 옛이야기로 시작한 이유가 있나요?
『용을 찾아서』 속 청룡의 경우 강서대묘에 있는 청룡 그림 그리고 우리나라 왕의 곤룡포로부터 청룡의 영감을 얻었어요. 우리나라는 용이 왕의 상징과도 같아서 『용을 찾아서』의 청룡에 그런 무게감과 위상을 담으려 최대한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첫 작품 『Tiny Feet Between the Mountains』 속 호랑이는 김홍도의 작품과 민화를 참고하여서 그렸어요. 특히 김홍도의 『송하맹호도』 는 학생 때부터 계속 감명 깊게 생각한 작품입니다. 그러나 저의 호랑이는 조금 더 해학적인 까치호랑이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첫 그림책을 만들 무렵, 한국 문화는 이제 서서히 알려지는 중이었지만 미국 대중은 우리 동화 또는 이야기를 많이 모르고 안 알려진 게 안타까웠어요. 저에게는 너무 친숙한 한국 전래동화를 저만의 방법으로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전래동화의 요소와 호랑이를 좋아하는 사심을 가득 담아 만든 작품이 『Tiny Feet between the mountains』입니다.
작가님은 미국에서 태어났고 미국에서 활동하지만,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구사하고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것 같아요. 혹시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저는 아버지의 학업과 직업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미국에서는 한국 문화를 접하기 어려웠지만, 대신에 부모님께서 한국 동화책을 많이 읽어 주셨어요. 덕분에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되었죠. 그러다 제가 정서적으로 발달하는 사춘기 무렵에 한국에서 5년간 지내게 되었어요. 그때 한국에서 보낸 시간 덕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러워졌죠.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발달할 수 있었던 건 부모님과 꾸준하게 소통했던 점과 가족의 화목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부모님과 원활한 소통과 깊은 대화를 원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 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용을 찾아서』의 주인공을 보며 작가님께서 많이 공감했을 것 같기도 해요. 책 내용 중 특별히 마음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용을 찾아서』의 원고를 처음 받았을 당시 “네 안에는 두 숲이 만나는 곳이 있단다.”라는 문장을 읽고 감정이 벅차올라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요. 그 글귀가 제 가슴 한편에 남아있던, 정체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 어린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위로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저는 자라는 동안에 제 정체성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했어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를 오가며 양쪽의 문화를 모두 경험하였고 온전한 소속감도 느끼고 싶었지만,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할 수 없을 것 같았거든요. 다행히도 그때 미술을 접하면서 저의 고민과 정체성을 작품으로 풀어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이었죠. 이 책은 저에게 따스하면서 명료한 위로예요. 정체성은 하나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모여서 ‘나’라는 고유한 사람을 만든다는 깨달음이 담겨 있죠. 제가 경험했던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가 마치 두 마리의 용처럼 제 마음속에 함께 존재하는 것처럼요. 망망대해 같던 고민의 바다를 항해하던 저에게, 그리고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어요.
요즈음 아시아 특히 한국의 문화와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에 대한 미국 내 인식이 높아졌다고 알고 있어요. 실제로 느낀 사례가 있나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문화적인 요소 또는 전래동화가 생소했다면 요즘 들어서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알아보고 이해해서 무척 감격스러워요. 최근에 『Tiny Feet between the mountains』를 너무 잘 읽고 있다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외국인 가족을 만났는데 ‘한복’과 ‘보자기’ 발음을 거의 완벽하게 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한국 여행도 여러 번 했고 한국 문화가 친숙한 가족이더라고요. 시간이 갈수록 그런 분들을 더 자주 만나는 것 같아 기쁩니다.
올해 6월에는 칼데콧 상 시상식이 있었지요? 한국인 최초로 칼데콧 상을 받았던, 칼데콧 시상식의 분위기를 들려주세요.
2024 ALA Annual Conference & Exhibition은 ALA 샌디에이고에서 주최했습니다. ALA은 American Librarian Association의 약자이며 미국의 사서들이 모여서 미국의 여러 출판사랑 연결하며, 올해 각종 ALA 상을 받은 많은 수상자를 축하해주는 자리죠. 칼데콧 시상식 분위기는 정말로 화려한 축제 같았습니다.
제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글 작가인 줄리 렁의 손을 잡고 같이 나갔습니다. 글과 그림이 어울려 한 권의 그림책이 되듯 줄리 렁 작가와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 후에는 출판사 관계자 분들과 다른 칼데콧 수상자들, 칼데콧 수상 위원회 관계자와 이야기하며 축배의 시간을 보냈어요. 책을 사랑하는 사서들 그리고 어린이책에 관해서 열정적인 분들이 가득한 자리라서 책 작업 이야기와 서로 축하하느라 어느새 늦은 밤이 되어 있더라고요. 정말 마법 같은 하루였습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