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미국인 이민 2세대 여성 작가 에이미 탄의 장편소설 『조이 럭 클럽』이 복간되었다. 소설은 중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이민을 온 엄마들과, 미국에서 나고 자라 중국에서 온 엄마에게 양육 받은 딸들의 관계를 다룬다. 1989년에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뒤로 전 세계 17개 언어로 번역되고 77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를 기록했으며, 오늘까지도 대표적인 여성 문학이자 디아스포라 문학 작품으로 손꼽히는 명작 소설이다. 웨인 왕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다.
아래는 『조이 럭 클럽』을 담당 편집한 도서출판 들녘의 이수연 편집자의 7문 7답 인터뷰다.
책의 제목 ‘조이 럭 클럽’은 무슨 뜻인가요?
‘조이 럭 클럽’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엄마들의 마작 모임이에요. 그 시작은 작중 인물 ‘수위안’이 아직 중국에 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쟁으로 많은 이가 피난길에 올랐고, 수위안도 그중 하나였지요. 모든 물자가 부족했고, 흉흉한 분위기 속에 전염병까지 돌았습니다. 사람을 우울감에 빠뜨리기 충분한 상황이었지만, 수위안은 무력하게 주저앉아 있는 대신 마작 모임을 열기로 합니다. 여자들끼리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수다를 떨며, 작금의 불행을 잊고 장래에 대한 소망을 품는 거예요. 그것이 수위안이 미국으로 온 뒤 중국계 이민 여성들의 모임으로 이어졌지요.
한편 딸들에게 ‘조이 럭 클럽’은 이해할 수 없는 풍습입니다. 그 이름부터가 그렇습니다. 뜻글자인 한자를 모어로 하는 엄마들은 ‘조이’와 ‘럭’을 연이어 써서 모임 이름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딸들이 보기에 ‘조이 럭’은 영어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한 단어일 뿐이에요. 그런데 바로 그 이름부터 이상한 조이 럭 클럽 모임에 수위안의 딸 ‘징메이’가 합류하게 됩니다. 엄마를 대신해 마작 테이블 앞에 앉은 징메이는 엄마의 삶과 뜻, 소망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이 책의 한 갈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에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바 있네요. 이번에 복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조이 럭 클럽』은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인 소설입니다. 다른 많은 분과 마찬가지로 저도 조이 럭 클럽을 영화로 처음 접했어요. 큰 감동을 받고 더 알아보다가 원작 소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소설을 읽어보니, 영화와는 또 다른 깊이의 감동과 아름다움이 있었고요. 또 바로 어제 쓰인 소설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오늘날 여성들의 삶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소설이 절판되어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없다고 한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이 많았어요. 요동하는 역사 속에서 삶이라는 격랑을 작은 몸으로 헤치며 살아온 여자들의 이야기에는 오늘의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있어요. 독자님들께 그 넘치는 생명력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떤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시나요?
큰 사랑을 받았던 소설 『파친코』와 드라마 〈파친코〉를 인상 깊게 보셨던 분이라면 『조이 럭 클럽』도 좋아하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또 여성의 손으로 쓴 여성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마는 분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그리고 저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소설 속 징메이처럼 엄마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
웨벌리처럼 엄마와의 첨예한 신경전을 이어오고 있는 사람,
로즈처럼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것 같아 두렵고 혼란스러운 사람,
레나처럼 삶이 뭔가 불행하고 불편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딸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소망이 있는 어머니들,
곧 이 세상의 모든 여성에게 『조이 럭 클럽』을 읽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작업하며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하여 깨닫게 된 바가 있을까요?
소설 속에는 네 모녀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개인적으로 수위안과 징메이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세 모녀의 이야기는 엄마의 시점과 딸의 시점에서 각각 서술되지만, 수위안은 일찍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 삶에 대한 이야기는 징메이의 시점에서 서술돼요.
엄마가 죽고 난 후 엄마와의 추억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면서 징메이는 끝없이 질문합니다.
엄마가 자주 만들던 돼지고기 소 있잖아. 그건 뭐였을까? 꼭 톱밥 같았는데. 상하이에서 돌아가셨다는 삼촌들 이름이 뭐였지? 그 긴 세월 동안 엄마는 두고 온 딸들을 생각하며 어떤 꿈을 꿨을까? 내가 화나게 할 때마다 다른 딸들을 생각했을까? 내가 아니라 그 애들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을까? 엄마 옆에 있는 게 나라서, 실망하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이제는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영영 그 질문들의 답을 알 수 없게 되었어요.
많이들 하는 말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간과되는 듯한 말인데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묻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지금 물어봐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으면 지금 바로 해야만 한다는, 그 사실을 이 책을 만들며 한 번 더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즐거웠던 일이나 어려웠던 점, 편집 주안점 등이 궁금합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제가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도 ‘수위안이 누구 엄마였더라?’ ‘로즈가 안메이의 딸이었나, 잉잉의 딸이었나?’ 하며 헷갈렸던 기억이 있어요. 그래서 책 뒷날개에 모녀 관계도를 넣었습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저와 같은 의문이 생길 때는 책 날개를 살짝 확인해 주세요.)
또 징메이가 엄마 대신 조이 럭 클럽에 합류하여 엄마 친구들과 마작을 하는 장면이 한 문단 정도 나오는데, 저는 마작을 할 줄 모르고 배울 수 있는 곳도 여의치 않아 이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에 도움을 구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독자님들과 우리만의 조이 럭 클럽을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책에 대해 수다를 떠는 거예요!
『조이 럭 클럽』을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좋을 포인트가 있을까요?
총 여덟 사람의 이야기가 한 권에 담겨 있지만, 책을 읽다 보면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 지점을 찾아보는 것이 한 가지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소설 속에 숨어 있는 동양적인 소재들을 찾아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범띠니 말띠니 하는 12띠와 ‘너는 사주에 물이 많아’ ‘너는 사주에 나무가 없어’ 하는 식의 사주 이야기들이 우리에게도 굉장히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그 밖에도 천 리 바다를 건너온 깃털, 엄마가 어릴 적부터 그 딸이 자랄 때까지 마당 연못 속에 살았다는 오래된 거북이, 눈물을 마시고 살아가는 까치, 금색 면과 검은 면을 동시에 지닌 호랑이 등의 소재들이 소설에 흡사 신비한 설화 같은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겨주세요.
배우 저스틴 민 님이 소설 『조이 럭 클럽』을 인생 책 다섯 권 중 하나로 꼽으며 ‘내가 누구인지 가르쳐주었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의 답을 찾는 것은 지난하지만, 나를 이뤄온 것들을 돌아보는 일이 그 여정의 한 가지 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도 그중 하나겠지요. 엄마가 나에게 먹히고, 입히고, 말하고, 가르친 것들, 자라는 동안 보고 듣고 느껴온 엄마의 성격과 감정, 이야기, 분위기 등이 어떤 식으로든 나라는 사람의 일부를 이루었을 테니까요. 이 책이 독자 여러분이 스스로를 조금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