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의 ‘No.1 마시멜로 픽션’은 초등 고학년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작품을 뽑는 유일한 공모전으로, 101명의 여자아이들이 직접 심사에 참여한다. ‘자기만의 세계가 공고해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열렬히 따르며, 미래에 대한, 그리고 일상에 대한 끝없는 고민이 펼쳐지는 시기. 여전히 어린이이면서도, 저학년 동생들과 하나의 그룹으로 묶이기엔 복잡하고 섬세해진 정신세계.’ 이 특별한 독자를 사로잡을 8회 수상작 『백새롬의 데뷔 전쟁_귀신 보는 연습생』이 출간되었다. 4회 수상작이 출간되고 3년 만에 뽑힌 수상작이다. 아이돌 연습생(백새롬)과 귀신(김딴딴) 이야기의 색다른 조합을 보여 줌과 동시에 여자아이들의 일상과 감성을 꾸밈없이 반영했다는 평을 받은 변윤제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 본다.
제8회 No.1 마시멜로 픽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처음으로 쓴 동화가 덜컥(?) 상을 받게 된 것인데, 『백새롬의 데뷔 전쟁』을 쓰시게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몇 해 전, 트로트를 주제로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혼자 숲에서 트로트를 부르는 누군가에 대한 시였어요. 아마도 지금 짐작해 보자면 그 시에는 ‘김딴딴’만 등장한 듯해요. 혼자 노래 부르는 사람의 외로움, 그 사람의 트로트, 여러 감정을 헤아리다가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도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천천히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마침내 동화로 창작했습니다. 이후에도, 몇 번 큰 수정을 거쳤고요. 각 캐릭터가 어떤 마음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계속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렇게 백새롬, 김딴딴과 같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탄생했습니다.
시인이셔서 가능한 독특한 창작 프로세스인 것 같네요. 이와 같이 시를 쓰는 것이 소설이나 동화 창작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아무래도 영향을 안 줄 수는 없겠죠. 그런데 저는 각 장르를 쓸 때마다 조금씩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동화를 쓸 땐 시로 살 수 없는 삶을, 시를 쓸 땐 소설로 살 수 없는 삶을요. 한 작품을 끝내고 나면 보람만큼 아쉬움이 남곤 하는데 여러 아쉬움을 서로 다른 장르로 상상해 보는 일을 즐겨하고요. 장르를 넘나드는 것을 통해 여러 인생의 아쉬움을 대신 풀어내 본다는 생각을 해요. 엉뚱한 생각을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시와 동화는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란 생각도 들고요.
걸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에서 가장 많은 의견 가운데 하나가 ‘아이돌 연습생 혹은 트로트와 같은 대중 문화와 귀신의 조합이 신선하다’라는 것인데요, 평소에도 이 분야에 관심이 많으신지, 어떻게 이런 조합을 생각해 내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재를 찾으실 때 새로움 혹은 신선함에 중점을 두시는 편인지요?
평소에도 대중문화, 특히 아이돌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핑클과 소녀시대를 보면서 자란 어린이, 청소년이었고요. 지금은 뉴진스, 르세라핌을 즐겨 듣는 팬이 됐지요. 어릴 땐 막연히 아이돌을 동경의 대상으로 바라봤지만, 자라서 보니 그들이 겪는 어려움, 노력이 새삼 다시 보이더라고요. 소재를 찾을 때는 항상 제가 잘 아는 소재, 관심을 가지는 소재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경우 대부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어떻게 접근하는 게 가장 새로울지 고민하는 편입니다. 제가 어릴 때, 「꼬마 유령 캐스퍼」, 「지옥 선생 누베」, 「고스트스위퍼」와 같은 유령, 요괴물이 유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그저 재미있게 봤지만 모두 죽음을 통해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작품들이었어요. 해당 작품에 등장하는 귀신도 결코 무섭지만은 않은, 나름대로의 애환을 가진 존재들이고요. 유쾌함, 진지함을 두루 담은 작품을 탐독한 경험과 백새롬에 대한 아이디어가 만나서 이런 작품이 탄생하게 되지 않았나 짐작합니다. 그런 방식을 통해 공감과 새로움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요.
독특하고 다양한 소재가 등장하는 화려하고 판타지적인 이야기이면서도, 백새롬이 양민서, 김딴딴, 하설윤이라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각각 고민과 갈등을 겪고 이를 능동적으로 풀어 나가는, 여자아이들만의 리얼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그 또래 여자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소재를 이 아이들이 공감할 이야기로 잘 녹여 내신 듯합니다. 그래서 수상작으로 선정되었겠고요. No.1 마시멜로 픽션은 ‘초등 고학년 여자 어린이’라는 구체적인 독자층이 설정된 유일한 공모전이지요. 이 독자층의 유니크함, 또 이들을 타깃으로 한 작품을 쓰는 것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처음 당선작이 된 후, 걸스 심사위원들의 날카로운 심사평에 감탄했습니다. 동시에 정말 행복하기도 했고요. 해당 연령의 독자층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또 놀라운 안목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당연히 서툴고, 미숙한 부분도 가지고 있죠. 더불어, 친구와 다른 사람을 위한 진실한 애정도 가지고 있어요. 그 모든 부분이 마시멜로 픽션만의 특별함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보다는 어린이의 삶 그 자체가 특별한 것이죠. 이런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것은 단지 관찰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어요. 제 가족과 친구들의 삶을 함께 살아 나가면서 그들의 삶 속에 있는 여러 어려움을 함께 고민한 덕분입니다.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라고 하면 기성 세대는 밝음, 환함 등 좋은 감정과 사실만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실제 그들의 삶 안에도 고민이 있고, 여러 역경이 있죠. 마시멜로 픽션이 특별해지는 건 그 나이대의 삶이 가진 고민을 집중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백새롬의 데뷔 전쟁』도 아이돌과 귀신 얘기이기 전에 초등학교 여자 어린이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백새롬의 데뷔 전쟁_귀신 보는 연습생』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으신다면?
오디션을 무사히 끝낸 후, 새롬이가 민서와 함께 회사에 돌아온 장면이 마음에 남아요. 자신의 오디션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회사 식구들은 관심도 없지요. 왜냐면 드림픽션이 빌보드 1위를 차지해서요. 새롬이는 심지어 드림픽션 오디션 최종에서 떨어진 친구이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한 마음에 시달렸을 거예요. 민서 앞이라서 민망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백새롬의 선택은 질투가 아닌 축하와 노력이었습니다. 너무 좋다고,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자기 자신을 독려하죠. 새롬이다운 선택이라 그 부분이 마음에 남아요. 아, 그리고 하나만 더 말하자면, 새롬이가 민서의 메이크업을 해 주는 장면이 있어요. 크게 다퉜던 두 사람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해하는 장면이죠. 눈물을 찔끔 흘린 두 사람이 거울 속의 서로를 마주 보며 화해하는 그림이 있는데 그게 참 좋아요.
시인이면서 동시에 청소년 소설, 동화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계십니다. 앞으로의 창작 계획이 궁금하고요, 혹시 또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으신 분야가 있는지도 궁금하네요.
도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는 다 쓴 것 같아서 이제는 몇몇 작품에 조금 더 집중하려 합니다. 조만간 독자들에게 동화나 청소년 소설을 선보이고 싶다는 욕심이 있습니다.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돌아올 테니 기다려 주세요.
마지막으로, 『백새롬의 데뷔 전쟁』을 읽을 어린이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작가로서 가장 행복할 때는 독자분들이 제 책을 읽어 주실 때예요. 새롬이는 여러 위기와 역경 속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꿋꿋하게 나아갑니다. 오랫동안 힘차게 준비했으니까요. 『백새롬의 데뷔 전쟁』을 함께 지켜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새롬이도 많이 좋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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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