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집_<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
매일 밤, 무대 위에는 크고 작은 세계가 새롭게 태어납니다. 무대 위와 아래, 당신의 삶을 가득 채운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는 신시컴퍼니의 이지영 연출가입니다.
2024년, 이지영 연출가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뮤지컬 계에 발을 들인 지 21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연출을 맡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무대로 이끈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로 말이다. 2003년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 연출팀에 입사한 이지영 연출가는 그 후로 한 번의 흔들림 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몫을 해냈다. 그 과정에서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 <아이다> 등 신시컴퍼니에서 선보이는 굵직한 작품들의 협력 연출로 참여해 내공을 다졌다. 지난 2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그는 가장 먼저 동료들을 떠올렸다. 처음 일을 시작하던 시절, 연출팀 동료들과 함께 하루가 멀다 하고 공연장 지하에서 밤을 지새우며 공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시기가 여전히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단다. 그 후로 20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가장 확실한 원동력은 ‘재미’다. 아직도 그 무엇보다 한 편의 뮤지컬을 준비하는 과정이 가장 즐겁다는 이지영 연출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2024년은 연출님에게 뜻깊은 한 해였겠지요. 단독 연출을 맡은 두 작품,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와 <틱틱붐>을 선보였으니까요.
감사하게도 신시컴퍼니에서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라는 훌륭한 작품으로 연출 데뷔를 시켜주셨고, 그 후에도 쉬지 않고 나아가라는 의미로 제가 존경하는 조나단 라슨의 작품인 <틱틱붐>을 맡겨 주셨고요. 사실 제가 초창기 <렌트>의 광팬이거든요. 어린 시절에 <렌트>를 10번 넘게 봤을 정도죠. 신시컴퍼니 입사 후에 <렌트> 공연에 참여한 적도 있고요. 그런데 이렇게 <렌트>의 원작자인 조나단 라슨의 이야기를 담은 <틱틱붐>의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뜻깊어요. 또,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제게 ‘내가 나아갈 길은 무대 위에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준 작품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그 두 작품이 저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거죠. 인생이 참 한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구나 싶어요. 나는 그저 신시컴퍼니가 좋아서 20년 동안 있었을 뿐인데!(웃음) 진심으로 사랑하는 작품들인 만큼 부담감도 있었는데, 부담감보다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하듯이 작품에 임했던 것 같아요. 제 모든 사랑을 쏟아부으면서,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줄게’라는 마음으로. 그래서 저의 2024년은 사랑으로 충만했던 한 해였어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보고 연출가의 꿈을 꾸게 되셨다고요. 작품의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을 움직인 걸까요?
2003년 초연 공연을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사랑의 민낯을 마주한 것 같았거든요. ‘우리는 사랑했고, 그 후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류의 이야기가 사실 마냥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니잖아요. 연인이 사랑하다가 이별하는, 그 매정하고 쓸쓸하고 뼈 아픈 현실을 너무나도 우아하게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공연을 보고 난 후 ‘나도 저렇게 우아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또,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는 사랑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주는 작품이라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공연은 이렇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까?’ 같은 질문들. 즉, 예전부터 존재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철학적인 질문들이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그런 물음을 안겨주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제게 강렬하게 남은 것 같아요.
연출가의 꿈을 꾸게 해준 작품을 첫 번째 단독 연출작으로 만나게 되었다니. 감회가 남다르셨겠어요.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를 처음 만났을 때도 사랑했지만, 나이가 든 후 다시 만나니 더 사랑하게 되는 느낌이었어요. 어릴 때는 어렴풋한 동경이었다면, 이번에는 기적 같은 사랑과 결혼을 한 느낌이랄까요. 작품을 파고들수록 매력적인 포인트를 더 많이 발견해서 ‘역시 내 안목은 틀리지 않았군’이라는 생각도 했고요. (웃음) 또 이런 마음도 있었어요. ‘내가 감히 이 작품의 연출을 해도 되는 건가?’ 그래도 그 누구보다 이 작품을 사랑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작품을 저만큼이나 사랑하는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할 수 있었기에 안심이 됐어요.
과거 당신의 세계를 구성했던 존재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의 줄리 앤드류스를 흠모하면서 자랐어요. 집에서 매일 커튼을 뒤집어쓰고 <사운드 오브 뮤직> OST를 불렀죠. (웃음) 그 작품을 통해서 아름다운 음악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배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중학교 때는 직접 동대문에 가서 천을 떼다가 의상을 만들고, 친구들을 모아서 <사운드 오브 뮤직> 공연을 한 적도 있어요.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웃음) 그때부터 연출가의 기질이 있었나 봐요. 그리고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본 후에도 ‘뮤지컬이 계속 나를 무대로 부르는 구나’ 생각했었고요.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막연하지만 꾸준하게 무대를 꿈꿔왔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를 이곳으로 이끈 또 하나의 존재가 있는데, 무라카미 류의 소설 『식스티 나인』이에요. 그 소설에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라는 말이 나와요. 그 말이 지금까지도 제 머릿속에 박혀 있어요. 그래서 ‘내가 최대한 즐겁게 살 수 있는 길은 바로 이 길이다’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21년 전, 사회초년생 시절의 연출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열정이 과다했죠. ’나 때는’ 얘기하는 거 싫어하는데, (웃음) 그때는 작품 하나를 할 때도 모든 사람이 거의 독립운동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없어진 신시뮤지컬극장(현 대학로 TOM) 지하 사무실에 마치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처럼 기거하면서요. (웃음) 당시 연출부였던 친구들끼리 항상 모여서 ‘어떻게 해야 작품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이 장면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끊임없이 나눴어요. 늘 치열하게 일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저희의 놀이였고 즐거움이었어요. 의상, 무대를 비롯한 작품의 모든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의논했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어요.
사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가 연출님의 첫 단독 연출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어요. 그간 뮤지컬 계에서 ‘이지영 연출가’라는 이름은 수없이 들었는데 말이죠.
사실 저는 아직도 ‘내가 연출을 해도 되는 걸까’ 자문하는걸요.(웃음) 조연출, 무대 감독, 컴퍼니 매니저 등 신시컴퍼니에 21년간 속해 있으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는데, 그 경험들이 제 자산이 되었어요. 각 파트의 고충을 직접 경험해 봤기 때문에, 단독 연출을 맡게 된 후에도 다른 파트를 배려하면서 일할 수 있었죠. 그리고 신시컴퍼니는 해외 프로덕션과 협업하며 장기 플랜으로 진행하는 대형 공연이 많다 보니 작품을 한두 개만 해도 2~3년이 금방 흘러요. 그 과정 하나하나를 잘 해내는 게 그때의 저에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모든 과정에 집중하면서 일을 해오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흘렀어요.
2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틱틱붐>의 존처럼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지거나 문득 길을 잃게 되는 순간은 없었나요.
신시컴퍼니의 일원으로서 좋은 작품을 정말 많이 만났어요. <아이다> <마틸다> <원스> <렛미인> <아리랑>…. 저는 그 좋은 작품들의 한가운데에 들어가서, 그 작품의 정수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과분할 정도로요. 작품은 이렇게 만들어야 하는구나,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구나. 이런 깨달음을 온 몸으로 느꼈죠. 그렇게 행복한 20년을 보내다 보니 조급할 겨를이 없었어요. 오히려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로 처음 단독 연출을 해보라고 제안해 주셨을 때, ‘제가 준비가 됐을까요?’라고 감독님께 되물었거든요. (웃음) 내가 준비가 덜 됐으면 덜 됐다고 생각했지, ‘왜 내게 빨리 기회가 오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은 전혀 안 했던 것 같아요.
제 이름이 이지영이잖아요? 싸이월드를 사용하던 시절에 제 이름을 검색하면, 같은 이름을 지닌 사람의 목록이 끝도 없이 떴어요. (웃음) 저는 제가 그렇게, 이 시대에 녹아있는 평범한 한 개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제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삶을 즐겁게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훨씬 많이 해왔어요.
당신의 현재를 구성하는 것 중,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요.
시시하지 말자. 제 마음속에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앞으로도 잃고 싶지 않은 단 하나의 목표예요. 저는 항상 그런 생각을 해요. 사람은 태어난 이후로 계속 시시해진다고. 어렸을 때는 상상의 범위도, 하고 싶은 일도 무한대잖아요. 그런데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생각하는 범위도 좁아지고, 하고 싶은 일도 없어지면서 사람이 시시해지죠. 사실 저도 엄청 시시한 인간이에요. 종종 저 스스로가 너무 하찮고 시시해서 미칠 것 같은 날도 있어요. (웃음) 그래서 늘 시시하지 말자는 생각을 품고 살아요. 사람을 대할 때도, 공연을 올릴 때도. 시시하지 말고 늘 사랑하자. 이런 다짐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시시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해요.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나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거예요. 근데 사실 그게 되게 어렵죠. 저도 매일 저 스스로를 감시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늘 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해요.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원하니 너도 받아들여라’고 주변에서 눈치를 줘도 저 자신이 거기에 설득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최대한 기대를 저버리려고 해요. (웃음)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하지 않고, 예상을 벗어나는, 당연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거죠. 무언가를 할 때 ‘나는 모든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 거야!’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면 그래도 조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내가 ‘당연하게 행동하지 않은’ 게 누군가에게 가닿았다고 생각하면 재미있어요.
연출님의 현재를 이야기할 때 <틱틱붐>을 빼놓을 수 없겠죠. 오랜만에 돌아온 <틱틱붐>을 ‘시시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어떤 점에 집중하셨나요?
우선, 우리 모두가 알듯이 조나단 라슨은 천재잖아요. 그래서 가장 큰 목표는 ‘천재 이야기에 잠식되지 말자’였어요. 이 사람이 했던 고민들이 그저 천재이기에 했고, 천재이기에 이겨낼 수 있었던 고민으로 보이지 않길 바랐거든요. 최대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가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우리가 느끼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관객분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죠. 사회에서 말하는 어른, 즉 어떤 나이에 무엇을 꼭 이뤄야 하는, 사회가 정한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한 삶을 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공연의 후반부, 존이 스티븐 손드하임의 음성 메시지를 다 듣지 않고 끊는 장면에도 그런 의도가 담겨 있어요. 원작에서는 존이 그 메시지를 다 듣거든요. 하지만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손드하임 같은 천재가 날 발견해 주는 그런 어마어마한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래서 존 역시 타인에 의해서 성장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기쁨에 집중하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으니까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즐겁고 묵묵하게 나아가고 있어’라는 마음을 담아내면 <틱틱붐>이라는 작품이 적어도 저 자신에게는 시시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틱틱붐>의 존이 그랬고, 연출가님도 그러셨듯이, 모든 이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자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잖아요. 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사실 제가 아직 무언가를 이룬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감히 이런 조언을 하기가 민망하지만(웃음) 모든 두려움은 집착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내가 어떤 무언가가 돼야 한다,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는 집착. 그 집착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좋겠어요. 나 자신이 어떤 목표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으면 얼마나 숨이 막히겠어요? 꿈을 가지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마음만으로도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열정이 너무 커지면 욕망으로 변질되고, 그 욕망은 또 집착으로 변하거든요. 그 집착이 결국 본인의 목을 조르는 거고요. 그저 하루하루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출님이 앞으로 만들어 나갈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가까운 미래에는 <원스>와 <렛미인>이 기다리고 있어요. <원스>에서는 다시 협력 연출의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원스>도 약 10년 만에 돌아오는 작품인 만큼 요즘 세대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윤색, 번역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렛미인>은 얼마 전에 오디션을 봤는데, 출중한 실력을 지닌 배우분들이 1,000명 넘게 지원해 주셔서 합격자를 선정할 때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던 기억이 나네요.
더 나아가서 연출가로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미리 말씀 드리자면 제 바람은 늘 터무니없습니다. (웃음) 저는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잠식하는 이 시대에 반자본주의적 메시지를 전하는 연출가가 되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무언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공연의 역할이라면, 저는 우리를 갉아먹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간으로서 갖춰야 하는 가치를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고요.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릴 수 있겠지만, 터무니없지 않기를 바랍니다.
안 그래도 요즈음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줄곧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질문입니다. 요즘처럼 혼란스럽고, 때로는 절망스러운 이 시대에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야겠죠. <틱틱붐>에도 이런 가사가 있어요. 왜 사고를 겪어야만 진실을 깨닫는 걸까, 왜 폭풍을 겪어야만 혁명이 시작되는 걸까, 우리는 뭐가 두려워서 가만히 있는 걸까. 그러니 이제 두려워하지 말고 행동하라고 노래해요. 공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일이에요. 그러니 공연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더욱 많이, 깊이 고민해야 하죠. 관객분들이 공연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이요. 그러면서 내가 어떤 것에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내가 어떤 것을 옳다고 생각하는지 깨닫는 기회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킨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한 작품을 만들어 나갈 때, 사실 너무너무 고통스러워요. 수만 개의 뉴런이 발악을 하는 것 같은 고통스러움이 느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정이 즐겁기 때문에 이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유를 모르게 눈물 나는 순간들이 언제나 무대 위에 있어요. 공연을 보다 보면, 한 생명체가 자신이 지닌 메시지를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한 다음 객석으로 던져서 관객과 자신을 연결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렇게 작품과 관객이 연결되는 순간이 제게는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는 순간이에요.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이 경이롭고 벅차요. 그 어떤 고통도 이겨낼 수 있을 만큼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이솔희
더뮤지컬 에디터. 뮤지컬과 연극에 관한 모든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