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삶의 베타 테스트라면?
작가의 프로필에 항상 쓰는 말이 있어요. ‘10대에게는 힘든 상황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치유할 힘이 있다.’ 우리의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어떤 힘들고 고달픈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즐겁게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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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눈앞에 어쩐지 수상쩍어 보이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이 컴퓨터의 전원을 누를 것인가? 아니면 누르지 않을 것인가? 컴퓨터의 전원을 켜면 부팅과 함께 인공 지능 시스템 가이아가 만들어 낸 새로운 운영체제 속으로 초대당한다.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드는 그곳에서 우리는 각종 변수와 오류의 화신 같은 등장인물들과 마주칠 수 있다. 자신이 안드로이드 로봇인 줄도 모르는 ‘나’, 심심풀이를 위해 친구들을 아바타처럼 이용하는 ‘나’, 면 대 면 관계가 두려워 완벽한 인공 지능으로 이상형을 만들어 내려다가 예상치 못하게 차이는 ‘나’, 앱을 이용해 친구에게 보복했다가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마저 실패하는 ‘나’ 등등……. 사이버 불링, 사행성 도박,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차별 등 지금 우리 청소년들이 맞닥뜨린 사회 문제들을 뼈아프게 그려 내는 『너에게로 로그인』은 아이들에게 '10대'가 삶의 베타 테스트라면, 어떤 모드의 인생을 선택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지만, 직시하기 힘든 사회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룬 이 이야기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안녕하세요, 작가님! 어떻게 창작자의 길에 들어섰는지 궁금합니다. 더불어 작품집 전체적으로 장르적인 특성이 돋보이던데, SF나 추리 같은 장르물에 관심을 지니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또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장르물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전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독서의 재미를 알게 되었는데요, 이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상상하는 일이 즐거웠어요. 그때는 무엇보다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끌렸던지라 장르적 요소가 강한 작품들을 주로 읽었죠. 아, 장르적인 이야기들의 매력이요? 장르적 요소 안에서는 극한 상황과 고민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해요. 그 점이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그때 만화부터 로맨스, 추리, 스릴러, 판타지 등을 마구잡이로 읽어 댄 영향을 받아 지금도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가미된 작품을 창작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어쨌든 많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상상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는데, 상상하다 보니 점점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게 되더라고요. 머릿속 상상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청소년이 주인공인 소설이 제법 모였고, 그 소설들이 한 권의 분량이 되었을 때 블루픽션상을 받으며 등단했어요. 딱히 의식하지 않았는데, 제 마음속에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청소년과 어린아이가 있었나 봐요.

 

작품집 내내 다루기 어려운 사회 문제들을 불편하지 않게 풀어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원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나요? 어떻게 이런 소재들로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인간은 외딴 섬에서가 아니라, 여럿이 모여서 살아가고 있잖아요. 한마디로, 공동체 사회를 이루고 있는 거죠. 나이를 먹어갈수록 개개인이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걸 절실히 깨달아요. 우연한 작은 사건이 반대편의 아주 큰 사건에 영향을 미칠 때가 있잖아요. 나비 효과라고 하죠? 이야기하다 보니 나 혼자만 잘살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한 현실에 조금 슬퍼지네요. 조금이라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런 마음은 모두를 따뜻하게 해 주잖아요.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은 주로 언제 쓰셨나요? 창작 과정에 어떤 어려움이나 재미가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이 쓰인 시기는 아주 다양해요. 등단 초기에 썼던 것부터 가장 최근에 쓴 것까지 모두 실렸거든요. 등단 전에 쓴 작품들도 있고요. 『너에게로 로그인』을 작업하면서 혼자서는 힘을 받기 어려운 단편이라도 한 권의 책으로 묶이면 의미를 찾아가는구나, 생각했어요.

집필과 수정이 제일 어려웠던 작품은 「초기화하시겠습니까?」예요. 자극적인 소재라 아무래도 다루기 힘든 면이 있었달까요. 아마 편집자 님도 가장 많이 고민한 작품 아닐까요? (웃음) 가장 마지막에 집필한 건 「프리 백신을 실행하시겠습니까?」예요. 최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폭력을 다른 관점에서 보여 주고 싶었어요.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폭력의 가해자가 될 위험이 있다는 측면을 알려 주고 싶더라고요.

 

소재들이 심각하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마음 아픈 일을 많이 겪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작품의 새나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작가님이 가장 안쓰럽게 여기신 캐릭터는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반대로 가장 얄밉게 느껴진 캐릭터도 있으신가요?

「새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단편에서 나오는 피해자 아이에게 가장 마음이 가요. 끝까지 이름을 등장시키지 않은 까닭은, 그 아이가 특정한 존재가 아닌 일반화된 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많은 아이가 정신적·육체적으로 학대를 당하고 있잖아요. 인간은 왜 연약한 존재에게 더 큰 폭력을 휘두르는 걸까요? ‘지금 힘든 아이들에게 상황을 이겨 낼 힘이 있다면 좋겠다, 사회가 아이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 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집필했습니다.

가장 얄미운 캐릭터는 도박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권하는 「아바타가 감염되었습니다」의 서술자예요. 피해자가 아니라, 도박판을 벌이도록 권유하는 가해자 입장에서 접근한 까닭이요? 가해자의 시선에서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위험에 빠진 아이들이 스스로 먹잇감이 되었다는 걸 알고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아이들이 악의로 가득한 가해자들에게 쉽게 희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요.

 

각각의 작품이 등장인물도, 설정도 전혀 다른데 제목들은 전원을 켜는 것부터 초기화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더라고요. 특히, 등장인물들 이름이 비슷한 면이 있었는데요. 처음부터 각각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의도하셨던 걸까요?

프롤로그에서 인공 지능 가이아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든 뒤 운영하는 방식에 대해 다루었는데요, 처음부터 이 같은 세계관을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애플북스 편집자 님이 전체 단편을 하나의 통일된 세계관으로 엮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전체 작품의 등장인물과 소제목, 작품 흐름 등에서 많은 수정이 이뤄져야 해서 정말 고민스러웠지만, 편집자 님의 열성적인 응원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가이아가 나오는 프롤로그도 인쇄 전에 작성될 정도로 마지막까지 수정이 거듭 이뤄졌답니다. 특히, 마지막 작품인 「초기화 진행 중……」은 이전에 쓴 작품을 단편집 설정에 맞춰서 다시 수정했어요. 세계관에 맞춰서 작품들을 하나하나 수정하는 게 조금 힘들기도 했지만, 각기 다른 단편들을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어요. 그 덕분에 결과적으로 완성도가 더 높아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프롤로그에서 밝힌 '가이아'라는 인공 지능이 만들어낸 '가상 세계'라는 설정은 나중에 덧붙이신 거겠네요. 이 가상 세계와 현실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너에게로 로그인』 속 인공 지능 가이아는, 자신을 창조한 인간의 삶을 모방하다 현실이 반영된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요. 이처럼 정말로 인공 지능이 만든 가상 세계가 있다면 그 인공 지능은 오류의 가능성을 줄이고, 완벽하게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인간보다 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인공 지능에게 한 번 설정된 목표는 거의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나중에는 오히려 인간이 그 세계를 동경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현실의 삶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가상 세계에서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지 않으세요? 하지만 우리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어요. 오늘이 없다면 내일도 없겠죠. 오늘이라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어떤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 내일에는 경계선이 희미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을 읽을 오늘날의 10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작가의 프로필에 항상 쓰는 말이 있어요. ‘10대에게는 힘든 상황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을 치유할 힘이 있다.’ 우리의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어떤 힘들고 고달픈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길을 꿋꿋이 즐겁게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어떤 이야기든 ‘독자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에 맞춰, 올해는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가는 주인공이 나오는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아주 특별한 여행 가이드 이야기도 만들어 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세상에 혼자 있지 않다고 말하며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아이들에게 여운이 남는 위로가 되는 작품을 써서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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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출판사 | 애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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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