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권이 소중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우리 삶에서 인권에 관한 문제를 마주하게 될 때면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된다. 인권이라는 개념이 추상적으로 느껴져 이해하기가 어렵고, 나와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주머니 쏙! 인권』은 사소하지만 정말 궁금했던 질문들을 던지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권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는다. 책의 저자이자 사회적 소수자와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열심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김예원 변호사를 만나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머니 쏙! 인권』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김예원 변호사님은 장애인권법센터에서 인권 변호사로 일하며, 사회적 소수자와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무료로 변호해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활동하시는 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 볼 수 있을까요?
2009년, 사법 시험에 합격하고서 참 막막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까지도 제가 어떤 법률가가 될지 생각해 보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공익 변호사를 알게 되었고, 세상의 어두운 점을 들여다보고 바꾸는 일을 직업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사법 연수원 수료 이후 지금까지 공익 변호사로 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특히 저는 사회적 소수자와 범죄 피해자들을 무료로 변호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공! 짜! 변호사이기도 합니다. 저는 2017년 ‘장애인권법센터’라는 법률 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제 의뢰인은 도저히 변호사 선임 비용을 낼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입니다. 따라서 이들이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찾아가 무료로 법률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바꿔야 할 것들이 보이면 그걸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법률안을 만들거나 정책을 연구하는 등 제도 개선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져야 제 일도 줄어들 수 있기에, 인권에 관한 여러 강연이나 교육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고요.
오늘날 인권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우리 삶 속에서 인권을 마주할 때면 여전히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인데요. 변호사님이 보시기에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주는 무게감, 너무 거창한 단어일 것 같은 부담스러움 때문이 아닐까요? 그럴 때면 저는 “사람은 (또는 생명은)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생김새나 사는 곳, 자라 온 환경이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모두 생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잖아요. 누구에게나 한 번만 주어지는 인생인데, 그 인생의 주인공으로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누려야 하는 최소한의 것들을 ‘인권’이라고 합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나의 권리, 내가 존중해야 하는 다른 사람의 권리를 골고루 잘 알아야 생명끼리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인권을 법전에 쓰인 딱딱한 권리로 여기기보다는 나와 다른 생명을 탐구하는 재밌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주머니 쏙! 인권』은 어린이들이 직접 묻는 스무 가지 질문이라는 형식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마주하게 되는 여러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어린이들의 스무 가지 질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 하나를 꼽는다면요?
어느 한 가지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이마를 땅 치는 질문들이 많았어요. 특히나 놀라웠던 건 어린이들의 많은 질문이 ‘공정’이라는 화두로 연결된다는 것이었죠.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제한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에게도 똑같이 뭔가를 해 주는 게 과연 공정한가? 등의 질문이었는데요. 그 뜨거운 질문들을 흥미롭게 설명해 줄 법과 사례들이 있었기에 풀어내는 과정도 참 즐거웠답니다.
요즘 특정한 사건이나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 대상을 향한 비난과 혐오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상황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요. 책 속에서도 ‘혐오 표현’ 문제를 다루어 주셨죠. 혐오 표현에 대한 정의를 알기 쉽도록 새롭게 정리해 주셨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일까요?
제가 사건을 의뢰받아 만나는 사람들은 이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된 채 자라 온 분들이 많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 살면서 부모를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 원래 태어난 나라를 떠나 한국으로 도망치듯 쫓겨온 사람, 남자로 태어났는데 남자와 결혼하고 싶은 사람처럼 말이죠. 사회에서 이들을 ‘소수자’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혐오 표현에 대한 비슷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비록 상대방이 낄낄거리면서 별 의미 없이 던진 말이라도 그로 인해 상처가 오래도록 남아서 ‘자꾸 안 돌아다니게 된다’라고요. 따라서 혐오 표현은 단순히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해서 하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충분히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을 사회에서 숨게 만들고 감추어 버리는 나쁜 힘을 가진 표현이라 소개하였습니다.
김예원 변호사님께서는 인권을 주제로 어린이 동화부터 인문 에세이까지 여러 책을 출간해 오셨는데요. 이번 어린이 지식 교양서 『주머니 쏙! 인권』을 집필할 때 특별히 더 신경 쓴 부분이나 고민했던 지점이 있으신가요?
저는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하루하루 먹고 입고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복잡한 일들을 이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살아가게 될까?’ 생각하곤 하죠. 아이들이 불공정하다고 또는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사회의 여러 어두운 단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글을 쓰면서 특히 조심하려고 노력한 부분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듯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책이 아닌, 독자의 눈높이에서 질문을 받아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는 책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쉽게 읽히면서도 내용이 마음에 묵직하게 남을 수 있는 주제들이어서, 저도 원고를 쓰는 내내 여러 번 생각하고 더 찾아보고 그랬답니다.
『주머니 쏙! 인권』 출간 이후 받았던 초판 선인세를 등대장학회에 기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부터 기부를 생각했던 것인지, 등대장학회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등대장학회 설립부터 열심히 활동해 온 박준영 변호사님과는 부산 엄궁동 사건의 재심 진행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시각 장애인이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사건이었거든요. 그 사건의 사법 피해자와 변호인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장학회가 바로 등대장학회입니다. 이곳에서는 범죄 피해로 삶의 커다란 어려움을 당한 청소년을 지원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저도 인권 변호사로 일을 하며 특히 나이가 어린 피해자, 사건으로 보호자를 잃은 청소년 피해자를 만날 때 그렇게 마음이 아플 수가 없어요. 그 아이들을 지원하는 등대장학회에 이 책의 수익을 보탠다면 제가 책을 쓸 때 가졌던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부하게 되었습니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갈수록 인권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참 복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인데요. 그 와중에도 『주머니 쏙! 인권』에 눈길을 보내고 손길을 주신 분들께 먼저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살면서 종종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먹고살기에 바쁜데 인권이 밥 먹여 주냐?” 저는 그럴 때 크게 망설이지 않고 “넵! 밥 먹여 줍니다.”라고 대답합니다. 왜냐고요? 한 사람 한 생명의 존엄이 보장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사회와 경제는 만들어지지 않거든요. 먹고 사는 데에 별문제가 없는 비교적 풍족한 사람이라고 해도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면 균형 잡힌 삶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주머니 쏙! 인권』에 담긴 구석구석 인권 이야기를 읽고, 여러분도 저랑 같이 자신 있게 대답해 보실래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주머니 쏙! 인권
출판사 | 노란상상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