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혁 작가(왼쪽), 다안 작가(오른쪽)
시인 성동혁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시 「나 너희 옆집 살아」와 에세이 「함께 오를 수 있는 만큼」에서 출발한 그림책 『나 너희 옆집 살아』는 태어나면서부터 아픈 몸으로 살아야 했던 시인의 여정과 우정과 삶을 담았다. 거기에 25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다안 작가가 성동혁 시인의 글의 고요한 울림에 역동적인 명암을 더했다. 두 작가의 인터뷰는 이 그림책 속의 담긴 겹겹의 이야기들을 더 깊게 읽을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번 그림책 작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성동혁(이하 성)_그림책 보는 것을 좋아해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업 과정에 대한 감이 없어서 막연하기만 했지요. 그런 와중에 봄볕 출판사의 박찬석 주간님이 제 시와 산문을 보고 연락해 주셨어요. 그래서 다안 작가님과 닿았고, 이 책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에 대해서도 새로운 걸 많이 배웠어요. 그동안은 혼자만의 작업을 해왔지만, 그림책은 그림 작가의 시선과 그림 작가의 시선과 어린 독자들의 입장, 편집자의 의견이 더해져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했습니다.
다안(이하 다)_이번 작업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어요. 특히 성동혁 시인님의 경험과 마음을 이해해 보고자 아차산에 직접 올라 보기도 하고,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사진도 많이 찍었지요. 또 글의 은유적 표현과 사실적 표현을 잘 연결시키려고 주조 색을 정하고 그 색을 다양하게 써 보았습니다.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또 전체적으로 조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지, 하나의 커다란 흐름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성동혁 시인님은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하신다고요. 그림책은 어떤 독자에게는 작은 미술관이기도 합니다. 시인님도 그렇게 느끼셨나요?
성_미술관에 가는 일은 제게 완전한 형태의 평온한 산책입니다. 그림과 그림 사이에 제 마음을 넣어보기도 하고, 빼 보기도 하면서 제 호흡에 맞춰 천천히 걷는 그 시간이 참 좋습니다. 그게 미술관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활자에 지치거나 벗어나고 싶을 때 산책을 합니다. 그림책 속으로요. 그림책은 활자가 중심이 되기보다는, 그림이 더 잘 퍼져나갈 수 있도록 글이 기둥이나 철근처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림책 읽기가 주체적이고 평온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산책을 하는 것과 그림책을 보는 것은 저에게 참 비슷한 느낌이에요.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림의 초록색 톤이 점차 달라지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다_이 책의 글은 성동혁 시인님의 실제 경험과 생각,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그 두 부분이 하나의 강한 흐름으로 느껴지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나의 색을 써야겠다 생각했고, 서사의 중요한 공간인 산의 색인 초록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초록은 노랑과 파랑을 섞어서 만드는 색인데, 노랑은 기쁜 감정은 파랑은 슬픈 감정을 상징합니다. 이 두 색을 섞는다는 행위가 글에 흐르는 두 가지 감정과 맞물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밝은 감정을 표현할 때는 노란빛이 많이 들어간 초록을 사용했고, 슬플 때는 어둡고 푸른빛이 많이 도는 초록을 사용해서 감정의 톤을 표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컷과 그 이유는요.
다_가장 그리기 어려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인트로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이야기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지요. 주인공을 상징하는 새가 식물들의 에너지를 받아 날아오르는 장면을 표현해야 했는데, 상상력이 많이 필요했기에 오래 고민하고 여러 번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옆집’은 단순한 비유 이상 어떤 특별한 감정처럼 느껴졌어요. 두 분에게 ‘옆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성_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칭호는 ‘친구’입니다. ‘친구’라는 말을 붙인다는 건, 제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뜻이지요. 친구들은 제 무거운 짐을 들어주고, 저를 업어주기도 합니다. 제가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늘 제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친구들 사이의 거리를 떠올려 보면, ‘옆집’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숨소리나 신음 소리를 듣고도 바로 달려올 수 있는 거리, 팔을 크게 벌리면 손끝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 그렇게 가까우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거리에서 바라봐 주는 마음이 ‘옆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옆집’ 같은 존재가 되고 싶고요.
다_누군가와 나눈 우정과 사랑, 다정함이 서로의 마음속에서 집을 짓는다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그것이 바로 누군가의 ‘옆집’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 독자에게 들려주고픈 말씀이 있으실까요?
성_친구였다가 형, 오빠였다가, 삼촌이 되었어. 삼촌은 이렇게 어른이 되었어. 혹 병동에 누워 있는 어린이라면 삼촌의 나이처럼 오래 뒤를 상상해 봐. 삼촌은 산을 마음에 오랫동안 품었어. 그리고 산에 올랐어. 나에겐 불가능한 장소였고, 슬픈 장소였어. 하지만 이제 산은 삼촌에게 가장 빛나는 장소, 귀한 장소가 되었어. 귀한 친구들 때문에 그렇게 되었어. 삼촌 또한 너희들이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어딘가 오르고 어딘가 퍼져 나갈 수 있도록 기도할게.
모두 잘 지내고 있니? 우리가 나중에 길에서 만나든 병원에서 만나든 아니면 책 건너편에서 만나든 반갑게 기쁘게 눈인사하자. 그때까지 한 가지 약속. 모두 건강히.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주세요.
성_좋은 책이 많았지만, 어린 시절 제게 동화나 그림책들은 너무 먼 이야기였어요. 저는 병실의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이야기, 병실 아이들의 이야기, 병실과 집 사이를 왔다갔다하다가 어른이 되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다_빠르면 올해 말에 제 유년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만들 예정입니다. 물성적으로도 재미있는 실험을 해 볼 생각입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나 너희 옆집 살아
출판사 | 봄볕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