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서사를 수놓는 이야기꾼 설재인의 네 번째 소설집 『드롭, 드롭, 드롭』이 출간되었다. 도서 『드롭, 드롭, 드롭』은 '멸종'이라는 단어 아래 가정 폭력, 지방 소멸, 정상성과 관련된 가장 현실적인 종말의 형태를 작가만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멸종은 왜 얼마 없는 시간에마저 온전히 녹아드는 것일까. 그런 재난이 범람하면 우리는 최종의 최종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 모든 물음의 조각을 담아낸 도서 『드롭, 드롭, 드롭』의 저자 설재인이 전하는 이야기를 서면으로 들어봤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네 번째 단편 소설집 『드롭, 드롭, 드롭』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 신간으로 만나 뵐 독자님들께 간단히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주로 장편을 쓰는 설재인입니다. 단편을 오랜만에 단행본의 형태로 묶어 선보이게 되어 조금 놀랍고 기대가 되는 바입니다.
이번 도서는 전반적으로 멸종, 종말 등의 최후를 두루 언급하고 있는데요. 늘 마음 한구석에는 그러한 마지막을 종종 새기고 있어 그런지 실제로 소설 속의 일들이 진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주제와도 같은 ‘멸종’이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글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단편집 제안을 받고 그간 발표한 단편들을 송고했습니다. 그런데 검토 과정에서 「미림 한 스푼」과 「멸종의 자국」의 키워드가 겹친다는 점을 편집자님께서 발견하셨어요. 그 키워드로 더 쓰면 좋은 단편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제안을 주셔서 기쁘게 따랐습니다. ‘멸종’이라는 단어 아래, 평소 쓰고 싶던 화두들을 언급할 수 있어 좋았어요.
표제작인 「드롭, 드롭, 드롭」은 어쩐지 저의 이웃 또는 주변인 등 근처에 그런 인물이 있을 듯해 더욱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드롭, 드롭, 드롭」의 세계관과 주인공, 그 주변인들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으셨을까요?
저는 제 경험에서 많은 글감을 얻습니다. 2024년 12월 28일, 한 살짜리 성견 진도믹스 ‘소다’를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했어요. 소다는 보호소에서 그 누구에게든 배를 드러내 보이며 발라당 눕는 애교쟁이였으나 평생의 보호자(=저)가 생기자 놀랍게도 타인의 손길을 절대 허락하지 않는 성격이 되었어요. 그저 생존을 위해 천성에도 없던 애교를 부렸던 것이지요. 그리고 소다가 어린이들을 죽도록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저는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에는 어린이들이 밖에 나와 놀지 않으니까요. 무슨 트라우마가 있었던 건지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무섬증은 나을 생각을 하지 않아 저는 정말로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셋집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인구 고령화와 역피라미드화가 가장 심한 고장으로 이사를 갈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고민이 소설의 시작이었어요. 소다의 세상에 믿을 인간은 나뿐인데, 만약 내가 어린이가 된다면 소다는 얼마나 괴로울까, 하는 그런 상상이요.
현실과 비현실 사이, 가장 실존할 듯한 이야기는 아무래도 「멸종의 자국」 같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엔딩이 상당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멸종의 자국」의 마무리를 그렇게 설정하신 의도가 있으실지 궁금합니다.
저는 전혀 평화롭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고 언제나 제가 눈을 감은 채 발견된 이후의 상황을 상상하고는 했어요. 해당 작품의 마무리를 그렇게 지은 것 또한 이런 데에서 출발했는데, 죽은 이유가 밝혀지지 않는다면 억울하니까 뭘 좀 써 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물론 들킬까 봐 한 번 제대로 쓴 적도 없지만요. 친구가 없었거니와 워낙 좁은 동네에서 살았기에 저의 이 속내를 아무도 몰랐지만 저는, 그 어떤 작품이든 소설을 쓸 때마다 과거의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아이가 그 소설을 읽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이렇게 다채로운 서사를 꾸며 나가시는 작가님의 모습은 편집자로서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는데요. 작가님께서는 이전에 수학 선생님으로 교육계에 몸담고 계시다가 노선을 바꾸셨다고 하셨습니다. 다른 직업을 경험해 보았기에 그런 부분이 작업에 영향을 미친 점이 있으실까요?
확실히 있습니다. 저는 대단한 천재가 아닌 이상 좋은 글의 절반은 경험이 만든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 보려 노력하고요.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싶은데 부모의 반대나 입시의 벽에 부딪혔다는 학생들에게서 가끔 상담받고 싶다는 메시지가 오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말합니다. 물론 지금부터 글 쓰는 공부를 해도 좋겠지만, 스물다섯 정도까지 다른 경험을 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라고요. 당연히 스물다섯까지 기다리는 게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도 알긴 압니다. 그렇지만 서른이 되어 비로소 소설을 처음 쓰기 시작한 사람의 입장에서, 오래 묵은 ‘살풀이’가 얼마나 중요하고 또 강력한지 알고 있기에 하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이번 소설집은 어떻게 보면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어야 하는 책 같습니다. 이 도서를 읽을 때는 어떤 심정으로 읽으면 좋을지, 어느 부분을 눈여겨봐 주면 좋을지에 대한 작가님의 독서 리빙 포인트 지점이 궁금합니다.
제가 독자님들께 바라는 것은 언제나 단 하나입니다. “그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어?”라는 마음을 가지지 않기. 그 어떤 일도 세상에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어떤 불행도, 우연과 작위도, 비현실과 비논리도 존재가 가능합니다. 내가 보고 듣고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일어납니다. 그것 하나만 알아봐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멸종과 종말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넓혔을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시다면 말씀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첫째, 저는 항상 인간이 곧 멸종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추하지는 않게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입니다. 둘째, 책을 구매해 주시는 것도 좋으나 여건이 어려우시다면 도서관에 가셔서 책을 여러 권 빌리는, ‘책 산책’이라도 시켜 주세요. 물론 빌리신 후 꼭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산책을 시켜 주세요. 책도 강아지처럼 바깥 냄새를 맡아야 행복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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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 드롭, 드롭
출판사 | 슬로우리드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