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성장의 신화가 일상이 된 대한민국. 삶은 왜 더 팍팍해질까?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내고 현재 경향신문 논설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성장이 멈춘 것이 아니라, 성장 자체가 문제였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익숙한 ‘성장 찬가’에 질문을 던지고, ‘탈성장’을 제안한다. 탈성장의 어원은 프랑스 단어 ‘la décroissance’인데, 강이 재앙처럼 닥친 홍수 이후 정상적인 흐름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탈성장은 단순히 성장 속도를 늦추자는 것 이상의 의미다. 자원 낭비와 환경 파괴를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탈성장의 진정한 목표다. 성장 신화를 받드는 한국에서 탈성장은 금기어에 가깝다. 그럼에도 생산·유통·소비·폐기가 대량으로 이뤄지는 현 시스템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외침은 울림을 준다.
많은 사람이 ‘성장’이 삶을 개선할 거라고 믿어왔습니다. 작가님은 언제, 어떤 계기로 그 믿음을 의심하게 되셨나요?
1990년대 초반부터 신문기자라는 직업을 갖고 사회를 바라봤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을 목격했고, 경제성장 덕분이라고 여겼죠. 하지만 빈부 격차와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지기만 합니다. 부와 권력의 소수 집중도는 갈수록 커지고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현대 자본주의의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기였어요. 그럼에도 세상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소수가 지배하는 시스템에 다수가 지나치게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특히 꼭 읽었으면 하는 독자층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앞으로 변화를 이끌어갈 청년과 시스템을 제도화할 정치인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할 시스템 개선은 구성원 합의가 중요하거든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정치인조차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와서는 성장 공약을 앞에 내놓았습니다. 분배나 기후 대응은 뒷전으로 밀렸죠. 많은 유권자가 ‘성장은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겠죠. 이 책을 계기로 보다 많은 시민이 성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오해에서 벗어났으면 해요. 성장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성공’, ‘노력’, ‘성장’을 미덕으로 배운 세대에게 이 책은 어떤 질문을 던지나요?
현재 한국의 청년들은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어요. 더 많이 배우고 똑똑하지만 자산 격차가 큰 데다 일자리마저 적기 때문이죠. 한국은 20대 사망 원인 절반 이상이 ‘자살’인 나라입니다. 절망적인 환경을 물려준 기성세대 책임이 큽니다. 탈성장은 자산 격차를 줄이고, 일자리는 나누는 미래를 그립니다. 부를 축적하려는 노력도 좋겠지만, 이 책은 민주적 시민으로 성장하겠다는 노력을 요청합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청년들이 전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랍니다.
책을 쓰며 가장 많이 고민했던 점, 혹은 조심스러웠던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과거 기록과 통계를 보면 성장이 인류에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명백합니다. 굶거나 병들어 죽는 사람이 크게 줄었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어요. 이런 상황에서 ‘탈성장’을 해야 한다고 하면 과거의 사실을 부정하는 듯한 주장으로 비칠 수 있으니 당연히 부담스럽죠. 탈성장이 마치 북한식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하자는 주장으로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고요. 탈성장은 무한하지 않은 지구 환경과 자원으로 무한 성장을 꾀할 수는 없다는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하루아침에 탈성장을 이루자는 주장이 아니에요. 현재가 아니라 후손이 살아갈 미래를 대비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기자로서 오랫동안 언론 현장에서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여러 국면을 지켜보셨잖아요. 기자로서의 경험과 시선이 이 책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라면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물질적 풍요 이면에 정신적 황폐가 만연합니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뿌리내린 탓이죠. 우리는 염치를 중요시하는 유교적 전통이 깊은 사회였어요. 언젠가부터 염치 대신 탐욕이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에는 남의 것을 탐하는 행동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이제는 경쟁을 통해 성취해야 할 당연한 것으로 여깁니다. 돈을 최고라고 여기는 사회의 미래는 암울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실현 가능한 대안’을 강조합니다. 저자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시급하고 핵심적인 제도적 전환은 무엇인가요?
성장하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거나, 국민이 거지꼴이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아요. 마치 성장하기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 것처럼 얘기하기도 합니다. 성장을 포기하더라도 다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줘야 해요. GDP를 대체할 다른 성장 지표가 필요합니다. 물건의 양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함을 증명해야 합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선 복지 예산을 확대해야 해요. 소수에 집중된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조세제도 개편도 중요하겠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가졌으면 하는 감정이나 생각이 있다면요? 혹은 ‘성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책상 위에 성경을 올려두고 생활한다는 지인이 『성장이라는 착각』을 성경 옆에 두겠다는 얘기를 전해왔습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과소비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때마다 책을 보기로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하는 행동은 거창한 게 아니에요. 일상생활 속에서 가볍게 실천할 수 있어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겠죠.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성장이라는 착각
출판사 | 들녘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