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절의 농담』은 담도암 4기, 시한부 6개월 선고를 받고도 기적처럼 완치에 이른 박주혜 작가의 삶을 되찾은 마음의 연대기다. 이 책은 기적의 의학적 사례를 넘어,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계절을 끝까지 지켜낸 한 사람의 서정적인 회복의 기록이자, 오늘을 버티는 누군가에게 단단하고 조용한 숨을 건네는 응원의 문장이다. 가까운 이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 침묵 속에서 건네는 눈빛, 하루하루를 채우는 사소한 일상까지도 작가는 모두 새롭게 받아들이며 ‘살아 있음’의 의미를 되묻는다. 이 글들은 병을 이겨낸 사람의 후일담이 아닌, 가장 연약한 순간에도 사람을 사람답게 지켜주는 마음의 힘에 대한 증언이다. 이 계절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회복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는 믿음을 건넨다.
“담도암 4기, 시한부 6개월.” 누구라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이 책을 쓰기로 결심한 순간은 언제였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당연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죠. 더군다나 제가 40대 중반이다 보니 아직 제게 큰 병이 생길 거라는 의심과 걱정을 전혀 하지 않을 때라 너무 놀랐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암에 굴복하기는 싫었어요. 어떻게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내서 꼭 이겨내고자 계속 다짐했습니다. 책을 쓰기로 결심한 건 처음 진단받을 때 진료실에 앉아서였어요. 아마 그때가 가장 저에게 남은 6개월을 뼈저리게 느낄 때라서, 아이들에게 엄마의 큰 빈자리를 어떤 식으로든(글로) 채워줄 수 있는 수단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계절의 농담』이라는 제목처럼, 투병 중에 계절을 느끼는 감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변화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바쁘게 사는 사람이었어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풍경을 즐긴다든지 감동받는다든지 하는 성격은 아니고 늘 일과 사람들 만나는 데 치중되어 있던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내게 남은 시간의 유한성을 깨달은 뒤로는 시간이 참 아깝게 느껴졌어요. 오늘 이 녹음을, 낙엽을, 하얀 눈을, 그리고 또 새로이 피어나는 벚꽃들을 내년에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오늘 하루에 더 집중하고 더 즐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 했습니다. 죽음을 문턱에 두고 자연스레 카르페디엠을 실천하게 된 거죠.
완치 이후, 책의 내용도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새롭게 덧붙인 글 중 독자에게 특히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완치 소식을 듣고, 며칠 동안 이 에너지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내어 더 많은 분과 함께 나눌 수 있을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결국은 ‘마인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중에서 어두운 밤에 홀로 깨어있을 때, 세상에 암과 나만 존재하는 듯한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그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었던, 제가 경험하고 고민한 끝에 정리된 작은 조언들이 많은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기적에 가까운 완치 소식 이후에 환우들로부터 많은 응원과 질문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연결되고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이 어떤 메시지로 다가가길 바라시나요?
저는 이 책을 ‘희망’이라 부르고 싶다고 얘기했고, 결국 우리에게는 희망밖에 없다고 얘기합니다. 우리가 가는 길의 끝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 걸음은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고요. 하지만 그 걸음 속에 희망을 품고 가던, 절망을 품고 가던 그 또한 나의 선택입니다. 부디 저는 모든 환우분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더는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순간에도 꼭 힘내시기를 응원합니다. 이런 저의 강력한 응원의 메시지에 힘입어 절망 속을 허우적거리고 계실 많은 분들이 좀 더 힘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책을 읽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오히려 더 맑아진 문장들이 인상 깊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책에도 한 꼭지 정도 책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자신의 성격과 역사에서 비롯된 치유 방법이 있을 듯합니다. 저는 그것을 읽고 쓰는 데서 더욱 선명하게 찾은듯싶고요. 늦은 밤 혼자 글을 쓰다 보면 불안하고 흔들렸던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고 정돈된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래서 환우들 중에 마음이 어지러운 분들은 일기를 조금씩 써보는 것도 괜찮을듯합니다. 물론 모든 끝은 희망이 함께 해야겠고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일상을 놓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생에 늘 함께 했던 독서를 하며, 암을 통해 완벽히 달라진 일상이 아니라 암에 내어주지 않을 고유한 제 삶의 영역을 지키려고 했죠. 물론 책을 읽고 얻어진 통찰력과 자존감과 지적 충만함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고요.
완치 이후에도, 여전히 삶은 예측 불가능합니다.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는 두려움이나 기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매일을 살아내는 작가님만의 방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아프면서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은 없다’라는 걸 크게 느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삶의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보냅니다. 조금이라도 허영이나 욕심을 부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 때면 제게 두 번째 삶을 주신 신께 누가 될 듯하여, 좀 더 맑게 잘 살아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삶은 예측할 수 없고 또다시 제게 새로운 시련이 올 수 있겠죠. 하지만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더 잘하지 않을까요. 한 뼘 더 담대해진 마음으로 시련도 한번 물리쳐 보려고요.
끝이라 믿었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 지금 생각해 보면 무엇이 가장 컸을까요? 그리고 지금 이 책을 펼치려는 누군가에게 한마디를 남긴다면요?
처음엔 오히려 억울함이 없었어요. 그런데 항암 기간이 누적되면서 제게 허락되지 않는 시간을 느끼면서 참 억울하더라고요. 특히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있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참 사무치더군요. 그런데 그게 또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고 다짐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저도 기적은 멀리만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바로 제 머리 위에도 똑! 하고 떨어지더라고요. 끝까지 희망 잃지 마시고, 어떻게든 살아야만 할 이유를 차곡차곡 모으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는 결국 희망밖에 없어요. 어느 날 그 희망이 기적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시게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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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절의 농담
출판사 | 브로북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