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조조는 홀로 가게에서 햄버거를 먹다가 창밖으로 수상한 장면을 목격한다. 마치 눈이 투명 인간의 어깨에 내리듯, 사람 모양으로 공중에서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계속해서 그 장면을 곱씹던 조조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것을 취재하기 시작하는데⋯⋯.
조조의 특별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이야기 끝에서 많은 걸 믿을 수 있게 된다. ‘사랑’ ‘희망’ ‘우정’ ‘용기’와 같은 것들은 보이진 않지만 분명히 곁에 있다는 걸, 새로운 눈으로 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는 걸, 겨울을 지나면 봄이 온다는 걸 말이다.
‘제5회 보리 <개똥이네 놀이터> 창작동화 공모전’ 당선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간단한 소감과 함께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호기심 많은 열한 살 조조가 신기한 걸 발견하고 그 존재를 찾아가는 좌충우돌 취재기 『조조는 특별한 걸 볼 수 있어』를 쓴 정민지입니다. 지금까지 에세이 『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가장 가까운 위로』와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 『언론 쫌 아는 10대』 『가끔은, 비건』을 펴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들었을 때 목포 여행 중이었는데요, 당선 전화를 받고 너무 좋아서 항구를 뛰어다니다가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바다에 빠질 뻔했답니다! 어린이 잡지 <개똥이네 놀이터>에서 열두 달 연재를 거치면서 독자들이 매달 보내 준 응원 엽서 덕분에 큰 힘을 얻었는데요, 첫 동화를 쓰는 초보 작가로서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쓰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재밌다’라고 글씨를 꾹꾹 눌러 적은 엽서를 보내 준 어린이 독자분들, 고맙습니다.

『조조는 특별한 걸 볼 수 있어』는 작가님의 첫 번째 동화이기도 한데요. 동화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으신 까닭이 있을까요?
글쓰기 강의를 다니면 유년기를 생생하게 쓰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육칠십 대 어르신들도요! 글을 쓰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어린아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과 그 시절 만났던 친구들, 강렬했던 첫 감정들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에는 기자로 일하며 기사를 쓰거나 에세이, 교양도서를 주로 썼는데요, 어느 순간 에세이를 쓰면서 솔직하지 못한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허구라는 소설의 방패막이 필요한 시점이었죠. 처음엔 어른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점점 어릴 적 제 모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더라고요. 동화라는 생각은 못했고, 그저 어린 나를 관찰하며 정확한 문장을 선물해 주자는 느낌으로 썼습니다. 다른 글을 쓸 땐 막혀 있다가 이 글은 초고를 한 달여 만에 썼고, 곧장 다듬어 공모전에 냈어요. 그래서 주인공 조조에는 제 모습도 당연히 있고요, 어릴 적 친구들 모습, 그리고 초등학생 조카들 모습까지 녹아 있습니다.
조조는 남들이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들을 진지하게 포착하고 추리합니다. 작가님도 이런 ‘특별한 순간’을 경험해 보신 적이 있나요? 남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발견하고 강렬하게 마음을 빼앗겼던 경험이 이야기 속 단서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은 거리나 지하철에서도 다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잖아요. 저는 약속이 있을 때 일부러 일찍 나와 천천히 걸으면서 주변을 구경해요. 지하철보다 버스에서 흘러가는 바깥 풍경 보는 걸 좋아하고요. 그렇게 비어 있는 시간에 비로소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감독이 어릴 적 한강 다리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걸 보고 영화 <괴물>을 만든 것처럼, 그런 시간에 관찰한 것들은 제 상상력의 원천이 됩니다.
혼자 집에 있을 때에도 가끔 신기한 순간들을 겪어요. 한번은 제가 방에서 반지를 빼다가 바닥에 떨어뜨렸는데요. 곧바로 침대 밑, 서랍장 아래까지 샅샅이 찾아도 안 나오는 겁니다. 심지어 이사 날까지도요! 그 반지는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방에 구멍이라도 뚫렸던 걸까요? 지금도 신기합니다. 금값이 많이 올랐다는데……(웃음).
동화는 읽는 내내 보이지 않지만 분명이 존재하는 그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하게 합니다. 아직 동화를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 그 정체에 대한 힌트를 살짝 주신다면요?
스포일러 금지 지켜 주실 거죠, 여러분? 보리출판사 인스타그램에 그 정체를 추측해 보는 독자 이벤트를 열었었는데, 댓글을 보니 바람이라는 주장이 가장 우세하더라고요! 결정적 힌트를 드리자면, 책 표지에 힌트가 있습니다! 다정한 그림 작가님께서 궁금한 걸 참지 못하는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서 큰 힌트를 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뭐, 정답이 하나뿐이겠어요? 제가 생각한 답이 있듯이, 독자들이 각자 느끼는 자신만의 정답이 눈에 보이실 거라고 믿어요. 중요한 것들은 전부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겠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는 누구나 여러 겹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그런 감정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과 한 화가 끝날 때마다 누군가의 편지글이 등장하는 것도 인상적이고요. 이야기의 서술 방식이나 화자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나 시도를 하셨나요? 또한 편지라는 장치를 구상하신 까닭도 듣고 싶습니다.
이 동화는 요즘 유행하는 에피소드 중심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기자 출신 에세이 작가라서 현실에 바탕을 둔 글쓰기 태도가 은연중에 반영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어떤 일을 겪는 한 아이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고 싶었어요. 우리는 때로 뭔가를 느끼더라도, 정확하게 그 마음을 담을 만한 단어를 찾지 못하기도 하니까요.
‘조조는 여러 일을 겪으며 사람의 마음이 참 복잡하다고 생각했습니다(99쪽)’라는 문장처럼, 알 수 없는 모호함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포함됩니다. 자신의 감정을 선명하게 해 주는 게 글의 힘 같아요. 그래서 묘사를 조금 줄이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곰곰이 생각해 보는 문장을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목표였습니다.
한 화가 끝날 때마다 도착하는 편지라는 장치는 추리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돕는 것이었고요. 독자에게 직접 묻고 이야기하는 형식을 취해서 어린이들이 능동적으로 추리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고 싶었습니다.
동화에서 주인공 어린이들은 아주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데요. 동시에 이들이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 주고 지지해 주는 어른들의 모습도 꽤나 인상적입니다. 작품 속 어른 등장인물들을 구상하실 때 가장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동문학은 성인이 되어 읽으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어느 연령대가 읽어도 좋은 작품을 쓰고 싶었습니다. 동화에 등장하는 어린이들을 쓸 때는 우리가 무엇을 이룰 때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좌절과 고민, 약간의 성취와 헛발질까지 다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어요. 그 가운데에는 주변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고요.
어른 등장인물들은 나쁘지도 착하지도 않게 그리려고 했습니다. 어떤 인물에게도 편견을 심어두고 싶지 않았어요. 어른들도 늘 부족하니까요.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어린이에게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말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리고 조조처럼 때때로 외로움을 느끼는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또 앞으로 어떤 이야기나 작업을 준비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동화들의 주인공은 전부 슬프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어린이인 것 같아요.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있기 때문이죠. 그게 성장물의 핵심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통통 튀고 재기발랄한 이야기도 좋지만, 약간은 슬픈 동화를 쓰고 싶습니다. 세상의 냉혹함에 어쩔 수 없이 부딪히게 된 아이가 그것을 겪어 내고 자신을 더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잘 써 보고 싶습니다. 연재가 끝나자마자 다음 동화의 초고를 쓰고 있는데, 주변 어른들에게 보여 줬더니 새드 엔딩에 대한 저항이 좀 있네요.(웃음) 그렇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견뎌 내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어요. 그렇다고 무조건 슬픈 이야기는 아닙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어쩐지 힘을 내게 만들어 주는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조조는 특별한 것을 볼 수 있어》의 조조가 마지막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으며 ‘백 퍼센트!’라고 스스로에게 확신하는 순간처럼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조조는 특별한 걸 볼 수 있어
출판사 | 보리
언론 쫌 아는 10대
출판사 | 풀빛
낯익은 타인을 대하는 법
출판사 | 빌리버튼
오늘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출판사 | 북라이프
가끔은, 비건
출판사 | 풀빛
가장 가까운 위로
출판사 | 빌리버튼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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