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집짓기의 경험을 글로 풀어 책으로 묶은 데에는 나름의 생각과 이유가 있었다. 아파트는 나쁜 집이고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이야말로 이상적인 집이라는 순진한 이분법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쁜 집이 온 도시를 덮고 있는 현실은 이 땅의 집짓기가 무언가를 빠뜨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 정작 고쳐야 할 것은 아파트보다도 단독주택이 먼저라는 생각, 아파트 탈출을 실현시켜 줄 집짓기가 늘어야 한다는 생각…. 이런저런 생각들을 집짓는 동안 스스로 확인하고 실천하고 싶었다. 그 확인과 실천 과정이 제법 얘깃거리가 되어 보였다.
우리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건축을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축학과 교수다. 가끔씩은 전문가들이나 일반 대중을 앞에 놓고 아파트는 이래서 문제이고 집다우려면 이래야 한다고 꽤나 거드름을 피우면서 일갈하곤 하기도 한다. 그런 때문인지 우리는 ‘아파트 전문가’로 통한다.
아마도 ‘이 시대의 주거 = 아파트’라는 등식 때문일 것이다. 소위 ‘아파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위아래로 붙은 땅을 구해 집을 따로 또 같이 지어 아파트 생활을 청산했으니 특별한 곡절이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이를 책 쓰기의 동기로 삼았다.
소위 ‘작품주택’과 ‘집장사 집’으로만 나뉘어 소비되고 유통되는 집짓기의 양극화 현실 속에서 양극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보통의 집’ 혹은 ‘좋은 집’을 짓는 일이다.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면서 좋은 살림집에 대한 인식 확산과 좋은 집짓기 붐을 일으키고 싶었다. 좋은 집을 짓기 위해 건축가들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그들에게 일정한 의미를 주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니 이 책은 ‘좋은 집 짓기 확산을 바라면서 쓴 좋은 집 짓기 도전 기록’이라 할 수도 있다.
안마당을 구분해 주는 아랫집의 낮은 한식 담장
- 아파트와 바꾼 집 박인석,박철수 공저 | 동녘
대학에서 주거건축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문화센터를 비롯한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 대상의 크고 작은 강좌에서 아파트 관련 강의를 하는 박철수ㆍ박인석 교수. 두 사람은 소위 말하는 ‘아파트 전문가’다. 이들이 살던 아파트를 팔고 죽전에 단독주택을 짓고 이사했다. “나만의 작업실을 갖고 싶어서”, “두 딸에게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주고 싶어서”와 같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책은 박철수ㆍ박인석 두 교수의 단독주택 이주기와 이주 후 1년 동안 지내면서 겪은 생활을 기록한 도전기다.
박인석
대학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주택문제에 대한 인식’을 주택연구소에서의 연구와 명지대학교에서의 주거건축 전동 교수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다. 한국사회를 읽는 주요한 키워드로 ‘아파트공화국’은 ‘단지공화국’으로 교정해야함을 지적하는 일, 공공 공간 환경 개선 없이 사유 단지개발 장려 전략으로 일관하는 정부 도시ㆍ주택정책을 비판하고 바른 정책의 실천을 제안하는 일이 최근의 주된 관심사이다. 주택 수요가 아파트단지에 편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경제성ㆍ편리성ㆍ쾌적성에서 아파트단지와 경쟁할만한 주거유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당 딸린 집에서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동기로 시작한 집짓기에 단지공화국 극복이라는 실천적 의미를 부여하여 《아파트와 바꾼 집》이라는 이름을 책의 제목으로 붙였다.
jere^ve
2012.03.20
kygh
2012.03.20
rkem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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