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과 함께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관객을 휘어잡는 김구라. 방송에서는 수없이 많이 봐왔지만 처음 만난 사람들조차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 만큼 분위기를 이끄는 모습에서 ‘괜히 명MC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월 24일 저녁 7시. 개그맨 혹은 방송인이 아닌 작가 김구라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만나고 왔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나도 힘들고 여러분들도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저보다 힘든 사람이 있을까요? 전 지금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강연을 시작하는 인사말에서 느껴지듯 김구라 씨는 자신의 힘들었던 순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그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 내었는가를 이야기했다. 중간 중간 할 말은 꼭 하고 마는 독설정신과 위트 넘치는 진행은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강연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자기 자신은 자기가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제일 잘 알지 누가 알겠습니까? 자기가 현명한 판단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그러면 자기가 생각했을 때 그것(문제)을 회피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물론 사람이 아프거나 하는 경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만 사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도망간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러한 생각들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책에 적어본 것입니다.”
그는 서두에서 밝혔듯 희망을 전달하려 했다. 책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책 강연회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자와 작가 간 대담 형식이 아닌 작가 김구라만이 무대를 채웠다. 그는 책을 소개하기보다는 책의 제목처럼 진심으로 대중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김구라 씨가 말을 마친 뒤, 관객과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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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대담과 같은 방송을 다시 해볼 생각은 없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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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죠. 이걸 왜 하겠습니까?(관객 웃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잘못된 것이 너무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지금처럼 방송계에 핵심에 있고 그러면서 동료들이라던 지 누군가에게 인터넷 방송에서 시원하게 욕을 하고 독설을 한다는 거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 여러 가지 일들은 제 시각으로 얘기하고 싶은 방송은 있지만 예전 시사대담 때처럼 욕설 같은 행위는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제가 정말 창피한 것은 특히 여자 연예인 분들께 욕을 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창피하고 쪽팔립니다. 지금도 여자연예인과 친하지 못한 이유가 은연중에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도 창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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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칼럼이나 음악적인 프로그램을 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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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사실 전 라디오 프로그램을 할 생각도 있습니다. 팝음악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있고 할 의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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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신체 부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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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리가 마음에 듭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긴 편이라 다리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제 나이에 디젤 청바지가 이렇게 잘 어울리기도 힘든데 저는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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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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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방송이 실제 생활이나 똑같습니다. 물론 방송에서 원하는 부분이나 방송에서 해선 안 될 것들을 자제하는 것과 실제에서 안하는 것의 차이는 있지만 방송이건 실제이건 궁금한 것은 바로 물어보고 할 말은 바로 하는 스타일입니다. 방송에선 친한 척 하는데 실제론 안 친하고 전 이런 것들을 못합니다. 또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듣는데 상황에 따라 온화해진 것은 있고 큰일을 겪었으므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은 있지만 크게 기본적인 성품이 변한 것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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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씨의 방송에서 말투는 상당히 공격적입니다. 실제 말투이신지 연습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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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집에서 연습하겠습니까? 하하하하. 이걸 연습해서 어디에 써먹을까요? 물론 제 목소리 톤에 의해서 얻는 이득이 있기에 방송에서 사용하지만 결코 연습한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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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에서도 독설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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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석에선 말수가 없는 편입니다. 굉장히 젠틀하고 너무 경우가 있어서 문제가 있는 편입니다. 주변에 말 많은 사람들은 정말 착한 사람들입니다. 평소에 말없다가 한 번에 몰아 말하는 경우가 정말 무서운 거지 평소에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는 말 많은 분들은 정말 착하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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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상황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 안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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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동안 해왔던 일들이 있기 때문에 전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느닷없고 열은 받지만 그걸 계속 생각한다고 되는 일도 없고 제가 의외로 긍정적이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이 너무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습니다.
그렇게 김구라 작가는 짧았지만 알찬 강의를 마치며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두 마디를 남겼다.
“세상사 이치가 그런 거 같아요. 자신이 생각해봐서 조금만 더 참고 생각해봐서 행동하고 이러 면은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도움이 되는 거 같더라고요.”
“여러분 힘내십시오. 힘내야지 어쩌겠습니까? 욕해봤자? 에이~ 좋을 거 없습니다. 여러분 힘내시고 현실적인 생각을 가지십시오. 제 생각엔 현실이 곧 긍정인 것 같습니다. 현실이잖아요? 긍정은 사실 너무나 막연한 것이라 현실에 기반을 둔 긍정이 진짜 긍정인거 같아요. 제 입장을 알고 그렇게 해서 조금 조금씩 현실적인 긍정을 한다면 여러분 앞날에 그래도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독설 대신 진심으로
- 김구라 저 | 퍼플카우
‘독설’의 대명사였던 김구라가 이번에는 ‘진심’의 전달자가 되어 책을 들고 나타났다. 책을 통해 말하는 그의 진심은, 돌이킬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사과와 반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랜 무명생활과 우여곡절을 통해 경험한 인생역전과 반전 속에서 저자가 느낀 세상 사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성윤규
필명 맥C(www.MacEE.co.kr).
초인적인 슈퍼맨보다 현실적인 맥가이버를 꿈꾸는 현실 긍정주의자.
한때 바쁘던 프리랜서 글쟁이였으나 1년간 해외 방황끝에 머리만 커지고 생각만 많아졌다.
인생 최대의 고민은 어떻게 해야 효율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읽고 생각하고 배운다. 채사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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