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은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 - 스크립트(The Script) 인터뷰
3월27일 공연이 예정된 서울 광진구 소재 악스홀의 대기실에서 그들과 만났다. 보컬 대니 오도노휴, 기타 마크 시한, 드럼 글렌 파워 이 세 남자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나이스 가이’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현장의 모든 사람과 짧은 인사말과 함께 악수를 건넸고, 환한 미소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2013.04.03
작게
크게
공유
분명 예사롭지 않은 신인의 등장이었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의 3인조 록 밴드 스크립트(The Script)의 데뷔 싱글 「We cry」는 밴드 전형의 록 음악이지만, 엄연히 달랐다. 기타는 전체 악곡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고, 드럼은 일정한 루프를 무한정 찍어낼 뿐이다. 보컬은 랩과 멜로디 쉴 새 없이 오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읊조리듯 풀어낸다. 정체성에 대한 의문부호가 지워지기도 전부터 그들을 향한 세계적인 팬덤은 날로 거대해졌다.
3월27일 공연이 예정된 서울 광진구 소재 악스홀의 대기실에서 그들과 만났다. 보컬 대니 오도노휴, 기타 마크 시한, 드럼 글렌 파워 이 세 남자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나이스 가이’였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현장의 모든 사람과 짧은 인사말과 함께 악수를 건넸고, 환한 미소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U2를 잇는’ 이라는 수식어와 흑인 소울과 록 음악의 결합이라는 ‘켈틱 소울’은 더 스크립트의 클리셰로 뒤따른다. 그렇지만 그런 단어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 무엇이든 ‘OK’라는 것이 그들의 태도였다. 새 앨범 < #3 >의 타이틀처럼 3명 각각은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지만, 함께 할수록 밝은 기운을 전하는 쾌남들이었다.
작년 이즘에서 ‘2012년 올해의 팝 앨범’으로 스크립트의 < #3 >를 톱10의 하나로 뽑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직접 만나게 돼서 반갑고, 영광입니다. 먼저 앨범의 첫 싱글 「Hall of fame」은 영국 차트에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고 미국 내 차트 성적도 준수했는데,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고 있는지.
대니 : 요즘은 달 위로 뜬 것처럼 날아다니는 기분이에요. 5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이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거든요. 그저 모든 것이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죠. 1집에서부터 3집 앨범까지 오면서 우리는 모든 음악과 곡에 집중해왔는데요. 특히 멜로디에 중점을 두면서 곡 작업에 임해왔습니다. 그러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우선 언급한 「Hall of fame」에 대한 이야기부터 하자면요. 스튜디오에 있는 우리 자신을 응원하고 영감을 얻기 위한 취지로 곡을 쓰기 시작했어요. 역시나 이 곡이 이렇게 국제적인 인기를 얻을지 몰랐죠. 비교하자면 「강남 스타일」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 곡을 듣자면 모두 똑같이 입고, 똑같은 생각, 똑같은 행동들을 하는데, “왜 그래야 하나?”라는 식의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일종의 응원가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팝 뮤직’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세상 모두에게 우리의 생각을 전하고 싶었어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메시지를 주고, 영감을 전하려 했습니다. 왜냐하면, 곡의 제목인 ‘명예의 전당’이라는 것은 운동선수나 뮤지션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죠. 우리가 생각하는 ‘명예의 전당’은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 #3 >의 수록곡 가운데 「No words」에서 들려오는 귀곡 소리가 인상적으로 들렸습니다. 어떻게 녹음된 것인가요?
대니 : “아아아아~ (노래를 부르며)” 이 부분 말인가요? 재미있는 이야기인데요. 그 소리는 아일랜드 음악 역사상 가장 오래된 녹음 기록이에요. 그것을 「No words」에 샘플링 한 것인데 약간의 귀신의 목소리처럼 들려오도록 작업했습니다.
좀 전에 멜로디를 얘기했으니까 말인데요, 이번 「Hall of fame」은 물론이고 스크립트의 「The man who can't be moved」, 「We cry」, 「Breakeven」, 2집의 「For the first time」, 「Nothing」과 같은 곡은 정말 멜로디가 압권이죠. 이런 음악적인 영감의 원천은 어디에서 나오나요?
대니 : 우리 음악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군요! 감격에 울 것 같아요! (We cry!) (웃음) 일단, 우리가 음악을 만드는 공식이 있었다면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 실패했을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특별한 공식 같은 것은 지양하려고 하는데요. 멜로디와 가사는 우리의 일상생활 모든 부분에서 나오죠. 우리에게 음악을 창조함은 일종의 치유(Therapy) 과정이며, 샌드백(Sand bag)과 같은 거예요. 우리 곡을 들으면, 우리가 굉장히 부정적이고 슬픈 사람들일 거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가사 대부분이 슬프고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많긴 하죠. 그렇지만 우리는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샌드백을 치듯 이런 부정적인 것들을 풀어내고, 치유합니다. 이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스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하고는 해요.
그렇다면 밴드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마크 : 쉽지 않지만 굳이 말한다면 ‘정직’입니다. 스크립트는 다른 사람들이 노래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해요. 슬픔에 대해서, 혹은 어떤 아픔에 대해서 말이죠. 이런 부정적인 주제는 대부분 음악가들은 다루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지만 우리는 이런 이야기들을 정직하게 노래하려고 해요. 이런 것들에 진실이 있다면,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에요.
스크립트는 상기한 것처럼 귀에 잘 들리는, 멜로디 중점의 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세계 유수의 평단에서도 아일랜드 출신이기 때문에 ‘켈틱 정서’에 대한 언급들이 많습니다. 본인들도 아일랜드 전통적인 정서가 음악에 많은 영향이 미쳤다고 생각하나요?
대니 : 우선은 아일랜드 출신이라면, 록밴드의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에요. 우리 음악에는 흑인 음악의 요소가 많은 부분 녹아 들어있기 때문에 ‘켈틱 소울, 켈틱의 정서 때문이다’라고 일반적으로 정의를 내리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아일랜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타를 칠 줄 알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도 그 일부였을 뿐이에요. 이런 배경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긴 해요. 멜로디적인 부분과 스토리텔링적인 부분이 함께 만나서 곡이 완성되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죠.
「The man who can't be moved」가 여성 내의의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에 쓰였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글렌 : 끔찍하죠. (웃음) 농담이에요! 「The man who can't be moved」라는 곡이 상업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이 우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음악이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다양한 예술 분야에 쓰인다는 사실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밴드에도 좋은 기회였어요. 그렇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우리를 그 란제리 쇼에 초대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웃음)
우스운 질문이지만 스크립트는 남자 팬, 여자 팬 중에 어떤 쪽이 더 많은가요?
마크 : 솔직히 말하자면, 여자 팬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대니 : 그렇지만, 지금은 50대 50이에요. 첫 앨범 때는 70대 30, 2집 때는 60대 40으로 여성이 많았죠. 초기엔 여자 팬들의 환호가 너무 커서 연주하기가 어려운 적도 있었는데요. 이제는 관객의 비율이 어느 정도 비슷해져서 만족하고 있어요. 그래도 여자 팬들이 많으면 기분은 좋죠!
활동이 5년 정도가 되었는데, 처음부터 랩을 하려는 의도가 있었나요? < #3 >은 1집과 < Science & Faith >에 비해 랩을 강화했는데, 랩을 선택한 이유와 동기가 뭔지.
대니 : 우선 처음 결성 당시부터 ‘이렇게 하자!’라는 것은 없었어요. 우리의 방식이 그래요.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한다기보다 즉흥적으로 작업에 임하는 것이 보통이죠. 첫째로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을 택하고요. 두 번째는 ‘우리가 좋아하고, 잘할 줄 아는 것’을 해요. 예를 들자면, 「If you could see me now」라는 곡에서는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았어요. 이런 말들을 전부 다 풀어내려면 노래보다는 랩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마크는 미국에서 11년 정도 미국에 있으면서 프로듀싱 작업을 하고 곡도 많이 써왔는데, 그 동안 접해온 R&B와 힙합은 우리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마크 : 랩은 저와 대니가 하고, 글렌은 주로 포장(Wrap)을 해요. (웃음) 우리는 랩이라는 단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요. 구태여 표현하자면 ‘랩’이라는 단어가 많은 대중에게 익숙하기에 사용할 뿐이에요. 사실은 아일랜드의 포크 뮤직, 전통음악에는 스토리텔링의 일환으로 랩을 사용하는데요. 우리도 같은 맥락입니다.
대니 : 우리 중에 두 명이 랩을 하고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어떤 힙합 뮤지션과 ‘랩 배틀’ 같은 것을 하라면 절대 못할 걸요. (웃음)
지금까지 발매된 곡 중에서 본인들이 평가하는 가장 훌륭한 멜로디를 가진 곡이 있다면. 그리고 멜로디 작법(作法)에 대해 듣고 싶네요.
대니 : 한 곡을 고르기는 어려운 것 같은데요. 저희 곡의 멜로디에는 항상 아치 형 모양이 있어요. 우선은 낮은 음에서 노래를 하기 시작해서 코러스로 가는데 코러스의 멜로디가 1절의 멜로디보다 낮은 경우는 잘 없죠. 항상 높아져서 뭔가 빵 터뜨리는 느낌을 주죠. 그런데 코러스를 지나서 저희는 B 코러스라는 있어요. 후크(Hook)로 따진다면 A후크, B후크가 있는 셈이지요. (노래를 부르며) ‘I'm not moving∼’ 이 부분이죠. 아니면 ‘Fall into pieces∼’ 이런 부분이요. 이 부분들은 후크 다음에 방출되는 그런 부분들, B후크입니다.
당연히 이 부분은 한 옥타브가 높죠. 그래서 저희는 모든 음역을 다 커버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남성 음역에서 시작했다가 남성과 여성이 부를 수 있는 코러스가 나오고 B 후크는 여성들만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죠. 그래서 스크립트 음악의 멜로디는 남성과 여성의 음역 대를 다 들을 수 있게 되는 거죠. 거의 대부분의 곡에 그런 구조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뭐랄까, 일련의 수학적인 과정이라 할 수 있지요.
밴드를 처음 결성했을 때 베이스주자를 정식 멤버로 들이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마크 : 인간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어요. 누구든 마음이 맞는 사람이 있었다면, 멤버로 영입해 활동했을 거예요. 아일랜드에서는 밴드 멤버를 모집할 때 “밴드 멤버로 들어올래?”라는 질문을 할 때 악기 연주를 할 줄 아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아요. 대부분의 아일랜드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할 줄 알기 때문인데요. 대신 “포커 좀 칠 수 있나?”라는 농담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에요. 밴드 생활에서는 인간적으로 맞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가장 중요한데요. 우리 셋은 오랫동안 친구였고, 최소한의 멤버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대니 :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1집은 내가 베이스 연주를 해서 이미 녹음이 끝난 상태였어요. 음악을 만들면서 멤버들 각자가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었고, 당연히 녹음과 편곡도 가능했어요. 누가 들어오기 이전부터 모든 것이 완성된 상태였죠.
그렇다면, 그런 인간적인 부분 때문에 윌.아이.앰(Will.i.am)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나요?
마크 : 우리는 오디션 프로 <더 보이스>(The Voice)에서 친분을 쌓기 시작했어요. 방송 외적으로 윌.아이.앰의 인간적인 면에 끌린 것 역시 사실인데요. 우리는 평소 일상 속에서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음악을 쓰는 사람이에요. 그런 면에서 친구가 되기 쉬웠습니다. 「Hall of fame」이라는 노래가 이미 거의 완성된 상태에서 윌.아이.앰에게 들려준 적이 있었는데, 아주 만족해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곡에 초대되었고, 유기적으로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완성되었어요.
멤버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앨범’이 무엇인가요?
글렌 : 아바의 베스트 앨범이긴 한데… (웃음) 저는 제프 버클리의 < Grace > 앨범을 가장 좋아해요. 완벽한 클래식이죠.
대니 : 제임스 테일러의 1991년 앨범 < New Moon Shine >가 저에게 가장 결정적인 앨범이에요. 그 앨범을 듣고 기타를 처음 잡게 되었죠. 말씀한 초기 히트 싱글 「Fire and rain」도 역시 사랑하는 곡이에요.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비틀즈의 <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를 뽑고 싶어요. 프로덕션의 모든 것이 담긴 앨범이에요. 7, 8살 즈음에 처음 들었는데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마크 : 어떤 하나의 앨범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뽑아보자면 데이비드 보위의 베스트 앨범인 < Changesbowie >나, 곡으로 따지자면 「Fame」같은 곡이랄까요. 저는 특정적인 하나의 앨범에 사랑에 빠지기보다는 어떤 곡의 구간과 구간에 반한답니다.
한국에서 아일랜드의 뮤지션들이 상당히 인기가 있는데요. 시네이드 오코너, 유투, 밴 모리슨, 엔야 그리고 치프턴스(Chieftains)같은 음악가가 알려져 있고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스크립트에게 가장 절대적으로 영향을 준 아일랜드 뮤지션이 있다면 누구인지.
대니 : 어렸을 때 운 좋게도 학교 선생님께서 전통악기를 연주하는 뮤지션들과 친분이 있어서 치프턴스(Chieftains)와 함께 연주도 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었어요. “이런 악기를 사용해 만든 음악을 옛 사람들이 들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충격을 받았는데요. 그때부터 아일랜드의 전통음악에도 빠져들기도 했어요.
엔야(Enya)의 멜로디나 하모니도 굉장하다고 생각해요. 밴 모리슨(Van Morrison)은 아일랜드에서 지속적해서 소울과 R&B를 지속적으로 해왔기에 우리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뮤지션입니다.
모두가 훌륭한 아티스트이자 스승이었어요. 언급해주신 모두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유투(U2)가 절대적이에요. 음악적으로는 물론 지형적으로도 영향을 받았죠. 유투는 우리와 같은 더블린 출신인데요. 쉽게 이야기해서 우리 동네 사람들이 세계로 뻗어 나가니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 것이죠. 원대한 꿈 말에요.
인터뷰: 임진모
정리: 신현태
사진: 소니뮤직 제공
정리: 신현태
사진: 소니뮤직 제공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5개의 댓글
추천 상품
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앙ㅋ
2014.07.12
의미심장한 말이네요.
뭐꼬
2013.06.30
브루스
2013.04.3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