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양 같은 오래된 상처’로 남은 책 - 『눈먼 올빼미』
어느날 그는 작은 방의 네모난 환기구를 통해 우연히 바깥에 서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된다. 그의 삶의 영감인 동시에 절망의 원천이 되어 버린 관능적이고 위험한 그 여인은 사이프러스 나무, 그 아래 웅크리고 앉은 노인과 함께 반복해서 그의 앞에 환영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여인이 갑자기 그의 방으로 들어와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그녀의 시신을 가방에 담아 등이 굽은 노인의 도움으로 고대 도시의 유적지에 매장한다. 그리고 그는 깨닫는다. 자신의 삶이 시작된 이래로 줄곧 하나의 시신이 차갑고 생기 없는 움직임도 없는 시신 하나가 어두운 방 안에서 자신과 함께 있어 왔다고.
글ㆍ사진 뚜루
201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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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눈먼 올빼미 #눈먼 부엉이 #사데크 헤다야트
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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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7.31

<눈먼 올빼미>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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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dldodh

2013.07.31

음울함이 주는 매력이 있네요ㅎ 꼭 읽어봐야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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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로리

2013.07.30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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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루

눈팅만 하던 뚜루가 2005년 10월 26일 대단한 결심을 하고 YES블로그를 시작했으며, 장문의 화려한 리뷰에 글발 현저하게 미달되던 뚜루는 ‘에라 모르겠다’ 그림으로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얼떨결에 1년을 그림으로 일상과 리뷰를 동시에 올리는 나름 부지런한 블로그 생활을 하던 중 YES 블로그 축제에서 영광스럽게도 네티즌 대상을 거머쥐는 불가사의한 일을 겪게 되었고, 급기야 채널예스에 칼럼까지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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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데크 헤다야트

20세기 이란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사데크 헤다야트는 1903년 테헤란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유학했으나 도중에 학업을 포기하고 문학에 짧은 생을 바쳤다. 파리에 머무는 고독한 4년 동안 카프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으며 자의식이 깊어졌고 삶과 죽음의 문제에 몰두했다. 특히『말테의 수기』를 읽고 릴케가 죽음을 찬양하는 것에 감명 받아, 그 해에 센 강의 지류인 마른 강에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지만 가까스로 구조되었다. 테헤란으로 돌아와『생매장』『세 방울의 피』 『들개』 등의 뛰어난 단편소설을 발표, 이란 문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독재 정치와 부패한 성직자들을 공격함으로써 극단주의자로 비판 받아 인도로 떠났다. 그곳에서 등사기로 밀어 자비 출간한 장편 『눈먼 올빼미』는 작품을 읽은 사람들 중에 자살자가 속출하는 최고의 문제작이 되었다. 헨리 밀러, 앙드레 브르통, 옥타비오 파스 등이 극찬한 이 작품은 정작 이란에서는 출간금지 당했고, 고독과 우울의 벌레에 갉아먹힌 헤다야트는 다시 돌아간 파리의 임대주택에서 가스를 틀어놓고 48세의 짧은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사후에 20세기 아랍을 움직인 50인에 선정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아직까지 이란에서는 금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