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사는 집 이야기
건축가, 인테리어 전문가 등 전문가가 직접 고쳐 거주하는 집은 보기에도 좋고 부럽지만 일반인도 같은 예산으로 집을 고치고 그런 수준의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직접 인력을 섭외해 약 3주 동안 집을 고친 연희동 집 부부와 인테리어/설계 사무소에 맡겨 약 두 달 간 집을 고친 부암동 집 부부. 평범한 두 부부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고친 집을 이야기하다.
글ㆍ사진 박진필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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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정으로 하루 연차를 내고 회사를 쉬었다. 쉬는 것 같지 않은 휴일을 지나 출근한 다음날, 고맙게도 내 업무를 대신해주었던 후배가 어제 나온 책이라며 책을 한 권 건네준다. 4X4=16. 16글자의 긴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연희동과 부암동이라는 여섯 글자. ‘칫’ 이라는 한마디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부암동에 연희동까지. 부럽기 짝이 없는 동네이름들 같으니라고.

YES24 직원이라면 1년에 한번은 꼭 가게 되는 곳이 있다. 그 곳은 바로 북한산. 북한산을 가기 위해서는 7로 시작하는 초록색 버스를 타야 하는데, 그 버스를 타면 구비구비 방향을 틀며 북한산 초입까지 올라간다. 경복궁을 돌고 북촌을 지나 부암동을 지날 때면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집들이 나를 유혹한다. 집들과 집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동네 슈퍼가 있고, 마실을 다닐만한 카페와 가게들을 볼 때마다, ‘이 동네에서 살고 싶다’ 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역시나 나만 그런 마음을 갖는 건 아닌지, 부동산 매물은 거의 없다시피 해 여유있는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단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집은 못 구할 수도 있고.




이 책은 연희동과 부암동에 단독주택을 마련한 두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처럼 햇살이 가득하고 바람이 솔솔 부는 멋진 집을 짓고 우아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상한다면 그것은 절반만 맞지 않을까 싶다. 책은 이 두 부부가 그 동안 만나온 수많은 집들에 관한 이야기와 지금의 집을 만나고 고친 과정, 그리고 그 집에서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집을 수리한 부분에 대해 상세히 나와있어, 단독주택을 구입하고자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층간 소음 걱정 없고,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서 살기를 꿈꾼다. 반면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겨울엔 춥고, 낙엽이나 눈 때문에 번거롭고, 주차가 불편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불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우리가 단독주택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단순히 답답한 아파트에서 벗어나는 의미를 넘어서 또 다른 의미를 찾기 때문일 것이다.

연희동 집 이야기의 첫 부분에는 ‘내 마음 속 첫 집’ 이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어렸을 적 살았던 골목끝집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당의 라일락 나무가 추억의 한 축이 된 그 집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그리고 우리가 정말 바라는 집은 단독주택이라는 형태를 넘어서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모두 똑같이 생긴 집에서 생기는 일률적인 추억이 아닌, 나와 우리 가족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추억을 쌓는 집. 아이가 마음껏 뛰어 놀고, 마당에선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풀꽃이 피어나고, 대문 틈으로 들어온 길고양이가 따뜻한 가을볕 아래 잠을 청하는 그런 사소한 추억들이 쌓이는 집. 굳이 연희동, 부암동이 아니어도 될 것이다.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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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가득 연희동 집 바람 솔솔 부암동 집 최재완,정성훈,허주영,정욱희 공저 | 생강
서울에서 단독주택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한다는 부암동과 연희동. 전셋집을 구하러 갔다가 지금의 집을 만난 부암동 집 부부와 처음 가본 연희동에서 처음 만난 집을 계약한 연희동 집 부부. 두 부부가 반한 보석 같은 동네와 오래된 집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연희동과 부암동의 동네 이야기부터, 평범한 두 부부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집을 고친 이야기, 동네를 찾고 집을 찾아 헤매고 낡은 집을 사고 수리해 살아가는 두 부부의 솔직한 단독주택 살이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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