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의 시간, 으로 들어가는 글
오랫동안 자식이거나 나 그 자체인 채로 살아온 사람이 엄마가 되어가는 동안 겪게 될 성장통에 관한 기록이 될 것이다.
글ㆍ사진 서유미(소설가)
201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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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몸의-시간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건 임신을 확인한 뒤 며칠이 지나서였다.


마음은 복잡하고 써야 할 소설이나 읽어야 할 책이 많았지만, 엄마와 아이가(처음에는 그 말조차 어색했다) 한 몸으로 지내는 시간에 대해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신으로 인해 새로 태어났다거나 인생의 새로운 막이 올라갔다는 식으로 호들갑을 떨고 싶은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랫동안 ‘딩크족’으로 살아온 사람이, 그러니까 한 번도 엄마인 적이 없었던 나라는 사람이 나에서 떠나거나 확장되어 엄마로 변모해가는 동안 겪게 될 다양한 변화에 눈 맞추며 귀 기울이고 싶었다. 


40주 동안 나는 어떻게 변해가고 달라질 것인가. 뱃속의 조그마한 아기집이 몸을 키우며 사람의 모습을 갖춰가는 동안, 그에 따라 임신한 몸이 다양한 징후와 함께 출산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그걸 겪는 나는, 나의 육체와 영혼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궁금했다. 그저 여자이고 딸이고 언니기만 했던 내가, 임신을 기다리거나 준비하지도 않았던 내가 임신이라는 배를 타고 어떤 바다를 건너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알고 싶은 건 소설을 쓰는 나, 절대적인 시간을 필요로 하며 질투심 많고 예민하고 포악한 내가 임신을 통과하며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그저 둥실거리며 흘러가는 게 아니라 그걸 지켜보며 적어두고 싶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이 글은 태교에 대한 글이 아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 같은 글은 더더욱 아니다. 오랫동안 자식이거나 나 그 자체인 채로 살아온 사람이 엄마가 되어가는 동안 겪게 될 성장통에 관한 기록이 될 것이다. 

 

* 서유미 작가의 '한 몸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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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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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4.07.20

두 아이의 엄마로 자리하는 동안 겪었야 했던 고통이 겹쳐지네요. 육아는 뱃속에서부터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아이를 통해 엄마는 철이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친정 엄마도 조금은 다르게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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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