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드림’에 부제를 붙인다면 ‘행복의 나라로’ 쯤 되지 않을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늘 손꼽히는 국가들-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가 모여 있는 차가운 땅, 북유럽. 그곳의 삶을 궁금해 하고 동경하는 이유를 애써 설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높은 복지 수준, 천혜의 자연 환경, 새로운 교육 문화, 여유로운 삶의 태도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미 모두에게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는 아주 명쾌한 해석을 제시한다.
돈이나 지식으로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던 기대감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생각하던 사회적인 기준과 평가가 삶의 행복 기준이 아니라는 결과물이 현실 곳곳에서 돌출된다.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 속에서 지쳐 가는 사람들이 과연 행복한 삶과 의미 있는 인생 마무리는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세계인이 발견한 북유럽은 이런 고민 속의 다른 나라들과는 사뭇 달랐다. 육아, 직장, 건강, 노후 등 전 세계가 고민하는 기본적인 삶의 문제들에 대해 안정되고 풍요로운 생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 56~57쪽)
책의 공동 저자인 ‘루크’와 ‘안젤라’ 부부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20대를 보냈다. 생애 첫 번째 이민이었고 자본주의의 생리를 온 몸으로 느낀 경험이었다. 그곳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20여 년을 지냈다. 동료 디자이너로서 두 사람이 함께 시작한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덕분에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그들의 삶은 ‘안정’과 ‘성공’으로 설명될 만한 것이 됐다. 그러던 중 부부는 스웨덴 여행에서 ‘행복’을 말하는 사람들과 만났고, 두 번째 이민을 결심했다.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나라에서 사회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나라로, 경쟁하는 삶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으로 건너간 것이다.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는 그들이 직접 체험한 북유럽의 일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이웃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들려준다. ‘매력적인 북유럽 이민, 제대로 살펴보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그곳으로의 이민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각 나라의 이민 제도, 복지와 교육 정책, 자연 환경, 국민들의 성향까지 한 권의 책 속에서 모두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북유럽에 먼저 정착한 한국인 가족으로서 그들이 들려주는 조언들은 이민을 결정하기에 앞서 반드시 점검해 봐야 할 부분이다.
북유럽에 간다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
북유럽에서의 생활이 가족의 삶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안젤라 : 많은 것들이 바뀌었는데, 그 중 하나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살게 됐다는 거예요. 남편과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죠. 그 전까지는 남편과 같이 일하면서도 제가 생각하는 바를 제안하는 게 내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스웨덴에 가서 바뀌었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하는 거예요. 아이들에게도 제가 나서서 주도하기보다 스스로의 생각과 의지로 결정하게 해요. 그리고 스웨덴에 살면서 보험이나 저축 같은 것도 가입하지 않았는데, 북유럽 사람들이 그런 걸 하지 않아요. 노후 보장이 잘 되어있고 워낙 세금으로 많이 내니까요. 비상금 조금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버는 만큼 쓰면서 즐겨요.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신기하고 너무 대책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요(웃음). 저도 익숙해지니까 너무 편하더라고요. 조급증이 없어졌어요.
현재는 한국에서 생활하고 계신데요. 아마도 많은 분들은 ‘왜 그 좋은 나라를 떠나 왔을까’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루크 : 스웨덴에서 생활하면서 블로그 <스칸디나비아의 루크와 안젤라>를 시작했어요. 일상 속의 메모들을 적어 놓았던 건데요. 그걸 계기로 한국에 계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북유럽이나 미국에 대해서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도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 가족이 실제로 북유럽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게 됐죠. 점점 소통을 늘려가다 보니까 ‘아예 한국에서 지내면서 북유럽의 문화, 생활, 교육, 이민 등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를 운영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노르딕후스(NordikHus) 라는 회사이고, 한국의 많은 분들과 북유럽에 관해서 소통하고 있어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북유럽 이민을 꿈꾸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루크 : 처음에는 인테리어나 가구 같은 단순한 것들로 북유럽에 관심을 가지다가, 점차 교육 제도나 장애인 평등, 복지와 같은 부분들에도 주목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북유럽에 직접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갖게 되고요. 동시에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같은 전통적인 이민국들이 더 이상 꿈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그러면서 유럽과 북유럽, 일본 대만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의 잘사는 나라들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 같아요. 특히 북유럽은 평등의 가치가 잘 실현되고 있는 나라잖아요.
안젤라 : 제 주변에 있는 20대 후반~40대 초반의 분들을 보면 ‘과연 내가 행복한가, 왜 이러고 살고 있지’라고 자문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세대들은 어느 정도 부모님 세대나 사회 분위기에 맞춰서 바쁘게 경쟁하면서 살아왔잖아요. 그런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지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 거죠. 그러던 중에 행복 지수가 제일 높은 곳이 북유럽이라는 게 알려졌고 부모 세대나 결혼을 앞둔 사람들, 아니면 혼자 살지만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북유럽이라는 곳에 자기 모습을 넣어보기 시작한 것 같아요.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의 해답이 북유럽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고요. 저희도 그런 궁금증 때문에 스웨덴에 간 것이기도 했고, 그런 이유로 스웨덴에 이민 오신 분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루크 : 어쩌면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를 읽고 나면 이민 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어요. 요즘에는 행복하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이민을 가잖아요. 그런데 저는 단순히 어떤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으로 그 목표가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북유럽 사회의 분위기나 시스템이 삶의 목적이나 행복을 누리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것보다 (북유럽에 있는 게) 행복해질 확률이 조금 더 높다는 거죠. ‘북유럽에 가는 건 행복한 것이고 한국에 있는 건 불행한 것이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으면서도 북유럽 사람들의 마인드로 행복을 느끼려고 하면 얼마든지 북유럽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봐요.
“평균의 사람들이 평균의 가치로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
미국과 북유럽, 두 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루크 :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주의 체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죠. 사회주의의 산물은 복지, 연금, 의료보험 같은 것이잖아요. 그걸 위해서 세금이라는 장치가 있어야 되고 국가적으로 투명해야 하는 게 당연한 거고요. 미국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돈으로 귀족과 같은 신분이 된다는 걸 경험했어요. 그러니까 그곳은 신분이 자본과 연결되고, 자본을 가진 건 좋은 일이죠. 부자는 존경하고 따라야 할 존재예요. 물론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부자는 위대하지만, 그들도 해야 될 책임을 가지고 있어요.
안젤라 : 스웨덴에 살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소유나 자산의 개념을 바꿔야 했어요. 미국에 있을 때는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노후와 아이들 교육을 걱정했고, 미리 계획해서 준비해둬야 하니까 능력껏 더 벌어야겠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런데 북유럽에 오니까 그만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게 있고, 별로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하지만 북유럽의 큰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져있어요. 자본주의 시장에 진출하고 경쟁해야 하는데, 북유럽에서 자란 사람들은 영업이나 마케팅에 있어서 아이디어가 부족한 거예요. 그래서 글로벌한 회사에서는 외국 사원들을 많이 채용해요. 자신들의 무딘 감각과 긴장감을 보완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국가의 젊은이들을 고용하는 거죠.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는 국민들의 세금에 기반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돌아오는 복지에 비해 너무 많은 세금을 걷는다’며 항의하는 목소리는 없나요?
루크 : 북유럽 국가들이 매년 조사하는 게 있어요. 현재 부과하고 있는 세금이 많은지 적은지 국민들에게 묻는 거예요. 그러면 70% 이상의 국민이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해요. 그 믿음의 전제는 정부의 투명도죠. 정부 투명도와 부패 지수를 조사를 하면 매년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차지해요. 정부뿐만 아니라 개인의 투명도도 높아요. 주차 위반만 해도 자기 스스로가 그걸 창피해하고 견디지 못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래요. 그런 사람들이 정부에서 일하고 있는 거니까 정부의 신임도는 최상이죠. 그러니까 북유럽 사회에서는 ‘세금을 너무 많이 걷는 것 아니냐’라는 말은 곧 ‘나에게 혜택을 조금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 정부가 받은 돈이 전부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아니까요.
안젤라 : 스웨덴에서는 탈세나 사기처럼 다른 사람의 돈이나 세금을 횡령하는 범죄가 가장 죄질이 나쁘다고 생각해요. 스웨덴에서 촉망 받던 젊은 여성 정치가가 있었어요. 나중에 총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 국민들의 기대를 받는 인물이었는데, 그 사람이 관리하던 사람이 공금을 횡령했어요. 100만 원 정도 되는, 그렇게 큰 금액도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그 사람은 정치계를 떠났어요.
루크 : 살인은 우발적일 가능성도 있지만 탈세는 계획적인 범죄잖아요. 그래서 더 악질 범죄라고 보는 거예요. 그 사회에서는 기업도 탈세를 하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예요.
“평균의 사람들이 평균의 가치로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북유럽의 교육 목표는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안젤라 : 그 말은 저희 아이 선생님께 직접 들었던 말이에요. 제가 가장 큰 충격을 받았던 일이 있는데, 선생님과 면담할 때였어요. 한국이나 미국에서와 달리 북유럽에서는 아이도 면담에 참여하고, 선생님과 아이가 주로 이야기를 나눠요. 한 번은 선생님께서 저희 딸이 스웨덴어를 빨리 배울 수 있도록 단어 숙제를 내주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셨어요. 저는 숙제를 내달라고 했죠. 그런데 선생님이 손을 뻗어서 저를 제지하시면서 지금 아이에게 물어본 거라고 하시는 거예요. 엄마의 의견이 궁금하면 질문드릴 테니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자고요. 북유럽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작은 일이라도 자기가 결정하고, 그 결과 역시 직접 느끼고 책임을 져요. 저 역시 북유럽에서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는 교육 방식을 배웠어요.
책에서 “한국의 사회적 잣대에 따른 교육 목표와 부모의 열정은 북유럽 이민과 연결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루크 : 한국의 교육은 너무 큰 목표를 세워놓고 (아이들이) 질질 끌려가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그 시스템이 괜찮은 것이었다면 지금쯤 좋은 효과가 나와야 할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잖아요. 그렇다면 무언가 바꾸어야 될 필요성이 있다는 게 증명된 거죠. 요즘의 초등학교는 예전 국민학교 시절보다 많이 바뀌었지만,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시스템도 점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젤라 : 북유럽에서는 대학을 목표로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북유럽으로 이민을 가서 그곳에서 자란 아이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부모가 계속 한국의 가치관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으면 자녀와 갈등이 생길 수 있겠죠. 한 발 더 나아가서 ‘내가 너를 위해서 이곳까지 왔는데’ 라는 거창한 주제까지 붙으면 더 힘들어져요.
북유럽 사업 이민, 한국적인 아이템이 통한다?
북유럽 이민의 단점으로 이민의 장벽이 높은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데요. ‘유학 후 현지 취업’이나 ‘사업’ 외에는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가요?
루크 : 그렇죠. 그 외에는 결혼이나 정치적 망명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있어요. 북유럽은 비 이민 국가거든요. 이민 국가는 취업이나 특별한 사유 없이도 와서 살 수 있게 해주지만, 비 이민 국가는 현지에 취직을 했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영주권을 내줘요. 최근에 덴마크가 이민국가로 선회하려 하고 있는데요. 자국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취업 권장 리스트에는 IT 계열 엔지니어, 해양 의학 교육 관련 종사자, 체육인, 요리사 정도의 직업군이 있어요. 그런데 해당 자격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쉬운 방법이 있어요. 현지에 유학을 가서 취업하거나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거예요.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덴마크의 경우에는 “식당, 커피숍 등의 단순한 사업은 거부되기 쉽다” 보니, 특출 난 아이디어가 없으면 사업을 이유로 영주권을 받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현실은 어떤가요?
루크 : 북유럽 국가들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지만, 저공해 환경 친화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을 선호해요. 문화 관계된 산업을 굉장히 좋아하고요. 디자인이나 출판 관련 산업, 또는 음식과 같이 색다른 문화를 소개하는 사업은 다 찬성이에요.
안젤라 : 국가 간 무역이나 교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도 좋고요.
루크 : 특별한 사업 아이템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그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특이한 일일 수 있어요. 한국 문화를 가지고 한국말을 쓰면서 관련된 사업을 한다면 굉장히 특이하잖아요. 한국에서 덴마크 문화를 가지고 덴마크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덴마크에서는 별 다른 일이 아니지만 우리에겐 특이하게 느껴지잖아요.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하려는 가족들에게 “만일 ‘아이들의 교육’이 이민 목적이 되었다 하더라도, 처음의 목적이 이민 생활 동안 온 가족의 ‘핑계’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해 주신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젤라 : 미국에서 지낼 때부터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내가 지금 여기에 왜 왔는데,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는 영어도 못하는데 너 하나 바라보고 왔는데’라고 하는 거죠. 그러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나는 이곳에 오자고 이야기한 적도 없는데 왜 나한테?’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럴 때 아이는 자신의 꿈을 위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엄마아빠의 희생을 보상해주는 상징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 때문에 공부를 하기도 하죠.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좌절하거나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 자기 때문이 아닌 거예요. 부모님과 이 나라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한국에 있었다면 잘됐을 것 같은 생각도 들죠. 가족이 함께 이민을 결정했더라도 부모나 자식의 이름을 벗고 나 자신으로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온 가족이 함께 현지를 답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노력과 투자라고요.
루크 : 이민이라는 건 삶의 기반을 옮기는 큰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비용과 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반드시 그곳에 가서 적어도 2주 이상 실제로 생활을 해보라’고 주장해요. 이민은 가족이 함께 가면서 어느 한 사람만 답사를 보내면, 이민 생활 중에 안 좋은 부분이 있으면 그 사람만 원망할 게 뻔하잖아요. 그건 비겁한 일이고, 그러니까 반드시 함께 미리 찾아가 보라는 거예요.
북유럽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부에서는 ‘상점들이 다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밤이 되면 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다’는 이야기도 하는데요.
루크 : 11월부터 2월, 3월까지는 아침 9시에 해가 떠서 오후 1시면 어둑어둑해져요. 3시면 완전히 깜깜해지고요. 여름에는 새벽 4시쯤에 해가 떠서 다음 날 새벽 2시 정도에 지는데요. 밤 12시에도 골프를 칠 정도예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어요. 동네마다 축구장 야구장 골프장이 하나씩은 다 있거든요. 그런 게 아니고 여가나 유흥 쪽으로 활발하신 분들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안젤라 : 한국 사람들이 여가를 즐겼던 모습들이 굉장히 단조로웠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일이 끝나면 모여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는 게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니까 북유럽에 오면 ‘난 할 게 없어, 뭘 해야 돼?’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사실 스웨덴 사람들은 너무너무 바빠요. 밖이 깜깜해도 아이들도 다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고 사람들 취미도 정말 다양해요. 여행도 자주 가고 취미 클럽도 많고요.
루크 : 그러니까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도 자연히 많아져요. 특히 캠핑 문화를 즐기는 분들에게는 북유럽이 천국일 거예요. 캠핑장을 예약할 필요도 없고, 전기 화장실 상수도 하수도 시설이 다 갖춰져 있는 데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거든요.
기온과 눈, 일조량 같은 자연환경도 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일 것 같은데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루크 : 기본적으로 북유럽 친구들은 자연을 좋아해요. 즐기고 이용하는 정도의 개념이 아니라 자신조차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종교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생명처럼 자연을 생각하는 거예요. 그들은 날씨나 일조량이나 구름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까지도 숙명처럼 받아들여요.
안젤라 : 스웨덴에는 ‘나쁜 옷차림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는 속담이 있어요. 갑자기 비가 내려서 다 젖어도 짜증을 내는 게 아니라 너무 신나 하면서 비를 맞고,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생후 일주일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와요. 궂은 날씨를 이유로 학교 행사가 취소되는 일도 없고요. 자연을 즐길 줄 아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북유럽인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부분들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안젤라 : 가진 것과 주변의 작은 것에 감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스웨덴에서 제가 그곳 사람들에게 배웠던 게 굉장히 긍정적인 태도였어요. 북유럽 사람들은 각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니까 더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금이 아쉬워서 안달복달하면서 욕심 내는 희망이 아니라, 내일은 더 좋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갖게 되는 거죠. 제 마음의 색깔도 그렇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루크 :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 속에 ‘북유럽 이민 신청자에게 바란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요. 그때 경력 학벌 재산에 대한 이야기보다 먼저 언어를 말씀 드린 건, 저는 언어가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언어보다 더 도움 되는 게 있다면 개방적 마인드와 열린 시야라고 적었는데요. 그건 어느 곳으로 이민을 가든 그곳에 적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이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마음이 열려 있어야 돼요. 그래야 시야도 넓어지죠. 반드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자신이 왜 북유럽에 가려고 했는지, 무엇이 목표였는지, 왜 가족과 상의해야 하는지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한국에서부터 여유를 찾는 훈련을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 루크,안젤라 공저 | 팬덤북스
《내가 꿈꾸는 북유럽 라이프》의 저자 루크와 안젤라는 부부로, 20대에 미국으로 가서 20여년 동안 살다가 북유럽 스웨덴으로 떠났다. 북유럽에서 그들은 한국과 미국에서 경험하고 익혔던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흔들고 바꿔 버릴 정도의 강한 임팩트를 맛봤다. 두 사람은 북유럽에서 느낀 충격과 감동을 단지 기억하기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출간했다. 이민을 준비하는 자세부터 북유럽의 문화, 사회 등에 대한 소개, 이민을 가는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또 북유럽 5개국의 이민 조건들을 나라별로 알려 주며, 저자들의 경험담과 팁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추천 기사]
- 조훈현 “문제는 재주가 아니라 인품”
- 성신제 “피자헛에서 지지스 컵케이크까지, 왜 도전했나”
- 김중혁 “픽션이 너와 함께하기를”
- 스타강사 유수연 “지금의 20대는 사슴 같아요”
- 만화가 허영만 “나에게 커피란, 사랑할 수 없는 여인”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