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학으로 푸는 미래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언뜻 ‘맬서스’ 말고는 연상되는 게 없을 만큼 일반인에게 인구학은 생소한 연구분야다. 제목은 ‘정해진 미래’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인구학을 전공분야로 두고 있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가 저자다. 책이 그리는 미래가 결코 밝다고는 할 수 없을 듯하다. 한 세대 만에 출산인구가 절반 이하로 줄면서 일할 인구가 급감하고, 고령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부양비용이 부담스러워지고, 경제는 저성장 추세로 진입해 먹고 살기가 팍팍해지는 삼중고의 미래가 펼쳐진다.
그렇다면 점점 힘들어질 것으로 정해진 미래를 앉아서 감수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 어려움을 헤쳐갈 방법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단,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인구학적 관점’이다. 책에는 인구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우리 앞에 놓인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생존전략, 나아가 성공전략을 짜는 방안이 제시돼 있다. 저자는 인구학적 관점이 사회 전체로 확산된다면 외롭고 삭막한 ‘각자도생’이 아니라 진정한 ‘공존’의 지혜를 모색할 수도 있으리라 전망한다.
인구학이 그리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정해진 미래’라는 제목에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미래는 바꿀 수 없다는 뜻인가요?
우리는 누구나 미래를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미래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만일 미래의 많은 부분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 내가 그 정해져 있는 미래를 알 수 있으면 어떨까요? 정해져 있는 미래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들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면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으면 이런 일을 했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제 책에서 그려드린 정해진 미래 또한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2030년의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좀 더 적절히 앞날을 준비할 수 있겠죠.
인구는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알려면 인구변화를 살피는 것이 필수입니다. 또한 인구변화는 20년 정도까지는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구변화에 따른 사회변화도 어느 정도는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해진 미래’라고 말씀드린 것이고요. 만약 정해져 있는 미래의 모습을 아시면, 현재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을 미래에 맞춰 준비해 나갈 수가 있겠죠. 즉 정해져 있는 미래는 거시적인 사회의 미래이고, 여기를 살아갈 개개인의 미래는 본인이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인구문제 관련한 책이 몇 권 출간되기도 했는데, 국내 인구학자의 책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출간동기와 책에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주요 사회문제로 인식되면서 인구와 관련된 책들이 출간되어 왔습니다. 오늘도 서점에 가면 인구관련 책들을 쉽게 볼 수 있고요. 그런데 상당수의 책이 우리나라 상황을 다루었다기보다는 우리보다 저출산 고령화를 먼저 경험해본 일본사회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그만큼 한국의 인구문제를 대중적으로 알려온 작업이 덜 되어 있었다는 뜻일 겁니다. 제가 대학에서 인구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인구에 대해 쓰여진 책이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반성했고, 학자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우리나라의 인구 관련 책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준비하면서 보니 인구는 통계수치를 가지고 설명해야 하는데, 그러면 일반 독자들이 읽기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계는 마음만 먹으면 통계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복잡한 통계보다는 인구현상들이 어떻게 내 삶과 주변에 영향을 주는지를 이야기를 통해 나타내보기로 했습니다.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지, 입시는 어떻게 되는지, 연금은 어떻게 되는지 등 일반 독자들이 흥미로워하고 실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노력했죠.
최근 인구문제가 심각하다고 정부와 언론에서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가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사실 지금까지 언론과 정부에서 저출산과 고령화가 문제라고 말해왔지만 생활에서 실제 문제로 체험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출산 세대가 아직도 중학교 2학년 이하의 연령이다 보니 실제 사회나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 않고 있거든요. 또 현재 고령자가 13% 정도이지만 실제로 생산과 소비활동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25~54세 인구는 지난 2000년보다 지금이 더 많기 때문에 실제 경제는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저출산 세대가 사회에 진입하여 생산과 소비의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는 시기와, 주요 생산연령대의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그 시기가 앞으로 10년 안에 도래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국민들이 ‘저출산 고령화가 남의 일이 아니고 내 일이구나’ 하고 실감하실 것입니다.
현재의 출산율도 문제입니다. 제가 연구하면서 앞으로 몇 명의 아이가 태어날지를 추이를 보며 예측해봤습니다. 지금까지는 2002년부터 매년 40만 명 대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는데. 지금의 출산율이 계속되면 머지않아 30만 명대로 줄어듭니다. 빠르면 2018년에도 올 수 있는 현상이에요. 저 같은 40대 중반의 부모 세대는 100만 명씩 태어났는데 그들이 낳은 아이들 세대는 40만 명이 태어났어요. 이제 그것보다 더 줄어드는 것이죠.
책에서는 2030년의 한국이 2015년의 일본보다 암울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요? 책을 안 읽어보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현재 일본은 4명 중 한 명이 고령자입니다. 그럼에도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을 유지하고 있지요. 제가 생각할 때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은 식민지 지배부터 시작된 해외경영의 역사와 저력,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세계무대에서의 정치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해외에 나가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전 세계 어디서나 도요타와 같은 일본차를 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오토바이가 많은 동남아에서는 오토바이를 그냥 ‘혼다’라고 통칭합니다. 경쟁자가 없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비록 오늘의 일본에 고령자가 많지만, 일본의 가장 큰 시장인 우리나라, 중국, 대만 등의 주변국가들이 아직은 젊어서 시장으로서의 가치가 큽니다. 일본의 내수규모도 커서 생산가능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큰 7700만이나 됩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오늘날 일본의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2030년 한국은 어떨까요? 우리는 안타깝게도 일본이 오늘날 지니고 있는 이 모든 요소를 하나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고령자가 4명 중 한 명이 될 때쯤이면 일본은 물론 우리의 가장 큰 교역국가인 중국도 마찬가지로 고령사회가 될 것이기에 우리의 경제에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2030년은 일본의 2015년에 비해 크게 암울하다는 이유입니다.
판단의 준거를 미래에 두자
교수님이자 학부모여서 그런지 책에 교육과 대학에 관한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자녀교육으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인구학자로서 조언하실 점이 있다면?
자녀들이 정규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는 시점이 되면 인구변동으로 사회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그걸 생각하지 않고 오늘의 관점과 기준에서 자녀를 교육하면 기대했던 교육효과를 볼 수 없겠죠. 지금 사교육에 ‘올인’하고 계신 독자들이 많으실 텐데, 그 사교육이 과연 자녀들이 성장한 뒤에 ‘성공’으로 다가올 확신이 있으신지 스스로에게 질문하셔야 합니다. 만일 확신이 있으시면 사교육 ‘올인’을 계속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확신이 서지 않으신다면, 제가 책에서 말씀드린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미래를 한 번 판단의 준거로 삼아보시길 당부해 드리고 싶습니다. 자녀들이 성장했을 때의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대학교육 특히 졸업장의 사회적 가치가 지금 부모님들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와 같을까요? 이 점을 가장 먼저 신경 쓰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의 인구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없는 걸까요?
아니에요. 충분히 있습니다. 지금 정부도 사회도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든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말씀드린 바와 같이 출산율이 갑자기 2배가 되지 않는 한 제가 그린 ‘정해진 미래’는 그대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인구문제 극복의 실마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구문제 극복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에 있지 않아요. 그보다는 작아지는 사회에 맞는 체질을 만드는 게 급선무입니다. 2002년 이후 매년 약 45만 명씩 태어난 저출산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하면 이전 세대들과는 다른 사회적 경험(대학입시, 취업, 자기계발 등)을 할 수 있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것에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아이를 둘씩 혹은 그 이상을 낳아도 괜찮도록 만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일반 독자에게 ‘인구학’이라고 하면 좀 낯설고 어려운 느낌이 들 텐데요.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는 ‘인구학적 관점’을 일반인이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세요.
인구학적 관점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보거나 해석할 때 인구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자녀에 대한 사교육비를 얼마나 써야 하는지 혹은 쓰는 것이 옳은지 등을 판단할 때 옆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녀가 대학에 진학할 시점의 인구가 얼마나 될 것이며, 그때의 대학 졸업장의 가치를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죠. 그렇게 하시면 매우 불확실하게 느껴졌던 미래가 점점 구체적으로 눈앞에 그려지게 될 것이고, 그것을 판단기준으로 삼으면 가장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일반인들께서 인구학적인 관점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보시라고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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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미래 조영태 저 | 북스톤
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구학적 관점’이라는 기준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전략을 알려준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구학자로 손꼽히는 조영태 교수는 이 책에서 저출산 세대가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될 미래까지의 전체적인 사회변화상을 보여준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iuiu22
201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