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관련 여행 책은 휴양지 칸쿤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제일 큰 서점에서조차 찾기 어려웠습니다. 멕시코는 면적만 해도 한반도의 9배, 한국의 20배에 달하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여기에 인구도 1억2천만 명으로 인구 11위의 대국이지요. 게다가 축복받은 땅 덕분에 국토의 50%를 경작할 수 있고, 세계 7위의 산유국이자 세계 2위의 은 생산국일 뿐 아니라 아연과 구리 등 여러 자원까지도 풍부하기에 아무것도 없는 한국으로서는 매우 부러운 나라지요.
이렇게 큰 대국 멕시코이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요. 정작 멕시코에 있어 한국은 그들이 4번째로 많은 품목을 사들이는 중요한 나라입니다. (1위 미국 48%, 2위 중국 15%, 3위 일본 5%, 4위 한국 4%)
입국할 때마다 늘 확인하듯, 멕시코에서도 줄이 길 때 외국인에게도 빨리 자국인 라인을 열어주는지 확인했는데요. 나름 빠르고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멕시코의 민낮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데요.
첫 번째는 환전할 때였습니다. 공항의 은행에서 환전했는데, 영수증에 적혀 있는 금액과 받은 금액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은행 직원에게 ‘숫자가 이상하다. 돈을 적게 환전해준 것 같다’고 하자, 직원은 다시 돈을 돌려달라고 하더니 자신이 세어보고 이번에는 잔돈을 좀 더 주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세어보니 이때도 몇백 원이 부족했습니다.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 잔돈으로 싸우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나왔지만, 길거리 환전소도 아니고 은행 직원이 이렇게 업무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하철을 탈까 하다 시간도 늦은 데다 은행의 환전도 못 미더웠기에 친구의 말이 떠올라 가장 안전하다는 택시를 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택시회사 부스에 가서 목적지를 말하고 잔돈을 거슬러 받았습니다. 처음 보는 화폐지만 느낌상 거스름돈이 안 맞는 듯해서 세어보려 하니 그때야 택시회사 직원은 돈을 덜 준 것 같다며 100페소(6,500원)를 더 주었습니다.
은행이 잔돈을 떼먹으니 택시회사는 더 과감히 떼먹는구나. 멕시코에서는 정신을 잘 차리고 침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작은 부분에서 신뢰가 없으니 사회적으로 큰 비용을 지급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멕시코를 안전한 곳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마약 조직과 관련 있는 북쪽의 국경 주변이 위험할 뿐 멕시코 전역이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멕시코도 선량한 사람이 사는 곳이지요. 위험하다고 타지 말라던 지하철은 조금 낡기는 했지만 안전했고, 지방을 가도 호의적인 눈으로 무엇인가 도와주려는 모습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멕시코에 대해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가 국경을 맞댄 나라인데 왜 미국은 잘살고 멕시코는 못살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자원도 많고 땅도 넓은데 말이죠. 이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크게는 위의 예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미국은 개척한 땅을 개척민에게 나눠주고 스스로가 변화를 결정하고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는 시스템이었던 반면, 멕시코는 스페인 정복자가 들어와서 원주민을 수탈하고 특권층으로 군림한 문화와 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졌던 것이죠. 국민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고, 중산층을 두껍게 하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는 권리를 갖는 제도가 있느냐에 따라 비슷한 조건의 두 나라를 서로 다르게 만든 것은 아닐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번성해진 미국에서는, 아메리카 대륙 전체를 자신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신이 미국인에게 부여한 신성한 임무이자 운명이라는 ‘명백한 운명론’에 힘이 실리게 되는데요. 결국, 영토를 놓고 1846년 멕시코와 전면전을 벌입니다.
시작은 텍사스를 놓고 벌인 전쟁이었는데요. 멕시코군의 결사항전에도 불구하고 수도 멕시코시티가 함락당해 결국 승리는 미국에 돌아갑니다. 양국의 병력은 비슷했는데 훈련의 정도나 조직 문화가 달랐던 것이죠. 이때 끝까지 항전했던 멕시코의 소년사관생도들은 미군에게 끝내 항복하지 않고 멕시코 국기를 몸에 휘감고 성에서 투신했는데요. 이들의 죽음을 기린 기념상이 멕시코시티 한복판에 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멕시코와 1848년 과달루페 이달고(Guadalupe Hidalgo) 조약을 맺는데요. 이 조약에는 멕시코가 받아들이기 힘든 굴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패전국 멕시코가 텍사스는 물론이고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주 전체와 뉴멕시코, 애리조나, 와이오밍, 콜로라도 일부를 미국에 양도한다는 조건이었지요.
이 조약으로 인해 멕시코는 그들의 영토 중 절반을 뺏기게 되는 수모를 당하는데요. 과달루페 이달고 조약은 역사상 단 한 번의 전쟁으로 승자가 패자에게 얻은 땅 중 가장 큰 면적입니다. (스페인에서 마이애미를, 영국에서 워싱턴, 오리건, 아이다호를, 프랑스 나폴레옹에게서 루이지애나를 사온 미국은 이후 명백한 운명론에 충실하여 러시아에서 알래스카까지 사들여 현재 미국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한편 이렇게 많은 땅을 얻은 미국 역시 강한 성장통을 앓게 되는데요. 새로 획득한 엄청난 땅의 주를 노예 주로 할 것인지, 자유 주로 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을 벌임으로써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의 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다시 멕시코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후 캘리포니아에서는 금이 쏟아져 나왔고, (샌프란시스코의 프로 풋볼팀 이름은 49ers, Forty-niners인데요. 이는 멕시코와의 전쟁 직후인 1849년부터 일확천금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이 금광을 캐기 위해 캘리포니아 지역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을 49ers라고 부른 데서 기원했습니다) 텍사스에서는 석유가 뿜어져 나왔으니 멕시코로서는 정말로 통탄할 지경이죠.
이렇게 멕시코는 미국에 많은 것을 뺏기고, 반대로 미국은 엄청난 땅과 더불어 태평양에 진출할 수 있어짐에 따라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생겨 이후 비약적으로 강성해졌습니다. 그래서 멕시코는 미국에 지대한 영향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을 경계하고 있지요
글로벌 금융 탐방기육민혁 저/오석태 감수 | 에이지21
이 책은 새로운 투자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닌 지은이가 각 나라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와 각각의 금융 현상을 이자율(금리)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옆집에 사는 고교생이, 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사촌이, 금융에 문외한인 친구나 형, 누나가 물었을 때처럼 말이다.
육민혁
호기심이 많아 연구하고 직접 찾아보는 것을 좋아하며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아직 지식이 얕고 경험도 일천하기에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실행력으로 이를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옆집 형이나 오빠처럼 편안하고 부담없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넓은 세계에 대해 함께 나누고, 더 나아가 평소에 경제와 금융에 관심이 있지만 왠지 무언가 어려운 것 같다고 느끼셨던 분들께 금융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희망과 가능성이 많은 나라라고 믿고 있으며,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Societe Generale 증권과 HMC 투자증권을 거쳐 지금은 메리츠 종금증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